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일기 0290]

걷기와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

by 걷고

날짜와 거리: 20211018 - 20211019 15km

코스: 홍제천, 월드컵공원 외

평균 속도: 4.2km/h

누적거리: 5,178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가을이 사라지고 갑자기 겨울이 온 느낌이다. 며칠 전에는 60여 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라고 한다. 이상 기온이 점점 심해진다. 지구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 인지도 모른다. “자연은 인간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글을 어딘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삶과 별개로 자연은 자연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들 역시 자신의 삶 외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태풍이 몰아치고, 한파가 닥치고, 가뭄과 홍수가 계속되고, 큰 화재가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연은 자연대로 생존하기 위해, 또 인간은 인간대로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또는 상생은 불가능한 일일까? 숲을 보존하기 위해 육림 하고 훼손하지 않으면 자연은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준다. 숲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정성이 필요하고,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자연의 도움이 필요하다. 숲은 수동적이다. 인간이 베어내도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자연은 베어낸 만큼의 인간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비록 당장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반드시 우리가 한 행동에 맞는 대가를 요구한다. 상생은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별개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매우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자연에게 한 만큼 자연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려준다. 자연은 인간의 삶에는 무관심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과 인간은 이렇게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어떤가? 인간은 몸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최우선시하는 것이 자신의 생명 보존이다. 따라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보시를 하는 이유도 실은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에서 나온 행동이다. 사랑과 보시를 베풀면 그만큼 자신이 행복을 느끼고, 받은 사람들의 사랑과 보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받은 사람을 통해서 돌아올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돌고 돌아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돌아온다. 모든 행동에는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른다. 선행에는 선과(善果)가, 악행에는 악과(惡果)가 따른다. 이는 자연의 섭리이자 철칙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행한 모든 행동과 말, 그리고 마음가짐은 반드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이런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음에도 가끔은 자신만은 예외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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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은 자신의 이기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부처님은 ‘무아(無我)’를 말씀하시며 “나‘라는 존재가 없다고 하셨다. ’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기심은 저절로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 사랑‘을 말씀하셨다. 사랑은 베푸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심 없이 타인에게 베푸는 것이다. 이기심이 있는 한 참다운 사랑은 존재할 수 없다. 같은 행동에도 의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사랑을 베풀며 대가를 기대하는 것과, 아무런 대가 없이 무조건 베푸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 격이 다르다. 오직 자신만이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행을 하더라도 이기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이기심이 자신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타심과 이기심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기심과 이타심 모두 자기만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을 도움으로써 행복감을 느끼는 것과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희열감을 느끼는 것 둘 다 자기만족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행동이다. 전자는 이타심의 행복이고, 후자는 이기적인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최근에 ‘유 퀴즈 온 더 불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91세의 예식장 대표님이 나오셨다. 14,000 쌍의 결혼식을 무료로 진행하고 계신 분이다. 1967년 6월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50년 이상 무료 예식장을 운영하고 계신다. 길에서 사진사로 활동하며 모은 돈으로 이층 건물을 구입하고, 당신처럼 돈이 없어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는 분들에게 사진 값만 받고 예식장과 예식에 필요한 모든 준비물을 무료로 대여해 주시는 분이다. 사진 값도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받지 않으신다고 한다. 화면에 나오신 얼굴과 걸음걸이를 보고 91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고, 하시는 말씀 한 마디마디마다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묻어 나온다. 화장과 폐백, 드레스 고르는 일들을 도와주시는 사모님께서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하신다. 딸 부부가 서울로 모시고 가려고 시도했는데, 당신께서는 예식장을 운영하며 행복했던 기억을 기록해서 보여주시며 이런 행복한 삶을 두고 서울로 올라갈 수 없다고 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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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힘들었던 상황을 극복한 후에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올라온다. 그 연민의 감정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편을 생각하게 되고, 그 방편을 실천하고 살아가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삶의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만 욕심과 이기심이 그 단순함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닌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위한 기본 준비는 완료된 것이다. 그다음부터 ‘우리’를 위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만 하면 면 된다. ‘우리’ 안에는 이미 ‘나’ 도 포함되어 있다.


신신 예식장 대표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을 돌아본다. ‘걷고의 걷기 학교’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잘 내린 결정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갖게 되었다. 걸으며 힘든 시간을 극복했기에, 힘든 사람들이 걸으며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생각한 일이다. 무료로 진행하겠다는 것도 잘 내린 결정이다. 추후에 1박 2일 힐링 캠프를 진행 시에는 소요 경비는 받아야 하지만, 그 외에 내가 혼자 진행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무료로 진행할 계획이다. 언젠가는 아내도 대표님의 사모님처럼 나를 자랑스러워할 날이 오면 더욱 기쁠 것 같다. 아내의 인정은 그간 추구해 온 길과 노력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 될 것이다.


코로나도 서서히 기세가 누그러지고 있다. 정부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10명 이상 모임이 가능한 시점이 오면 저녁 걷기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지리산 다녀온 친구들과 저녁 걷기를 월 2회, 걷기 동호회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 걷기를 통해서 10개 코스를 확정하고 2시간 동안 진행할 프로그램을 좀 더 세부적으로 준비해서 내년 초에 ‘걷고의 걷기 학교’를 오픈하려 한다. 걷기 학교가 나의 행복과 주위 사람들의 행복이 교차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방편이자 나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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