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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무게 5kg

다이어트를 지속하는 힘

by 휘연

영혼의 무게는 21g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의 임종직전 무게와 임종 직후 무게의 차를 측정해 본 결과 그만큼의 무게가 빠져나갔고 이는 영혼의 무게라 가정한 것이다. 아빠의 임종 당시, 그가 보여준 표정과 마지막 뱉어낸 크고 거친 들숨과 날숨을 기억한다. 그 모습은 마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과정이지 않을까 착각될 정도로 두려움, 낯섦, 놀라움, 기묘함 같은 모든 감정이 눈빛에 서려있었다. 아빠의 육체에서 21g만큼의 무게가 빠져나가던 순간이었다.

인간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가설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의사로 일하던 던칸 맥두걸(Ducan Macdougal)이 1907년 의학 저널 《아메리칸 메디슨》에 처음 제기한 이론이다. 던칸은 죽음의 순간에 인간의 체중을 측정하였는데, 이때 약 21g 정도가 가벼워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이를 인간의 영혼의 무게라고 보고 영혼이 물리적인 특징을 지닌 물질이라고 주장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21그램 가설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아빠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체중계에 몸무게를 달아보았다. 코로나로 6kg의 체중이 늘어 살찐 자가 된 지 3년이 넘어섰다. 그중 1년 전 달리기를 시작하며 정확히 1kg만 ( 달리기를 해도 식단과 금주를 하지 않는 이상 살은 빠지지 않는다는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빠져있던 체중에 5kg이 더 빠져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장례를 치르며 어떤 짓을 해도 빠지지 않던 살이 단 시간에 홀딱 빠지고 만 것이다.

'3년간 한 몸처럼 지내던 살이 며칠 만에 빠지는 놀라운 다이어트 결과를 얻다니!'

이 놀라운 결과를 아빠 덕(?)이라 해야 할지... 아빠 때문이라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싱숭 거렸다.


상실의 아픔은 그럼에도 살아나가야 한다는 현실에 빨리도 적응해 버렸다.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 나갔고, 웃고, 먹고, 마시며 삶을 살아 나갔다. 하지만 한 가지 되돌리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를 잃고 빠져버린 나의 5kg 몸무게였다.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 빠진 몸무게를 다시 찌우지 않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 시작되었다.일상생활 중 꾸준히 할 수 있는 소소한 원칙들을 정하고, 천천히 스트레스받지 않는 선에서 (몸무게 방어에 초점을 두고) 8개월을 지내왔다.


< 몸무게 사수를 위한 일상 원칙>

-하루에 30분 이상 땀이 나고 숨이차게 움직인다.( 청소도 해당됨)

-일주일에 유산소 3회 근력 2회를 적절히 배분해 운동한다.(피로한 날엔 빨리 걷기라도 최대한 하기)

-아침 공복 시간을 늘려보기. ( 공복 유산소 운동하기)

-빵을 무분별하게 구매하지 않기

-저녁 식사시간에 야채 위주로 많이 먹고 탄수화물은 절제하기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엔 꼭 운동하기

-눈뜨자마자 유산균 먹기

-2리터 물 마시기

-잘 자려고 노력하기

-운동 후 회복 스트레칭 해주기

-폭식 폭음 하지 않기

-단백질 섭취 신경 쓰기


어제저녁,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홀짝이며 맛만 본다는 것이 한 병을 다 마시고 말아 버렸다. 순간 와인 한병의 칼로리가 궁금해 병 뒷면에 붙어있는 라벨을 살펴보았다. 678칼로리.. 소갈비찜에 흰쌀밥 한 그릇 거하게 먹고 난 후의 칼로리였다. 거기에 감자칩을 안주 삼아 먹었으니 800칼로리 가까이 섭취한 것인가?

그로 인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아랫배를 만지며 머쓱해지고 만다. 먹었으면? 움직여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바로 운동복으로 환복을 했다. 운동을 꼭 하고 싶다면 운동복부터 갈아입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오전 일정이 있다 보니 딱 30분만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맞는 홈트를 틀어 놓고 운동을 따라 시작하니 어느새 온몸에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숨이 차는 거지?' 쉬운 동작인 듯 집요한 반복 동작을 하며 내 몸에서 어제 마신 와인즙을 짜내는 상상을 한다. 땀인지 와인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몸을 타고 흐른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하니 상쾌함이 배가 되었다. 오늘도 스스로 지키고자 한 일들을 잘 해낸 스스로를 칭찬해 보기로 한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아빠를 잃은 슬픔의 무게 5kg. 그 무게에 담긴 의미는 이러하다. 그의 투병으로 깨닫게 된 건강한 육체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소망. 살을 깎아내는 슬픔을 나의 자식들은 최대한 천천히 느끼게 해 주고픈 마음. 그리고 아빠와 약속한 남겨진 삶에 대한 의무 같은 것들이었다.


KakaoTalk_20240717_153230663.jpg 주 1회 요가는 최애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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