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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랜덤 May 11. 2023

이게 왜 팔리죠

우리는 놀라운 시장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획자로서, 아니, 직업이나 성향을 떠나 그냥 상식과 이성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가끔 어떤 상품들을 보며 몹시 어처구니 없을 놀랄 때가 있다. 어느 미친 놈이 이런 걸 상품화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어느 미친 놈들이 수요가 있어서 실제 판매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제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상승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놀라운 상품들의 공통점은 일단 그들이 주장하는 효과가 이론적 근거의 전제 단계부터 틀렸거나 실제 효용이 0에 수렴한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린다는 특징이다. 오히려 그런 대충 알아 듣는 것이 가능한 수준인 그럴싸한 이야기나 완전한 무쓸모함에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혹은 기능성 상품에서 기능적 부분을 배제하 쓰레기가 남는데도 불구하고 외형만을 본다거나. 물론 어느 쪽이든 저라면 절대 구매하지 않겠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성적으로 볼 때 전혀 시장성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상품들이 엄연히 시장을 이루고 있고, 심지어  역사가 굉장히 오래 되거나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일반적으로 뛰어들 만한 시장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닌데, 그 규모가 그다지 매력 있는 정도는 아니며 한 번 이 분야에 발을 들인다면 대개 안 좋은 쪽으로 브랜드의 위신과 명운을 걸어야 하는 등 대가가 몹시 크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단언컨대 정상적인 브랜드라면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쨌거나 신기루는 확실히 아닌 이 신비로운 시장에 대해 대충 겉핥기로 살펴보자. 상세히가 아닌 이유는 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군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제가 감탄한 상품들의 극히 일부분을 소개해본다. 이런 종류의 것이 의외로 무궁무진하므로 기회가 되면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쓸모 없는 선물

이런 걸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중의적인 선물로 상대방을 능욕하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행위는 꽤나 역사 깊은 짓인데, 현대에 들어 산업 발달과 함께 그 빈도가 잦아졌다. 상대방에게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쓸모 없는 것을 선물해서 킹받게 한다던가.


이런 행위는 수신자가 도저히 그 용처를 찾을 수 없는 물건을 받음과 동시에 선물이라는 특성상 웬만해서는 거절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강제적 수용의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선물하는 자와 주변에서 지켜보는 자에게 일종의 가학적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상황에 처한 선물 받는 사람도 어처구니 없음에 미칠 지경 즐거워한다.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소정의 지출로 모두가 퍽이나 행복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절박한 자에게 시전한다면  엿을 선사할  있다 이런 상황의 즐거움 유발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인데, 선물한 상품 그 자체가 괴악한 경우와 상품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맥락적으로 부적절한 경우다. 괴악한 상품을 어긋난 맥락으로 선물하면 공격력이 n!


오직 상대방을 농락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상품들은 나라면 사지 않을 들에 해당하는데, 기존 물건을 뒤틀거나 기능을 섞어 응용하는 등 창의적이지만 잉여로운 발상이 돋보인다. 그 원형이 되는 상품의 기본적인 기능을 겨우 충족하거나 아예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든   있는 경우가  킹받는다 말 그대로 예쁜 경우도 별로 없는 쓰레기인 셈인데, 그런 차원에서 대부분 1만원 정도의 부담 없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품으로 서로를 농락하는 장난의 주요 연령층이 낮다는 것도 가격대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경우에도 이딴 것에 만원 넘게 쓰고 싶진 않을 텐데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추구하는 분야의 숙명이겠지만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기에 상품 자체의 기발함과는 별개로 그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다는 선천적 한계가 있기도 하다. 개중에 쓸 데 없이 고퀄리티인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사업자의 입장이라면 어차피 길어야 1-2년 정도의 수명을 지닌 상품인 경우 최대한 원가를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것 같다. 즉 이 종목을 주력으로 하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몹시 짧은 주기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쏟아내야 한다는 것인데, 사업주 입장에서는 몹시 가혹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후자의 경우 선물 자체는 정상적일 수 있으며, 물건의 해괴함에 의존하지 않고 맥락적 아이러니로써 강력한 병맛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보다 고차원적인 능욕이 가능하다. 예컨대 연인과 이별한 친구에게 커플 세트 같은 것을 선물하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 분위기 봐서 얼른 함께 사용할 인연을 만들기를 기원한다는 비겁한 태세 전환도 가능한 복합적인 수다. 이 경우 보다 강렬한 일격이 될 수 있으나 배경 이해도에 따라 상성을 타는 등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정상임을 가장한 나사 몇 개 빠진 상품일 경우 공격력이 월등히 증폭된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사업자로서는 이런 맥락적 지식이 전무하므로 직접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기 어려우며, 그에 따라 큐레이션과 분류로써 간접적 마케팅을 시도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


번외의 이야기로, 상품 기획자가 진지한 의도로 기획한 상품이 이런 병맛 상품 카테고리로 인식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므로 혹여나 본인이 카테고리 관리자라면 주의하도록 하자.



