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승 1000리 길 구법순례
날짜와 거리: 202201011 7km
코스: 일상 속 걷기
평균 속도: n/a
누적거리: 5,871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불법승 1000리 길 구법순례’를 취재한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2021년 9월 30일부터 10월 19일까지 19일간 423km를 사부대중이 함께 걷는 순례 프로그램이다. 송광사에서 출발해서 해인사를 거쳐 통도사에서 회향하는 1000리 길을 걸으며 불법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 약 4년 전쯤 삼보사찰 순례를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송광사는 승보사찰이다. 스님들의 교육기관으로 송광사에서 출가를 한 후 행자기간을 거쳐 비구가 된다. 해인사는 법보사찰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을 모셔 둔 사찰이다. 비구가 된 후에 해인사에서 불법을 공부한다. 통도사는 불보사찰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이다. 해인사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가 되는 것이다. 아마 종단에서 구법 순례 길을 구상할 때에도 이 순서대로 순례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TV를 통해서 본 순례자들의 걷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설렜다. 내가 몇 년 전 생각했던 길이 열린 것이다. 가고 싶다. 월정사 단기출가를 하게 된 계기도 우연히 TV에서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취재한 것을 보고 발원해서 다녀왔다. 해남 미황사에서 운영하는 ‘참사람의 향기’라는 10일간 수행 프로그램도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산티아고 길을 가게 된 것은 후배가 우연히 전한 책과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시기적절하게 방영하는 프로그램은 길을 제시해주었고, 나는 그 길을 다녀왔고 수행을 했다. ‘1000리 길 구법순례’를 시청하면서 가고 싶다는 설렘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만큼 가고 싶은 순례길이다. 하루에 약 20km 정도를 걷는다. 텐트가 가지런히 쳐진 것을 보니 후원 단체에서 순례자를 위해 사전에 머물 곳에 가서 설치를 해 놓은 것 같다. 사찰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길 안내자가 있고, 숙식이 해결되는 길을 걷는 것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최상의 조건이다. 더 이상 좋은 조건은 없고 필요도 없다. 걷는 일은 다리가 있으니 왼발, 오른발 움직이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깨어있으며 걷는 일이다.
검색을 해보니 걷는 내내 휴대전화는 사용을 금지하고, 침묵을 유지하는 조건이 있다. 이 또한 너무 환상적인 조건이다. ‘담마 코리아’에서 10일간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에도 ‘거룩한 침묵’을 유지해야만 한다. 서로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침묵을 통해서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길을 걸으면 저절로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세상과 단절이 된다. 출가를 하는 것이다. 침묵을 하니 외부를 향하던 시선과 사고를 자신에게 돌리게 된다. '참 자기'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출가’는 세상과 인연을 끊는 것이 아니다. 세상 속에서 출가를 하는 것이다. 세상사를 겪으며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얻는 것이다. 그 후에 자연스럽게 넘치는 법의 향기를 주변에 있는 중생들에게 퍼뜨리는 것이다. ‘1000리 길 구법순례’는 참다운 수행자가 되는 아주 좋은 방편이다. 올해도 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꼭 참석해서 걷고 싶다. 발원을 한다. “걷기를 통해 심신이 지친 분들에게 회복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길을 걷는 것이 제게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고, 구법 순례 길을 걸으며 느끼고 배운 것을 걷기 프로그램에 접목시켜서 많은 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디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마음 모아 기원한다. 지금까지 발원하면 모두 이루어졌다. 구법 순례 길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천년 사찰 옛 길‘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마다 잊힌 옛 길이 있다. 다시 복원된 길도 있다. 하루 여유롭게 머물며 스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사찰 얘기도 들으며 옛길을 걷고, 글을 쓴 후에,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고 싶다. 스님들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는 사찰 옛길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찾아 놓은 길이 몇 군데 있다. 그 길부터 가보려 한다. 혼자 가거나 템플 스테이와 걷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몇 명이 함께 가도 좋을 것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구정이 지난 2월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올해는 구법 순례길, 천년 사찰 옛길 외에 양평 물소리길과 경기 둘레길도 걷을 생각이다. 길동무들과 함께 또는 걷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길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다양한 길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많은 길을 걸으며 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대상에 맞는 적합한 장소를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도 길이 많지만, 가끔은 지방에 있는 좋은 길을 걸으며 심신을 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찰과 연계해서 ‘심신 치유 캠프’도 구상 중이다. 걷기, 명상과 집단 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평생 가야 할 길이다. 구정 이후부터 첫 프로젝트로 ‘간병인을 위한 걷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걷고의 걷기 학교’를 시작할 것이다. 그 이후 다양한 동질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길을 걸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운영할 것이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과 경험, 상담 심리 공부와 상담 경력, 꾸준히 수행해 온 명상 등이 한 길로 모여진다. 그 길이 바로 심신 치유를 위한 ‘걷고의 걷기 학교’이다. 이 길을 찾기 위해 그간 수많은 방황을 했었고, 그 결과 길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방황의 과정을 통해서 조금 단단해졌고, 안에 작은 열매들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품었던 열매들을 나눌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