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의 걷기 학교' 첫걸음
날짜와 거리: 20220112 - 20220113 14km
코스: 경의선 숲길 외
평균 속도: 5km/h
누적거리: 5,885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길을 걸으며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동기가 되고, 동기가 그 일을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주고, 그 동력이 삶의 활력이 되고, 활력이 삶의 기둥을 세워준다. 정신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을 더욱 몰아치거나 자신의 의지가 박약하다며 자기 비하와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이런 자세는 자신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결국에는 소진으로 인한 포기 상태에까지 이르게 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힘들 때에는 몸의 감각에 집중해서 마음의 불편함과 거리두기를 하며 몸의 활력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몸의 활력이 되돌아오면 서서히 정신이나 마음도 회복이 된다. ‘걷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몸이 지칠 때, 몸을 쉬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면 몸이 서서히 회복되기도 한다. ‘명상’이 필요한 이유이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심신이 편안해지면,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걷기’를 통해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걷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심신 치유에 도움이 되는 걷기가 될 것인지 고민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동호회 모임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다소 제한이 있었지만 침묵 걷기, 시작 전후 스트레칭, 종소리 명상, 걷기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았다. 불편하게 느꼈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몇몇 분들은 걷기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종소리’ 여운이 남아서 편안했다고 하며 고마움을 전해준 분들도 있었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로 힘들고 바쁘게 지냈는데, 침묵 걷기를 하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도 있었다. 길동무들의 이런 피드백은 내게 힘을 주었고, 프로그램 내용을 조금 더 다듬으며 좋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감도 심어 주었다.
걷기 프로그램을 ‘수수 책방’이라는 서점과 함께 운영해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제목을 ‘WMC(Walking, Meditation, Counseling) 프로그램’으로 명명했다. 걷기, 명상, 상담의 영어 단어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이름이다. 내용은 걷기 동호회 활동과 거의 같았다. 서점에서 참가 인원을 모아주었고, 그분들을 모시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과 모임 인원 제한으로 두 번 모임 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20년 7월에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1년 반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며 다듬고, 단순화시키고, 정리했다. 이제 최종 프로그램을 확정 지었다. 기본 원칙은 예전과 같다. 걷기, 명상, 상담을 접목시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도록 준비했다. 프로그램 내용은 최대한 단순화했고, 코스도 여덟 곳을 확정 지었다. 최소한 50번 이상 걸었던 길로 확정 지었다. 만약의 상황에 대처하기 편안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어디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지도 잘 알고 있다.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도 있고, 시원한 한강 공원도 있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는 장소도 포함되어 있다. 그 길을 다시 걸으며 정확한 거리와 소요 시간, 화장실 위치, 휴식 장소, 스트레칭과 종소리 명상을 진행하기 편안한 장소, 침묵 걷기에 적합한 장소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간병 요양인들을 위한 걷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안내문을 작성한 후 세 명의 지인들에게 보내서 문구와 내용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세 분 모두 자신의 일처럼 정성 들여 검토한 후 조언을 주었다. 문서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지인은 꼼꼼한 검토와 수정을 해주었다. 실제로 부모님 간병을 하기 위해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인은 용어 선택이나 요양보호사들의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조언을 주기도 했다. 또한 요양보호사 단톡방에 올려서 피드백을 받아 전해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다음 주에 공지 후 구정 이후부터 8주간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이 있어서 많은 분들을 모시지 못해 아쉽다. 프로그램 성격 상 8인 이하가 적당할 것 같다. 다음 주부터 모임 인원이 6명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5명을 모실 수 있다.
걷기 마친 후 ‘나누기’ 시간을 어디에서 할까 고민 중이다. ‘나누기’가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걷기 종료 지점 주변의 커피숍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커피숍은 조금 산만해서 ‘나누기’를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코스를 다시 걸으며 종료 지점 근처의 모임 공간과 대여료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 차분하고 조용한 장소에 모여 차 한 잔 마시며 집중해서 ‘나누기’를 하며 공통 관심사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모임 단톡방을 만들어서 모임 공지와 정보 공유도 할 생각이다. 또한 걷기 후기를 간단하게 글로 써서 단톡방에 올리도록 권유해서 함께 공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걷고의 걷기 학교’ 명함도 만들 생각이다. ‘걷고’의 이름으로 ‘걷기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며 함께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 오늘 아침에 카톡 이름도 ‘걷고 이휘재’에서 ‘걷고’로 변경했다. ‘이휘재’는 부모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름이다. 이제는 스스로 만든 닉네임 ‘걷고’가 나의 이름이 되면 좋겠다. 그동안 나를 지칭하는 이름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법천’, ‘혜명’이라는 법명도 있고, 사회에서 부르는 직위가 이름이 되기도 했고, 아빠, 남편, 아들, 사위, 동생, 형 등 다양한 이름들이 있었다. 이름은 부르면 부를수록 그 이름값을 하게 된다고 한다. ‘걷고의 걷기 학교’를 통해서 걷기가 일상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날이 오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