의도적으로 제작된 유사과학 상품

이 두 제품의 간극은 35년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것들은 몹시 친숙한 것들이고, 심지어 그 종류도 엄청나게 다양하다. 상품화되어 실제로 팔리고 있는 것들만 거론해봐도 육각수와 수소수를 표방하는 정수기나 음료, 게르마늄 팔찌, 옥장판, 블루 라이트 필터, 전자파 차단 스티커, 목초액, 피라미드 파워 응용 물품, 숙변 제거제, 무동력 터보라는 이름의 와류 생성기, 황금귀 등이 있다. 몇몇가지는 이제 멸종해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지만 아직도 꽤 많은 것들이 현역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생기거나 누군가 각성 발상을 떠올린다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직접적인 상품의 판매 외에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어떤 사상이나 행동 양식을 주입하는 세뇌에 가까운 것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대체 의학에 기반한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과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자성적 예언이라는 고전적인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시크릿 류의 자기계발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까지 가면 정보의 자가 복제 및 확대 재생산으로 자기 확신이 강해져 사실상 종교의 영역이 되기 때문에 답이 없다고 보면 된다.

직접 보고 판단해보도록 하자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유사과학에 기반한 그럴싸한 소리로 관련 분야의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것인데, 그 내용과 방법이 계속 세련되지는 판국이라 뭔가 몹시 결과가 과장된 그래프와 설계부터 방법론까지 죄다 틀려 먹은 실험 결과,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종류의 논문, 그리고 간증 외에는 딱히 대체할 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체험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얼핏 보면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는 듯 하여 더욱 현혹되기 쉽다. 더불어 드물기는 하지만 일부의 경우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도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확고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닌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거나 비슷한 수준의 기관들이 상반된 연구 결과로 논쟁중인 상황이다. 이 카테고리의 상품 제조사나 판매자들은 전체 담론의 부분만 발췌하여 전반적인 맥락을 왜곡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유리하도록 억지 인용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억지 주장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이렇게 부를  있다면 논리가 파훼된 상황이니 궁금하면 각각의 항목에 대해 찾아보도록 하자. 심지어 이런 종류만 작심하고 저격한 서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이 꾸준히 팔리는 이유는 인간의 특성에서 비롯하는 게 아닌가 하고 추측해본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구체적인 예시와 증명이 구비된 정확하지만 어려운 설명보다, 부정확하거나 틀렸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  생각하기 귀찮다 누가 대신 해줬으면 그래서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그럴싸한 원리의 설명이다. 물론 정론을 대입해 보면 금방 그 허술함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첨단 기술과 화제적 분야에 편승한 테크 기업 빙자 상품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사기의 고도화Advancement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앞서 다룬 유사과학 응용 상품의 차세대 버전이라 볼 수 있으며, 기존의 고풍스러운 논리가 아니라 당시 화제가 되는 기술이나 현상과 연계되는 것들을 주로 다룬다.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인지하여 반영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나 문제는 그 실상으로, 이 분야의 소재가 되는 첨단 기술들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연구중인 것으로 실용화 까지는 수많은 검증과 분석 혹은 플랫폼 마련과 업계 협약  평준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들인데 이를 듣보 스타트 업들이 자신들의 퍽이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실용화 시켰다고 주장하는 것이 주요 패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제대로 된 상품이었으면 여기서 다루지도 않았다.


