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비만으로 사는 어려움
살이 찌고 난 후 나에게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살이 찐 것뿐인데 그동안 할 수 있던 것들의 많은 부분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담담한 척 받아들이려 했던 불편함 들을 풀어내 보겠다.
살이 찌고 나서 제일 곤란했던 건 옷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옷과 가방, 액세서리 등 꾸미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명품을 사들이진 않지만 지출의 꽤 많은 부분이 의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사모은 옷이 맞지 않게 되었다. 바지, 스커트 정도만 생각하면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속옷, 스타킹, 반지, 심지어 시계까지 맞지 않았다. 모두 새로 사거나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나는 꾸준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계절마다 옷 사이즈를 늘려줘야 했기 때문에 살이 찐 후 산 옷까지 안 맞는 경우도 생겼다. 사는 것도 속상하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찾기도 어려워 속상함을 더했다. 난 88 사이즈나 99 사이즈가 있다고 하면 모조리 사들였고 그 때문에 타오바오(중국 온라인 쇼핑몰)까지 뒤져가며 옷을 샀다. 몸에 맞는 옷을 찾아 만세를 부르면 꼭 추가금액이 붙었다. 플러스 사이즈 의류는 표준 사이즈 의류보다 비쌌다. 억울했지만 출근은 해야 하니 또 새로 샀다.
입지 못하는 옷이 쌓여갔다.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옷은 내가 예상했던 핏과 너무 달랐다. 내 몸에서 허리는 사라졌고 몸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였다. 오버사이즈 핏을 입으면 더 뚱뚱해 보였고 정사이즈로 입으면 뱃살이 보였다. 진퇴양난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플레어 스커트는 입을 수 없었다. '머리- 가슴- 배'가 하나로 이어져 보였기 때문에 예쁘지 않았다. 점점 배와 엉덩이를 덮을 수 있게 길고 편한 옷을 찾기 시작했다.
살이 찐 불편함은 놀이동산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의외의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껴 당황스러웠다. 예전보다 커진 내 몸은 좌석을 꽉 채웠고 여유 있던 안전장치는 배에 꽉 맞아 배에 한껏 힘을 주어야 제대로 내려왔다. 내가 안전히 고정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했다. 솔직히 롯데월드 아틀란티스는 지금 탈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마지막으로 탄 아틀란티스가 70kg대였을 때였는데 그때도 안전장치가 내 살을 짓눌러 힘들었고 불안했다. 놀이동산 탑승 제한 요건에 키만 있는 것은 아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작은 불편함 들도 이어졌다. 뱃살이 많아져서 발톱을 깎는 자세가 어중간했다. 손이 발톱에 닿지 않아 한참을 낑낑거리며 잘라야 했다. 씻거나 바디로션을 바르는 일도 어려웠다. 원래 팔다리가 짧은 체형인 나는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늘어갔다. 여기저기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내 몸이 훨씬 부풀어 있는 걸 고려하지 않아서였다. 충분히 지날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기저기 자꾸 부딪치고 멍이 들었다. 땀도 많이 났다. 난 원래 전혀 땀이 나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좋아해야 하는 건지... 땀으로 인한 불편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가꾸는 일이 힘들어져갔다.
이렇게 적고 나니 내가 살이 찌고 느낀 불편함이 꽤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아직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