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

by Hwijeen Ahn

우리 회사에는 칭찬하고 싶은 사람에게 타코 이모티콘을 날리는 문화가 있다. 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누가 해결해줬다든가, 어떤 사람이 주어진 일을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끝냈다든가, 회사의 마일스톤에 해당하는 큰 목표를 달성했다든가, 크고 작은 이유로 칭찬을 하고 싶을 때 그 사람에게 타코 이모티콘을 날린다. 하찮은 타코 이모티콘이지만 타코를 받는 다는 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는 다는 의미이기에 직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된다. 남의 인정을 좇는다는 게 인생을 논할 땐 건강하지 않은 요소일 수 있겠지만, 직장이라는 사회적 환경에서는 남의 인정이 곧 개인의 성취감이고, 직장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자발적으로 타코를 쫓는 직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한 두 주, 유난히 일을 진척시키기 어렵게 느껴져 주변에 푸념을 늘어놓고 내가 한 다짐의 표현도 내가 곧 타코를 받고 말겠다는 거였다. 지난 직장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가시적인 남의 인정은 연말 리뷰시즌에나 있었던 것 같은데, 이 회사는 아주 편리한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당근을 주는 문화를 도입했다.


타코를 받는 입장에서는 이게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적극성을 도모하는 생산적인 문화이지만, 타코를 못 받는 입장에서는 이게 박탈감을 가시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랑 같은 날 입사한 어떤 동료는 매주 타코를 쓸어담는 사람이다. 나보다 한달쯤 늦게 입사한 다른 동료도 타코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맡은 프로젝트는 실험적인 성격이 있어서 애초에 긴 호흡으로 진행하는 게 계획이었고 내 눈에 들어온 동료들은 마침 단타성 일을 하고 있었기에 단순하게 비교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딜가나 (때론 불공평한) 경쟁이 은은하게 깔려있는 코리아에서 자라온 나는 무의식중에 내 스스로를 경쟁 관계 안에 있다고 파악한 모양이다. 이 타코는 toxic한 타코라고 주변에 우스개 소리를 했지만 나는 정말 그 독이든 타코를 받고 싶었다. 건강하지 않은 문화더라도 일단 그 틀안에서 인정을 받아야 마음이 편한, 순응적인 코리안의 면모를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 몇 개의 타코를 받아내고야 말았다. 회사 사람들한테는 타코를 받았다고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일기에까지 적는 게 머쓱하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평평하던 내 성장 곡선에 오르막이 시작된다는 걸 표시해준 느낌이다. 타코를 받을 수 있었던 계기를 꼽자면 내 프로젝트만을 위한 주간 미팅을 도입한 게 크다. 내가 뜨뜻미지근하기만한 성과를 내고 앉아 있으니 내 매니저가 주간 미팅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내면이 착하긴 하지만 생각이 날카롭고 말을 할 때 굳이 포장을 하지 않는 내 매니저는 이걸 부드럽게 제안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일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그 통보를 들으니 내가 지금 관심병사가 된 건가 부정의 늪으로 빠질 뻔했지만 반사적으로 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이다라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돌렸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긍정적인 게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계기가 많았는데, 은연중에 체득이 조금 된 것 같기도 하다. 매주 미팅 노트를 준비하며 내가 무슨 유의미한 발견을 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다음 주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함께 정할 수 있었다. 내 성과를 들려주면서는 매니저의 인정을 살 수 있었고 (끄덕이며 this is good progress라는 말을 중얼거리는 게 참 기뻤다) 다음 주의 액션 아이템을 같이 정하는 건 내 업무 효율에 큰 도움이 됐다. 내 매니저는 나를 잘 매니지한 것 같다.


짧은 슬럼프를 겪고 탈출 궤도에 오르니 바로 또 과거 미화가 시작된다. 내가 겪은 스트레스는 결국 나를 발전으로 이끈 생산적인 거였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불과 몇 주전에 쓴 일기를 다시 읽으면 조금 오바했네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힘든 일을 잘 까먹는 습성 덕분에 나는 오늘도 기쁘게 야근을 한다ㅎ 몇 달 뒤에도 타코를 여러 개 받고 싶고 하나 더 욕심이 있다면 그 타코가 건강한 타코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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