[걷고의 걷기 일기 0088]

선택과 집중

by 걷고


코스: 20200715 수요 저녁 걷기 리딩 (오목교역 – 안앙쳔 - 선유공원 – 합정역 9km)

누적거리: 1,339km

평균 속도: 4.5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요즘은 한 여름 날씨 같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고 밤에는 약간 쌀쌀하기까지 하다. 어제 날씨는 마치 가을 날씨 느낌이 들 정도로 하늘도 높고 바람도 시원했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야간에 한강변에서 뛰고, 걷고, 자전거 타는 분들을 보며 힘든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활력을 느꼈다. 어제 수요 저녁 걷기에도 17명이나 참석해서 2시간을 열심히 걸었다. 걸으며 즐거운 수다도 떨고, 이동의 한계 속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요즘 주말 걷기나 저녁 걷기 시간에 동호회 사람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건강하게 시련을 극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열심히 걸으며 면역력을 키우고, 좁은 환경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코로나를 극복하거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지 이론 중 ‘동화와 조절’이 있다. ‘동화(assimilation)’란 새로운 정보 혹은 새로운 경험을 접할 때, 그러한 정보와 경험을 이미 자신에게 구성되어 있는 심리적 도식에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조절(accommodation)’이란 새로운 정보 혹은 새로운 경험을 인식하기 위해 기존의 도식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동화나 조절을 통해서 인식을 확장하며 적응하고 살아간다.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경우에는 기존의 사고의 틀을 수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는 오랜 기간 살아오며 누적된 진화의 결과물이자 지혜다. 바꿀 수 없는 상황과 소모적인 투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히려 자신의 심리적 도식을 수정하여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실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에는 통제 가능한 일이 있고, 통제 불가능한 일이 있다. 우리가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제 가능한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집중해야만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의 양은 한계가 있다. 특히나 중장년과 노년기의 삶에서는 더욱 그 한계를 느끼게 된다. 점점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장년기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다.


최근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2일은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지만, 대면 상담이 중지되어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금주부터 화상 상담으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내담자의 신청이 별로 없다고 한다. 주 1회는 상담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열심히 걷는다. 주 2일 정도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하는 일이 주로 머리를 쓰고 입으로 하는 일이라 몸을 쓰는 건강한 노동을 하고 싶었다. 노동으로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다. 국내 패스트푸드점 여러 곳에 시니어 종업원을 채용한다고 해서 신청해봤는데, 70년생 이후 출생자만 신청이 가능하다. 공장에서 일하는 후배에게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코로나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고 있고 환갑 넘은 사람은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을 알아봤더니 나이가 많아 주방과 홀에서 불편해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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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지? 나는 상담심리사다. 걷기, 명상, 상담을 활용하여 심리적, 신체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심신 힐링 컨설턴트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경제적 수입이 없다고 성급하게 나의 정체성과는 전혀 연관 없는 일을 알아보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던 것이다. 생각이 분산되며 생긴 잡념이 바른 눈을 가려버린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살듯이, 나는 나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떠올랐다. 점점 줄어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정체성이 초점이다. 초점이 흐려진다면, 기능을 잃어버려 종이 한 장 태울 수 없는 오목렌즈처럼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비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버티기가 힘들어도 나의 길을 가야 한다. 그간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것임에도 마음이 조급하고 참기 불편해 쓸데없는 일을 꾸미느라 산만하고 분주했다. 이번 일은 삶의 초점을 잘 맞추라는 경고이며 교훈이다.


그날 이후 아침에 일어나면 상담 전공 서적 공부와 명상을 매일 하고 있다. 오전에는 글을 쓴다. 하루에 최소한 한쪽 정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후에는 걷기를 하고, 걷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 이틀은 아내와 함께 손녀를 돌본다. 그리고 아내와 같이 TV를 보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차를 마신다. 매 순간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다 나의 정체성은 가정적으로 남편이고 아빠이고 할아버지다. 사회적으로 상담심리사, 브런치 작가, 심신 힐링 컨설턴트다. 선택의 기준은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 집중은 간단없는 노력이다. 이 글 감을 며칠간 묵혀두었다. 글로 정리하니 체증이 내려간 느낌이다. 이제 시원하고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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