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36]

걷기 캠페인, 한국관광공사 TV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01205 - 20201206 15km

누적거리: 2,66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한국 관광공사 유튜브 채널인 ‘한국 관광 공사 TV’에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인 “걷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따로 함께 걷는 대한민국”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을 어제 마쳤다. 파주에 위치한 모아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는데,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후 2시에 촬영인데, 12시경 도착해서 스튜디오를 보니 10여 명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촬영장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작가와 사전 대본 리딩을 한 후에 화장을 받았다. 이 역시 새로운 경험이다. 내게는 아주 어색한 머리 모양을 다른 사람들은 젊어 보인다고 한다. 화장으로 주름과 입가의 상처는 어느 정도 가려질 수 있었다. 작가, 스태프들, 화장하는 분, 프로듀서 등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로 세상이 멈춘 것은 아니고, 코로나보다 훨씬 더 심한 재앙이 온다고 해도 세상을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도 볼 수 있었다.

김숙 씨와 슬리피 씨는 역시 프로답게 분위기를 잘 이끌어갔다. 특히 김숙 씨의 정확한 발음과 상황에 적절한 목소리, 톤, 말의 속도, 표정을 보며 역시 프로는 프로라는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슬리피 씨 역시 분위기를 어떻게 띄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게스트와 MC의 연결 고리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해 주었다. 방송을 통해 접한 슬리피 씨에 대한 안쓰러운 소식은 그냥 소문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았다.

게스트로 참석한 여성 인플루언서와 걷기 왕으로 나오신 분과 걷기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그들의 나이에 걸을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젊은 나이에 이미 걷기를 즐기고 있었으며, 걷기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며 각자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이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좀 더 깊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오길 바란다.

아내와 처남댁은 당일 로드 매니저가 되어 픽업 서비스를 담당했다. 원래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었는데, 두 사람의 친절한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두 분은 나를 내려준 뒤 근처 음식점과 아웃렛 매장을 돌며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촬영을 하나의 가족 축제라고 생각을 하며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집에 돌아온 후에 처남도 불러서 집에서 간단한 와인 파티를 하며 촬영 분위기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와 덕담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냈다.

장모님과 누나가 축하 전화를 주셨다. 그냥 별 일 아닌 유튜브 촬영에 온 식구들이 가족 축제를 하듯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만약 공중파 TV에 출연한다면 얼마다 더 난리법석을 떨지 상상이 된다. 즐거운 상상이다. 가족들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나의 즐거움과 슬픔이 바로 가족들의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 뿌리에 나온 다양한 가지들과 꽃들이다. 꽃 한 송이가 시들면 전체 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시든 꽃에 다른 꽃들이 힘을 불어넣어 다시 활짝 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서로를 위하며 사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란 바로 이런 의미다. 나의 이로움이 바로 타인의 이로움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촬영은 의미가 있다. 걷기를 통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면, 그 좋은 기운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길 조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들과 후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를 위하는 길이 타인을 위한 길이 된다는 자연의 섭리를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깊게 느끼고 있다. 이번 촬영을 계기로 좀 더 걷기에 대한 마음가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방송에서 내가 얘기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걸을 것이고,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걷기 홍보 대사 역할을 하려 노력하며 걸을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은 “정신적인 시련은 걷기라는 육체적 시련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다. 나 역시 힘든 상황을 걸으며 극복했기에 자신 있게 이 말을 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고 경고 단계가 격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사람들은 만나지 못하지만 혼자라도 마스크를 쓰고 따뜻하게 옷을 입고 집 주변부터 걸으며 심신의 활력을 되찾고 유지하길 바란다. 이번 캠페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걷기와 함께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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