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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 Oct 23. 2020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는 불가능

초고도비만으로 사는 어려움

난 체중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었지만 살이 찐 후에는 오히려 체중에 신경 안 쓴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어쩌면 살에 관해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날씬함을 포기한 것이기도 했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살이 찐 내 모습 때문에 불편했다.

2017년 7월


우선 난 나를 매력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전 남자 친구에게 받은 외모에 관한 트라우마가 꽤 깊기도 했고 나도 내 모습에 자신이 없다 보니 당당하고 발랄하던 나의 매력은 찾아볼 수 없이 숨어버렸다. 이러한 생각을 고치고자 몇 번 소개팅도 도전해봤지만 나 자신을 스스로 낮추고만 있었다. 나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도 나를 맘에 들어한다면 감사히 만나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런 연애를 왜 굳이 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 난 소개팅을 멈추고 연애에서 자유로워졌다. 


인도를 걸을 때도 신경이 쓰였다. 우리 동네는 자전거 도로가 넓고 인도가 좁았는데 반대쪽에서 사람이 오면 꼭 내가 뚱뚱해서 부딪칠 것 같은 걱정을 했다. 항상 말은 당당하게 했지만 행동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평균 체중의 사람들과 다닐 때 난 다시 한번 넓어진 나의 단면에 놀라곤 헸다.


운동을 하기도 힘들었다. 너무 좋아했던 요가라 80kg일 때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등록을 했었는데 전혀 동작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때는 정말 속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니. 운동을 하다가도 관절이 쉽게 아팠다. 무릎에 무리가 가서 스쿼트는 하기 힘들었고 브릿지는 뭐가 잘 못 된 건지 허리가 아팠다. 한 때 운동의 신이었던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하나 잃어버렸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모두가 놀라며 나의 건강을 걱정했다. 너무 깜짝 놀라서 민망했다. 한 편으로는 '그래 내가 예전엔 괜찮았는데' 위로를 하면서도 지금의 나는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그래서 살이 찐 내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은 피하고 싶다. 예전의 상큼 발랄했던 나만 기억해주길 바래서.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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