좌측부터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 니콜라의 트레버 밀튼, 그리고 도지 코인의 폭발적 급등을 야기한 주범 일론 머스크


현 시점에서 가장 독보적인 사례는 2018년의 테라노스 사건Theranos Scandal이 있고, 2014년 설립 직후부터 꾸준히 의심받는 니콜라Nikola 및  2016년과 2022년에 걸쳐 크게 두 번의 폭발적인 반향을 보였던 암호화폐에 기반한 대 알트 코인Alt Coin시대의 스캠 코인Scam Coin도 그에 버금갈 것이다. 세태를 풍자하려고 만든 알트 코인도 투기 대잔치로 바꾸는 대중의 힘을 엿볼 수 있는 시기였다. 2005년 황우석 사건에 이어 2014년 만능세포 사건으로 그 생명이 연장된 세포 냉동보관 자체도 제대로 하는지 언제까지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보관만 해주고 해동과 활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거부하는 서비스도 그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간혹 존재하는 의외로 치밀하게 설계된 


너무 기만적 의도의 품목들만 보여드린 것 같아 이번에는 정말로 그럴싸한, 철저한 계산 하에 기획된 상품을 하나 보여드리고자 한다. 이 업계에서는 상당히 드문 경우로, 정교한 기획이 가오가 이성을 지배한 적절한 소비자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도록 하자.

은제 액세서리로 유명한 크롬 하츠에서 내놓은 상품으로, 그 용도는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의 휠 타이어 공기 주입구 마개Valve Cap다. 여기 까지만 보면 타당한 기능을 가진 정상적인 상품인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밸브 캡의 용도와 존재의 이유다.


보통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의 경우 슈레더Schrader 타입의 공기 주입구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공기 주입구가 그러하듯 타이어에 충전된 기체의 압력으로 밸브를 자가 봉인 하는 구조라 끝의 핀 부분을 직접 누르지 않는 한은 공기가 새지 않는다. 그러므로 밸브 캡의 역할은 외부의 요인, 그러니까 재수 없게 튄 돌 같은 것이 핀을 건드려 공기가 새지 않게 하고 혹시 모를 이물질로부터 밸브를 보호하는 것이다. 껌 같은 게 구멍을 막으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런 용도이므로 밸브 캡이 지녀야 할 세 가지 미덕이 있다. 가벼울 것, 저렴할 것, 그리고 기능에 충실할 것이다. 밸브는 회전 운동을 하는 바퀴의 구성품이므로 그 중량이 운동 양상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기 마련이고, 그 중량이 클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밸브 캡 또한 가급적이면 가벼운 게 좋다. 그리고 회전, 진동 등 거의 모든 방식으로 항상 움직이는 부위이다 보니 아무리 강력히 체결해도 풀어져 날아가기 십상이므로 언제든 부담 없이 수급할 수 있도록 가격이 낮아야 한다. 더불어 당연히 앞서 말한 것 같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보통 밸브와 밸브 캡은 이렇게 생겼다

이 상품을 기능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굳이 이 상품을 언급하는 이유를 전달하는 데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중량의 문제인데, 보통의 차량용 밸브 캡은 개당 중량이 0.6 g 정도이며 고급스러움과 상품성을 위해 알루미늄 재질을 채용한 것도 1.5 g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크롬 하츠의 이 상품은 925 은Sterling Silver 재질이며, 아시다시피 은은 상당히 무거운 금속에 속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휠 밸런스를 다시 봐야 할 정도의 부담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가격도 본국 홈페이지 기준 $495, 한국은 호구인지 한화 830,000에 해당하는데, 회전과 진동에 의해 행방불명되기 십상인 밸브 캡의 생태로 보면 길거리에 은을 펑펑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시레 사진 상으로 내부의 고무 패킹이 확인되지 않으므로 공기 누출에 대한 2차적 방어력 또한 없는 것으로 봐야 옳겠다.



이게  팔립니까?


각 항목에 대해 소개하며 그 대략적인 원리에 대해 간략하게 논의했지만 이번에는 전략적 마케팅의 시각에서 그 공통 특성을 한 번 더 짚어보면 결국 소비자들의 음험한 욕망을 세심하게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다. 즉, 근본적으로는 숨겨진 시장에의 요구를 찾아 이를 상품화 한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것이다. 의외로 정론이다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이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에 대한 구매 욕구가 생기고 이를 증폭시키는 것임을 고려할 때, 앞서 언급한 상품들은 잠재적 고객들에게 기존 시장의 상품들이 여러 사유로 제공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물론 실제로 기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컨대 유사과학과 첨단 분야 기술 사기Tech Scam 계열의 상품들은 해당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사고의 지평이 열렸다는 착각을 준다. 이 상품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시장 상품들이 제공하지 않았으나 은연중에 소비자들이 바라던 기능이며, 그 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높지 않기 때문에 더욱 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초의 상용화Bleeding Edge 타이틀을 달게 되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이런 특성이 두드러지는데, 유사과학 계열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파훼 됐지만 이 분야는 아직 연구 중이어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미미하기에 투자 시장의 관성과 현실 부정 및 군중 심리의 완벽한 합작이 싹트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반면 크롬 하츠의 밸브 캡은 같은 마케팅 정론에 근거하지만 몹시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데, 더욱 세밀한 시장 분석으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폭발적인 인기 하에 순식간에 매진되는 위엄을 보였다. 물론 저라면 절대 구매하지 않겠지만 제가 보기에도 이건 팔릴 상품이었는데, 그 이유는 상품의 목표 고객층의 특성이다.

