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와 거리: 20210118 – 20210120 18km 코스: 휴식 누적거리: 3,030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요 며칠 마음이 편하지 않고,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예민해졌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데 왜 이런지 알 수가 없다. 집에서 별로 얘기도 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는다. 다행스러운 일은 코로나로 사람들 만날 일이 없어서 부딪힐 일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나의 상태는 어떤가? 사소한 일에 예민하고 짜증이 난다. 웃음이 많이 없어졌고,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다. 활력이 없고 만사 귀찮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머물며 걷고 싶을 때 걷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어떤 부담도 느끼고 싶지 않다. 그냥 나 자체로 살고 싶다. 약간의 우울감이 있는 것 같다. 잠은 잘 자는 편인데 꿈을 많이 꾸고, 걸을 때 자꾸 하품을 한다. 충분한 수면을 못 취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진 것 같다. 근데, 수면은 늘 그래 왔었다. 식사도 평상시처럼 먹는다. 한때는 식욕을 느끼고 입맛이 좋았는데, 식욕은 많이 준 것 같고,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없다. 이 부분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면 최근에는 일정 기간 허기를 느끼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조금 지쳤을 수도 있다. 결과는 나오지 않는데도 매일 오전에 하는 일이 루틴이 되었다. 루틴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되니 질렸을 수도 있다.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성취할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루틴에 따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무기력일 수 있다. 명상하고, 글 쓰고, 걷고, 상담 전공 서적 공부하는 것들이다. 부담스러운 일도 아니고 매일 빠지지 않고 잘 해왔던 일이다. 이 루틴이 지겨워졌거나 부담이 되었나? 아니면, 그렇게 한다고 어떤 변화가 생길 일도 없는데, 괜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 이 일 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시간이 지루할까? 반복의 힘이 주는 생활의 균형과 활력이 있다. 그리고 루틴은 익숙해지면서 나를 이끌고 가기도 할 것이다. 이것은 정확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일까? 원래 홀로 잘 지내는 편이다. 그리고 가끔은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되기에 오히려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물론 가끔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수다도 떨고 한 잔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다. 요즘은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술을 마시지 못해서 마음의 병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식사하며 가끔 한잔씩 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리워서? 예전에는 외로움을 많이 탄 편이지만, 요즘은 그렇지는 않고 특별히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거나, 술을 마시지 못해서도 아니다.
건강 문제인가? 가끔 왼쪽 아랫배에 통증을 느낀다. 전립선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고 좌욕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의사 선생도 전립선 관련된 것은 아닌 것 같고, 통증이 지속된다면 장(腸) 이상이 있으니 건강검진을 받아보라고 한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병원에 갔을 때 느꼈던 같은 위치의 통증이기에 전립선과 연관이 되어있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좌욕을 하면서 통증이 줄어들었는데, 요즘 다시 통증을 느낀다. 오늘 아침에는 오른쪽 아랫배에 같은 증상이 느껴진다. 건강 검진을 한번 빨리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단순히 노화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해 예민해진 건가? 아니면, 꾸준히 운동하는데도 이런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 불편한가?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노화현상으로 이런저런 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병은 의사에게 맡기고 나는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병으로 인한 불편함도 있고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 끼칠 수 있는 부담이 걱정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무기력하거나 예민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가? 명상, 걷기, 글쓰기, 상담, 상담 공부, SNS 활동, 강의 등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 조차 하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시간에 치여서 살게 될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해왔는데, 이 일이 나에게 부담이 되었을까? 그냥 밥 먹듯이 하면 되는 일이다. 굳이 잘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별 무리가 없는 일들이다. 또 하지 않아도 문제 될 일은 없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고민하고 이것저것 좌충우돌하면서 찾은 일 거리, 놀 거리, 할 거리가 이것들이다. 또 이 일을 평생 할 일이라 생각하고 지내왔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할 일을 찾았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 자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노화 현상의 일부인가? 갱년기 증상인가? 60대 중반에 갱년기가 올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일종의 통과 의례처럼 오는 일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증상에 휘둘리지 말고, 할 일을 하며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몸을 갖고 태어난 인간의 숙명이다.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것이 몸을 지닌 모든 존재들의 삶이다. 이 자체가 삶의 과정일 뿐이다.
책 발간 때문인가? 원고와 출간 제안서를 100 곳의 출판사에 보내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곳에서는 금주 내로 연락을 주기로 했고, 약 20 곳의 출판사에서는 정중하게 출간이 어렵다는 메일을 보내왔다. 허긴 전문 작가도 아니고, 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걷기 관련 글을 쓴 내용을 출간하겠다는 출판사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이 일과 관련해서는 원고를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다. 보완한 후에 다른 출판사 20곳 정도에 보낼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 일도 마음 그림자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스스로 내린 결론은 경미한 노화 증상이 생겼고, 약간 지쳐있는 것 같다. 노화 증상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 외에 별 다른 치료법이 없다. 다만 꾸준한 운동, 걷기를 통해 노화로 인한 무기력과 경미한 우울감을 회복하면 된다. 지쳐있는 것은 쉬면 된다. 루틴도 조금 줄여서 명상만 하고, 상담 공부나 글쓰기를 잠시 접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보다 좀 더 자주 많이 걸을 필요가 있다. 집 주변만 걷지 말고, 서울 둘레길이나 다른 길을 찾아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명상과 걷기 외의 다른 활동은 잠시 접어두는 것도 좋겠다. 상담은 예약이 된 사례만 진행하고, 다른 사례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으면 된다. 에너지가 쌓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내 삶의 우물에 샘물이 고이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기다리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