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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의 걷기 일기 0163]

소통의 중요성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0117

코스: 휴식

누적거리: 3,012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소통 방법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활동하는 SNS 종류가 여러 가지다. 블로그, 브런치, 밴드 페이지,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 인터넷 문맹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다시 연락이 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전혀 몰랐던 사람과 SNS를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걷기 동호회 활동도 각자 걷고, 걸었던 기록을 카페에 올리며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내고 있다.


손녀가 보고 싶을 때 페이스 톡을 한다. 나와 아내는 열심히 질문을 하고, 손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정확한 의미의 소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행복한 것을 보면 정확한 소통보다는 마음으로 전달되는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기 전에 카톡으로 ‘전화 가능해?’라고 사전에 물어본 후에 전화를 한다. 그런 사전 연락 없이 불쑥 전화를 하면 가끔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언제든 전화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편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절차를 따른다. 불편하지만 이미 많이 익숙해져 있다.


조카가 내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그 조카의 인스타그램을 사위가 팔로우하고 있다. 둘이 SNS를 통해서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의 소통방식이다. 딸은 가끔 손녀가 노는 영상을 찍어서 우리에게 보내주고, 우리는 그 영상을 장모님께 보내 드린다. 멀리 있으면서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지낸다. 같이 걷거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각자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보관하고 싶은 사진만 추려서 추억을 보관한다. 가끔은 사진을 묶어서 영상을 만들어 추억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또한 그 영상을 공유하며 추억을 공유한다.


SNS에 글을 쓰면 사람들이 댓 글을 달며 서로 소통한다. 비록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댓 글을 보며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알고 내 글을 읽고 댓 글을 쓰는 것 같은데,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굳이 누군지 확인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마치 유리 상자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노출되어 있지만 상대방을 볼 수가 없다. 상대방은 글을 통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나는 상대방이 누군지 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더욱 글 쓸 때 신중하게 쓰게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사행성 광고나 이상한 댓 글을 남겨서 요행을 바라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차단을 시켜도 다시 들어온다. 도저히 차단할 방법이 없고, 삭제를 해도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글들을 쫓아다니며 삭제하고 차단하고를 반복할 수도 없다.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둔다. 반면에 어떤 사행성 복권을 댓 글로 광고하는 사람 중 한 분은 어느 날 댓 글로 자신의 글을 삭제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한 분도 있었다. 자신의 사행성 글이 내가 쓴 글과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폐가 될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분의 마음이 고마웠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더 사람들과 만나거나 접촉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각자 고립무원에서 살 듯이 홀로 살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 맞는 소통 방법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런 면에서 SNS 활동은 매우 중요한 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 가끔은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보다는 글로 차분히 정리해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 주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다. 말은 흘러가고 잊히지만, SNS에 올린 글은 어딘가에서 나도 모르게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누가 내가 쓴 글을 어디로 공유할지도 모르고, 누가 내 글을 읽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더욱 신중하게 단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요즘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저장, 유통되는 개인정보와 글들을 영구적으로 파기해 주는 직업이다. 최근에는 모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SNS 글이 문제가 되어 취업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한다. SNS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잘못 활용하면 자신과 사회에 피해를 초래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또한 가짜 뉴스가 판을 치면서 진실게임을 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좋은 소통 수단이 오히려 우리에게 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 수단의 문제가 아니고 소통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결코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살 수가 없다.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소통 방법의 변화를 어느 정도라도 따라가도록 노력을 해야만 사회제도의 편리함을 취할 수 있다. 인터넷 문맹은 밝은 세상에 살면서 스스로 어둠에 갇히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들어가면서 이런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외면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신의 성 안에 갇혀 살게 된다. 몇 가지 SNS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분야에서 아날로그의 삶을 살고 있다. 아내와 딸, 사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나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가끔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편하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부족한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소통하고 살아간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쯤 어딘가에 살고 있다. 소통 방법이 아무리 변해도 소통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소통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코로나가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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