이런 무서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뻥)

할리 소유자 집단Harley Owners Group, a.k.a. HOG이라는 게 있는데, 말 그대로 하레이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 모터사이클을 소유하고 타는 사람들이다. 그냥 해석  버리기 그 기원과 역사는 너무나 복잡미묘하고 장대하여 다 늘어놓기보다는 관련 문건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지옥의 천사들 a.k.a. 헬스 엔젤스Hell’s Angels로부터 전파된 라이딩 웨어 스타일, 즉 부츠, 가죽으로 된 상의, 뭔가 과하다 싶은 금속 재질의 장식 등이 일종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엄마아빠  이상해 그런데 막 비웃기도 뭐한 것이, 비단 그 원류인 미국이나 유독 해괴한 변형과 각잡기가 심한 일본과 한국 특유의 군軍 유래 계급 사회&각잡힌 복식에 대한 관점  꼰대질과 융합되어 독보적으로 지옥과 같은 센스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사실상 그들의 특출난 동호의식과 결속력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라 봐야 할 것이다. 해병대 DLC 이들이 애용하는 패션의 완성 액세서리 브랜드가 바로 크롬 하츠다. 크고, 화려하며, 강해 보인다.


현재의 HOG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평일엔 김부장 주말엔 야생마 지옥의 천사들 흉내쟁이Poser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거나 간지가 경제력을 통제해 하는 경우가 많아 스타일의 완성을 위해 이 정도의 금액은 쉬이 지출하곤 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직접 모터사이클을 정비하고 만지는 사람들이 아닌 사무직 등이다 보니 동역학이나 기계적 안정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그 위험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최사장  알아서   주쇼 그런데 이런 아이템이 어울릴 만한 꾸밈의 크루저Cruiser 장르의 모터사이클이라면 바퀴나 동체의 무게가 상당하고 굉장한 고속으로 다니는 경우도 드무니 상대적으로 훨씬 그 중량 편중에서 기인하는 잠재적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의외의 사실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크롬 하츠가 내놓은 이 물건은 순진한 아저씨들을 등쳐 먹기 위한 굉장히 섬세하고 치밀한 시장 분석의 결과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나?


일단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 시장은 분명 존재하지만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되는 곳이라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양심의 소리와 뭔지 모를 부정적 기운 때문인데, 이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정도로 논리를 구성해 봤다.


윤리의 문제


유사과학 계열의 상품들은 그 태생부터가 다분히 악질인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속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체 의학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을 악화시켜 생명이나 삶에 지장을 주는 의학적 재앙을 야기하는가 하면, 음이온 방출을 표방한 상품 제작 시 원료에 대한 검증 미비로 방사능 피폭의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 시중에 판매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곤 한다. 애초에 음이온이 발산된다는 것은 대부분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다. 방사능 발산이라고 하면  사니까 아, 그리고 이 계열의 분들은 특이하게도 자신의 주장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념을 지닌 경우가 많다.


반면 첨단 기술 빙자 사기는 특이하게도 주창자 자신은 이가 사기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중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개 상당한 학력이나 지능의 소유자인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특성에서 말미암아 진위를 구분해내기 상당히 어렵다는 점에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유사과학에 기반한 상품들의 경우 현대에 있어서는 계몽의 의지만 있다면 관련된 수많은 문건을 찾아볼 수 있어 그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으나, 이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연구 중인 것이 대부분이기에 모국어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은 논문들 외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설레발 수준의 뉴스들 뿐이니 소식을 듣는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럽다. 예컨대 세포 냉동 후 정상 해동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면 불치병 치료를 위한 콜드 슬립의 실현이 머지 않았다는 식이다. 그게 양서류 세포인지 파충류 세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줄기세포Stem Cell가 세계적인 화제가 됐을 때 우리는 그 작용기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는 화장품과 영양제 및 유사의약품 등 무수한 연관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만큼 관심이 지대하여 수요도 있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정작 그 효과의 근간인 줄기 세포 연구의 진행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실효적 기술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사족으로 자문자답 하자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처럼 장기를 배양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불성설이고, 심지어 국내에서 그런 범위의 시술은 대개 의료법 위반이다. 종주국이라며 


