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북부 철도 SBNRR, Siberan North Railroad
코스: 20200727 월요 걷기 참석 (홍제역 – 홍제천 - 합정역) 외 14km
누적거리:1,437km
평균 속도: 6km/h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구글의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인 ‘내면 검색 프로그램 (Search Inside Yourself)’ 내용 중 SBNRR, 일명 ‘시베리아 북부 철도’ 프로그램이 있다. SBNRR 은 5개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모아놓은 것으로, 쉽게 기억하기 위해 이 이름을 붙여서 만들었다. 오늘 화가 난 일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적용시켜보며 빨리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 상담 센터에서 화나는 일이 있었다. 센터에서 최근에 화상 상담을 도입했다. 상담실에 갔더니 컴퓨터와 상담 파일이 마치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듯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누군가가 아침에 서둘러 준비한,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던져 놓은, 느낌이 들었다. 상담 시간에 내담자가 회의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서 센터 직원에게 연락했더니, 해결하지 못하고 전화를 내게 바꿔준다. 그 직원이 상담 업무 담당 직원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무성의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담자와 전화 통화를 해서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 내용을 직원에게 전달해서 오늘 상담은 진행하지 못했고, 시스템 정상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위탁받은 상담 센터로 성인 내담자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사들은 센터를 통해서 정부에서 지급한 상담료를 받는다. 무료로 진행하다 보니 내담자가 사전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No-show 가 발생하기도 한다. 센터에서는 정부에 증빙 자료를 보내서 예산을 수령하다 보니, 이런 경우 상담사는 상담료를 지급받을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한 케이스 상담하기 위해 센터에 갔는데, 내담자가 나타나지 않아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센터의 이런 입장을 이해하기에 시간 낭비와 헛수고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상담을 진행 못 한 것은 같지만 상황이 다르다. 센터에서 화상 상담 시스템 문제로 인해 내담자는 여러 번 시도했음에도 회의방에 들어오지 못했고, 나는 3시간 이상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센터 직원의 무성의하고, 내 시간의 중요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에 화가 났다. 아무리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며, 빨리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정도의 립 서비스라도 했다면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안한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잘 가세요’라고 하는 말에 화가 많이 났다. 상담사를 그냥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화도 나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것 같고, 갑질을 당한 느낌도 들었다. 그 생각이 자꾸 분노를 키웠다. 그러다 문득 ‘시베리아 북부 철도 (SBNRR)’가 떠올랐다.
S (Stop)는 ‘신성한 멈춤’이라는 의미로 더 이상 감정에 매몰되거나 진행하지 말고, 그냥 그 상태에서 머물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곰 씹으면 씹을수록 더 강해져서 나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SBNRR이 떠오르며 자동적으로 ‘신성한 멈춤’이 되었다. B (Breathe)는 ‘호흡하라’는 의미다. 호흡에 집중하며 생각을 떨쳐내는 과정이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동안 생각은 떨어져 나간다. 멈춤이 되고 몇 번의 호흡에 집중했다. 이미 감정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그다음 과정 N (Notice), 이는 몸의 느낌으로 감정을 경험하고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몸에 열감이 느껴졌다. 화가 나면 특히 얼굴에 열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눈 주위가 갑갑해진다. 호흡하며 몸의 감각을 잠시 느껴 보았다. 이미 분노는 어느 정도 사라졌다.
R (Reflect)는 ‘반성의 과정’이다. 이 감정의 근원이나 이면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나는 권위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특히 분노와 피해 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 나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기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나 저항심이 있다. 그들 앞에서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노와 불만을 느낀다. 오늘 일도 ‘상담 센터’라는 기관의 직원들 태도가 나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올라온 감정이다. 직원과 센터가 ‘갑’이 되고, 내가 ‘을’이라는 생각이 분노를 키웠다. 물론 그 직원의 태도가 옳다고는 보지 않지만, 피해의식으로 인해 과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권위 불화’는 오랜 기간 나를 힘들게 만드는 숙제다. 많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올라왔다. ‘투사’일 수도 있다. 그 직원이나 센터가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들을 하찮게 대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처음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에 어질러진 컴퓨터와 상담 파일을 보며 이미 화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인 R (Respond)는 ‘반응하는 과정’이다. 가장 친절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스스로 상상하는 연습 과정이다. 굳이 분노를 표현하지 않고, 권위 불화에서 벗어나 그 직원에게나 센터에게 가장 친절한 반응을 상상하는 과정이다. 그 직원은 아침에 정신없이 서둘러 출근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 상태에서 자신 일도 아닌 일을 책임감 있게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시스템 문제를 그 직원이 홀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 상황에서 그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에 바쁘셔서 정신없으셨죠? 어디 몸이 안 좋으세요? 책상 위에 엎드려있던데. 오늘 많이 당황하셨죠? 이제 막 화상 시스템을 도입했으니 안정이 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내담자가 불편하지 않게 빨리 안정이 되면 좋겠어요.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런 상상을 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시베리아 북부 철도 (SBNRR)’는 일상에서 꺼내어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대부분 굳이 SBNRR 을 꺼내지 않아도 걸으면 저절로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좋은 점은 마지막 단계인 ‘반응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게 되면 상황에 대처하는 대응 방식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같은 상황에 다르게 반응하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자동적 사고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의 물 길을 틀어서 새로운 물 길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마음 근육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연습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