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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Oct 29. 2020

살을 빼드립니다.

어떻게 뺄 것인가?

폭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식욕을 억제할 수 있는 최대치의 약은 다 쓰고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폭식을 즐겼고 음식은 삶의 유일한 행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권유받은 다이어트는 삭센다 주사로 식욕을 억제하는 방법이었다. 본래 당뇨 환자들을 위해 개발되었다는 이 주사는 하루 종일 배가 불러있는 상태를 느껴 먹고 싶은 생각이 덜하게 해준다고 했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말은 신비의 주문처럼 들렸다. 일시불로 긁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 진단서를 받고 주사를 사 오는 수고를 했다. 병원 의사는 나를 보더니 따로 인바디를 할 필요가 없겠다면서 가볍게 약을 처방해주었다. 아마 더 날씬한 몸을 위해 오는 날씬이 환자들도 많은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나도 날씬이가 되고 싶었다. 


주사 방법은 일정한 양을 조금씩 올려가면서 매일 주사하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병원에서 당부한 주의사항은 술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췌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피하란 말을 들었고 그 외에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었다. 부작용이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리 예민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하며 거부감 없이 주사하였다. 주사를 맞자마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인 메슥거림이 느껴졌다.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주사량을 올리며 일주일 정도 주사를 했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처음에 위장이 불편하고 점차 적응된다는 말이 틀린 것 같았다. 나는 계속 속이 울렁거렸고, 결국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운동도 하지 못하고 헬스장에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난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속이 개운해진다고 느끼는 온갖 음식을 먹었다. 배는 늘 불러있는 것 같았지만 음식에 대한 내 갈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주사를 맞은 후 컨디션이 안 좋아져 먹고 바로 누워 자는 일이 많아졌다. 기적같이 느껴지던 주사였는데, 내가 삭센다 주사의 실패 사례였다. 요행을 바라던 나의 삭센다 도전기는 그렇게 끝났다.


노력 없이 빠지는 살은 없었다.


다음 도전한 다이어트는 간헐적 단식이었다. 내 생활리듬과 아주 잘 맞을 것 같았다. 아침을 안 먹고 학교에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퇴근 후 간단한 저녁식사. 아주 기가 막힌 계획이었다. 운동은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매일 브릿지 100개. 결과는 독자가 예상하는 그대로다. 실패했다. 우선, 아침을 굶고 하는 수업은 너무 힘들었다. 가만히 되돌아보니 난 학교에 와서 반드시 군것질을 했었더랬다. 어떤 때는 배고픔을 참기 위해 일찍 잠들고 새벽에 깨서 음식을 먹고 다시 잔 날도 있었다. 몽유병인가 의심했다. 그렇게 아침 굶기는 실패였다. 그럼 저녁을 굶으면 된다. 역시 실패했다. 퇴근 후 나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 다행인 건 내가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음식들을 매우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너무 많이 먹었다. 완벽한 실패였다.  


음식은 가장 친한 친구였다.


두 번의 시도를 통해 느낀 건 음식이 내 삶의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음식 외에는 즐거움을 느낄 만한 대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힘들 때 , 슬플 때마다 음식에게 위로받았고 심심할 때는 음식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음식이 주는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깊은 우울에 빠져 있는 나를 달래주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음식을 사랑하다 못해 집착하는 나인데 살을 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이 몸무게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각 종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실제로 건강검진의 결과 혈압과 혈당의 수치가 보통 이상인 걸로 나왔다.


목표에 맞게 계획도 바뀌어야 했다. 어떻게 살을 뺄 것인가? 그동안과는 다른 방법이 내게 필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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