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145]
“미스 트롯 2” 공감과 수용
날짜와 거리: 20201225 13km
누적거리: 2,83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이 크리스마스지만 전혀 크리스마스답지 않은 날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날씨가 푸근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개천가를 걷고 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나와 걷거나 자전거 타고 놀고 있는 것을 보니 공휴일인 것은 알겠지만, 길가 어디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럴도 들리지 않고 트리도 볼 수 없다. 우리 집 한 구석에는 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두어 달 전부터 불을 밝히고 있다. 손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내와 나 모두 반짝이는 트리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코로나가 앗아간 크리스마스를 내년에는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심지어 산타 할아버지도 도착 후 2주간 격리해야 해서 내년 초에 온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어느 어린아이는 선물로 코로나 백신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동심이 사라질 것 같아 괜히 어린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점심 식사 후 한강변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강바람이 시원하고 햇빛이 좋아서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람들이 많이 나와 운동을 하거나 가족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코로나가 아무리 우리를 괴롭혀도 우리의 일상은 몇 가지 지침 외에는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정말로 죽을 만큼 힘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이고 버티기 힘든 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견뎌보자. 지난주부터 ‘미스 트롯 2’가 시작됐다. ‘미스 트롯 1’과 ‘미스터 트롯’ 본방 사수를 해 온 나로서는 ‘미스 트롯 2’를 너무나 기다려왔다. 단지 노래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의 역경과 살아온 얘기가 울림을 주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이 지금 힘든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 분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어제 방영된 ‘미스 트롯 2’에서는 장윤정 씨보다 먼저 데뷔했고 불렀던 노래가 인기를 얻고 있는 도중에 장윤정 씨의 노래 ‘어머나’의 출현으로 그 가수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 얘기가 나왔다. 장윤정 씨는 미안해했고, 그 선배 가수는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선배 가수는 몇 년간 무대에서 볼 수 없었고, 심한 성대결절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시 재기하기 위해 이 무대에 선 것이다. 자신이 부른 노래 ‘자기야’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데, 정작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은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다시 가수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용기 내어 지원했다고 한다.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또 후배인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결코 편하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기 내어 도전을 했다. 그 가수의 도전을 응원한다.
작년에 ‘미스터 트롯’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임영웅 씨의 대학 교수도 도전했다. 심사위원 석에 앉은 임영웅은 어쩔 줄 몰라하고, 그 가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흔한 얘기로 계급장 모두 떼어버리고 이 자리에 선 것이다.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미스 트롯 1’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다시 도전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 웬만한 용기로는 다시 설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들은 다시 힘을 내어 도전했다. 오뚝이 같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수들의 인생 이야기, 용기, 도전 정신이 지금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작년에 ‘미스터 트롯’으로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미스터 트롯' 출신 심사위원들은 출연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노래에 대한 평가를 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출연자들의 엄청난 긴장감, 심사 위원들의 냉정한 평가와 따뜻한 조언, 무명 생활의 외로움과 고통 등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출연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공감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장민호 씨는 ‘심사위원의 평가는 발전을 위한 말씀이지, 비난이나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출연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출연자들이 심사위원의 평가에 혹시나 상처를 받을까 염려되어하는 따뜻한 말이다. 이런 공감이 출연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또한 심사위원들도 평가를 하면서도 ‘하얀 거짓말’ 대신에 ‘고통스러운 진실’을 얘기하는 모습에서 출연자들과 공감하고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출연자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이다. 이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출연자들에게는 명약이 될 것이다.
출연자들 역시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노래로만 진검 승부를 하며 심사위원의 말을 수용하고 있다. 수용은 자신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것이다. 그때 듣는 명약 같은 조언은 이들에게 감로수 같은 생명수 역할을 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One-point lesson은 출연자들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만병통치약이다. 출연자들은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또 자신들에게 필요한 조언이기에 기꺼이 수용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심사위원과 출연진들은 공감과 수용을 하며 서로 교감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교감은 성장과 성숙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공개경쟁을 하는 자리이기에 언젠가는 순위가 매겨질 것이다. 하지만 한 선배 가수인 심사위원은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 좋은 날 올 것이라는 말로 후배 가수들을 격려했듯이,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발전을 이뤄낼 것이고, 그들의 발전은 K-트롯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게 같이 발전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또한 지금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위로와 위안을 받고, 또한 용기를 내어 다시 일어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