기업들의 경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만큼 이런 유사과학과 미신을 부추기거나 존속하게 만드는 악질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더 문제가 된다. 손을 대지 않으면 사용자의 안전을 무시한다고 욕먹고 조치를 취하면 사이비 과학을 부추긴다고 욕먹는 일종의 딜레마이자, 이윤을 위해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고 대중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라는 윤리의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돈이 승리한다 그나마 요즘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온갖 정보에 대한 교차 검증이 가능해지고 기업들도  먹기 싫어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하지만 현실은 사실상 거의 종교의 영역이라 씨알도  먹힌다



브랜드의 존망을 걸어야 한다


브랜드Brand가 대중의 인식을 대변하는 무형의 개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이 윤리적/신뢰성의 문제가 큰 상품을 다룬다는 것은 그 브랜드의 존망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된다. 정보의 교류와 자의적 검증력이 부족했던 20세기까지만 해도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 실체를 알면서도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정치 등 대중의 등쌀에 힘입어 비슷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떠한 정보든 대략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화 사회인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이런 짓을 하고서는 무사히 살아 남을 수가 없는데, 집단 행동과 여론의 형성을 통해 소비자가 시장에 직간접적 개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순간에 그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대부분이지만, 브랜드가 전달하는 이미지의 힘이 상당히 고도화된 현대의 시장에서 이는 직간접적으로 매출과 같은 유형적 형태로 꽤나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아니니 금방 잊고 넘어가는 환경오염 등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해악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자신에게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시장 철수 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 브랜드를 파면 문제 없다!



지속적인 수요의 문제


윤리와 브랜드로부터 비롯하는 문제들을 묵살하기로 결정했다면,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보다 실질적인 수익성의 문제, 즉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하는가 라는 것이다. 애초에 무언가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종류의 사업인 경우 투철한 이타심과 무한한 자금이 동반되는 경우가 몹시 드물기 때문에, 아마도 그 목적은 수익 창출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먹고사니즘으로 귀결된다


첫번째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품군의 경우 내구성을 요하지 않으므로 교체 주기를 짧게 가져가도 무방하지만, 그 용도가 반복 사용 주기가 짧은 일상 용품이나 빈번한 사용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개중에는 이걸 일상 용도로 쓰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극한의 긍정력을 발휘하면 그럼 사람들이 한 개 씩은 사겠군! 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글쎄.

두번째 카테고리는 자승자박에 해당하는데, 이 종류의 상품들은 기존의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굉장한 기술력 혹은 발상의 전환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맥락인지라 울며 겨자 먹기로 어느 정도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혹은 아예 구매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지 않도록 눈 앞에서 치워버리도록 정수기 케이스나(수소수 혹은 육각수) 배기구 안(무동력 터보) 처럼 한 번 장착하고 잊어버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세번째 카테고리는 사용자들이 직접 알파/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로, 이게 정상 작동인지에 대한 정보를 대부분 서비스 제공사에서 공개한 정보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어 실제 효용성에 대한 사용자의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맹목적 신뢰에 기반하여 효과를 느끼지 못함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하던가 점차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느끼며 떨어져 나가던가 이다. 전자라면 뭐 나름대로 지속적 수요라 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제공 상품 자체가 일종의 사기Scam에 해당되므로 얼마나 갈지는…



하지 마라


위에서 소개한 예시들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 계통에서 장수하는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의 사업주 혹은 창업자에게 의아할 정도의 자기 확신과 신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나 되니까 타인이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 손을 대는 거겠지만, 잘못된 확신과 신념에서 비롯되는 폐해는 이미 역사적으로 많은 독선적 기업가나 독재자들에 의해 실증된 바 있으므로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사업주라면 양심에 손을 얹고 개념의 실증과 과학적 기반에 대입해 볼 것이고,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라면 도망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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