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7분 늦게 도착한다

그리고 덜 무너진다

by 인생이란

몇 분 더 빨리 가려다, 공황이 찾아왔다.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건,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아침마다 전투를 벌이는 걸 의미한다.


9호선엔 급행이 있고, 완행이 있다.

출근 시간 급행은 말 그대로 ‘지옥철’이다.

대한민국에서 김포도시철도 다음으로 빡빡하다는 그 급행.


처음엔 당연히 급행을 탔다.

체감상 시간이 진짜 많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지금 찾아보니 실제론 7분 정도 차이였지만,

그 7분이 마치 30분처럼 느껴졌달까.


문제는 몸보다 마음이었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출근길 책 한 권이 나에겐 일종의 정신 스트레칭 같은 거였다.

그런데 급행을 타면, 손도 못 들고 허리도 못 펴고,

책은커녕 숨도 잘 못 쉰다.

몇 달을 그렇게 타고 다니다가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숨이 막혔다.


‘아, 나 지금 무너지고 있구나.’

그게 급행을 포기하게 된 계기였다.




7분 더 걸리지만, 책은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출근길엔 완행을 탄다.

도착 시간은 분명 느려졌다.

대신… 덜 피곤하다.


완행도 여전히 앉지 못하고 서서 간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그런데도 책이 읽힌다.

몸은 서 있지만, 마음은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그게 완행이 주는 가장 큰 차이였다.


급행은 억지로 밀려가는 느낌이었다면,

완행은 내가 내 발로 서서 가는 느낌이다.




나는 오늘도 7분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그 대신,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퇴근길엔 급행을 탄다.

퇴근할 땐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런지 공황 안 오더라. ㅋㅋ


아침만큼은,

나를 밀어붙이지 않기로 했다.


도착 시간이 늦어도 좋다.

숨을 고를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하루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늦는 것’이 아니다.


그건 나를 지키는 루틴이다.

그리고 나는 이 루틴이 꽤 마음에 든다.




당신의 아침은 어떠신가요?

빠르게 도착하고 있나요, 아니면 무너지지 않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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