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표, 파이팅!!
날짜와 거리: 21210811 - 20210812 22km
코스: 월드컵 공원, 난지천 공원 외
평균 속도: 4km
누적거리: 4,61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어제 후배 사무실 근처에 찾아가서 함께 낮 술을 마셨다. 보관하고 있었던 물건을 전달받고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사회에서 헤드헌팅 업무를 하다 만난 친구들과 가끔 같이 걸으며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후배도 그 인원 중 한 명이다. 단 둘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그럼에도 그간 여러 번 같이 걸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고, 또 술 한잔 마시며 속내를 얘기하니 오랜 친구가 된 느낌이 든다. 그 친구는 모임에서 늘 웃는 얼굴과 우렁찬 목소리로 분위기를 질 이끌어가는 활기찬 친구다. 매번 모임 때마다 직접 내릴 커피를 인원수만큼의 텀블러에 담아와서 나눠주는 마음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이다.
술 한잔 마시며 자연스럽게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5, 60년 이상 살아온 사람들이니 각자 살아온 그간의 삶을 풀어내면 영화 한 편 쓸 정도의 분량은 충분히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아마 고통스러운 자극이 없다면 삶 자체는 무료하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동력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힘든 과정을 겪어내고 편해지려는 노력이 삶을 만들어 간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살고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그 사람들 역시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권력, 부귀, 사회적 지위 등 일반적인 성공의 기준을 성취하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도 얘기할 수 없는 괴로움을 갖고 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힘든 존재인가 보다.
그 친구 얘기를 들으며 많이 놀랐다. 대기업에 입사 후 재무팀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 이후 기업에서 후원해주는 창업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기업 경영 및 재무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했다. 우연한 기회에 안정적이고 전망이 좋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크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서 아주 큰 부채를 안고 사업을 정리했다. 채권자들을 모아놓고 채무 변제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채권자들을 설득했다. 오랜 세월 동안 그 약속을 지켜왔고, 지금은 부채 금액 단위가 한자리 떨어졌다고 한다. 억 단위에서 천만 단위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 큰 금액을 파산 신고도 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버텨 낸 그 친구의 강한 의지와 노력에 많이 놀랐다.
어떻게 그 큰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낮에는 기업 경영 컨설팅과 교육, 인사 및 재무 컨설팅과 헤드헌팅을 했다. 저녁과 주말에는 대리 기사, 주유소 급유, 농수산물 시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아 쉴 틈 없이 일하며 갚아나갔다. 주유소에서 근무할 때는 나이 어린 손님들에게 ‘가득 채워!’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그 힘든 과정을 잘 버텨내서 고맙고 미안해한다. 가장으로서 큰 짐을 홀로 짊어지며 살아왔던 과정에서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함께 걷고 웃으며 어울렸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그의 얘기를 들으니 그의 웃음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렁찬 목소리를 지닌 그 친구는 웃음소리도 크다. 근데 가끔 그 웃음소리가 알맹이가 없는 소리로 들렸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즐거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많이 웃는데 웃고 있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고, 행복하기 위해서 웃는다고 한다. 맞다. 그 친구는 행복하기 위해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의 웃음 속에는 설움과 고통이 녹아있다. 웃는 얼굴에는 슬픔과 회한이 녹아있다. 우렁찬 목소리는 처절한 절규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모든 감정과 경험들을 초탈한 웃는 얼굴, 즐거움이 묻어난 웃음소리, 행복함이 넘쳐 저절로 춤을 추는 밝고 활기찬 몸짓을 듣고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힘든 과정을 겪어내면서 가정의 소중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한, 고마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가정이 있기에, 또 가족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성장해서 대학생이 되었다. 지금은 회사를 설립해서 경영 컨설팅, 재무 컨설팅, 인사 컨설팅, 공무원 채용 면접관, 헤드헌팅 등의 업무를 하며 알차게 하루하루 보내며 지낸다. 최근에는 걷기에 재미를 느껴 혼자 시간 나는 대로 걷고 있다. 걷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날려버리길 바란다. 어쩌면 이미 찌꺼기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다. 긴 세월을 견디며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경험과 기억들은 이미 풍화작용으로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고통은 반드시 선물을 베풀어 준다.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이 그 첫 번째 선물이다.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붙이며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자신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선물이다.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멋진 선물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으며 돌다리도 두들기듯 신중한 태도로 변한 것도 좋은 선물이다. 세상사가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겸손을 체득한 것도 아름다운 선물이다. 가장 큰 선물은 이미 아주 험하고 높은 산을 넘었기에, 앞으로 다가올 산과 강은 편안하게 넘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잡으며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살아갈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의 멋진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오대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