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3,000원의 행복)

3,000원의 행복

by 걷고

요즘은 얼마 남지 않은 시험공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억력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나고, 더 이상 기억이 저장될 공간도 없습니다. 다른 여러 잡다한 일로 그나마 조금 남은 저장 공간이 마저 채워집니다.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는 어리석은 노력일 것입니다.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는데, 희한하게도 공부하면서 콧노래가 나옵니다. 기억력은 바닥을 드러내 놓고 있는데도 콧노래를 부르며 공부를 하니 집중력도 그만큼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콧노래가 나오는 것을 스스로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시험공부하면서 머리가 많이 아팠는데, 올해는 다행스럽게 두통은 없고 오히려 콧노래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니 뭔가 집중하며 현재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이 제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공은 지금-여기 밖에 없다고. 내일 걱정하지 말고, 과거로 인해 마음 고민하지 말고, 다만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몰입과 집중이다. 그렇게 살면 삶의 어려움은 절로 사라진다고. 이번 시험공부를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어쩌면 공부하고 있는 그 자체가 그 결과로 얻은 수확보다 훨씬 큰 것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늘 공부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 가장으로서 부족한 부분들이 저를 많이 괴롭혔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살아가는 이치를 체득하고 있습니다. 내일 다른 좌절이나 역경이 오더라도, 그냥 오늘 주어진 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할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현자께서 '내일 죽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뜻을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퇴근하며 지하철 역사에서 크로켓을 두 개 샀습니다. 집사람이 크로켓을 좋아해서 3,000원에 두 개를 사 들고 집에 가는데 기분이 절로 좋아졌습니다. 비록 아주 작은 물건이지만 아내를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샀다는 사실이 저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사람이 전철역 앞에서 저를 기다렸다가 손을 흔들고 반겨주는 모습도 고마웠고, 크로켓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행복은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하든 상관없이 세상 사람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저를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여기에서 제가 누군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밖에 행복은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여기 이 순간에 만나는 분들께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대하고, 지금-여기 이 순간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지금-여기를 벗어나지 않고 몰입과 집중을 하게 되면 행복은 굳이 찾을 필요 없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을 겁니다.

파랑새를 오랜 기간 찾아왔지만, 이제 저는 파랑새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마치 십우도(심우도)에 나오는 소 뒷발굽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걷기를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많은 말씀을 나누곤 했습니다. 스스로 돌이켜 보니 마음을 다해 대했던 적도 있었고, 겉으로만 대했던 적도 있었고,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런 부분들을 반성해 봅니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만큼은 멈추지 않겠습니다.

오늘 가깝고 소중한 분들을 위해 마음의 온 정성을 쏟아 뭔가 한 가지를 해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반복을 하면서 습관이 되면, 그 습관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3,000원으로 여러분의 행복을 사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매 순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15. 6)


cLg1whb2BgREm7KN-ujSXWbtBTM.jpg_brunch.png


작가의 이전글삶 속의 나 (아빠와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