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빛에 내가 있었다
전 직장 다닐 때, 강남역으로 출근했다.
출근 시간마다, 같은 자리에 박스를 덮고 잠든 분들이 있었다.
가끔 눈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나와 저 사람은 얼마나 다를까.’
쉽게 단정할 수 없었다.
그저 ‘한 끗 차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다짐했었다.
내게 주어진 삶에, 오늘 하루에, 감사하자고.
시간이 흘러 나는 퇴사했고,
한동안 무직이었다.
‘잠시 쉬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그걸 가만두지 않았다.
내가 너무 불쌍한 것 같았고,
내 힘듦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왜 나만 이렇게 됐나 싶은 억울함이 쌓여갔다.
자존심은 상했고,
애써 괜찮은 척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물이 나는 나날들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
야근을 마치고 지하철역을 지나는 길.
오랜만에,
어떤 분과 눈이 마주쳤다.
구걸을 하고 계셨다.
그분의 눈빛에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세상은 왜 나를 이렇게까지 밀어붙이나?”
하는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절망보다는,
자존심이 짓밟힌 사람의 눈.
억울함과 분노,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눈빛.
그 순간,
불과 몇 달 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도 그랬다.
말은 못 해도,
속으론 그렇게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분께 다가가
“그 마음, 알아요. 나도 그랬어요.”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신 속으로 조용히 바랐다.
그분이,
그 마음에 잠식당하지 않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되찾기를.
인생은 그렇게 간신히 이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나 흔들리고, 무너질 수도 있고,
누구도 영원히 안전하지 않다.
그렇다고 위축되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잘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어떻게든 오늘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가지 않을까.
그 눈빛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외로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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