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보고서, 인사담당자의 무게

AI가 정리한 데이터의 온도를 읽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

by 인생이란

전사 만족도 조사 결과를 취합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조직은 3년 전보다 25% 이상 커졌고,
이제는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식의 요약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정리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키워드와 주요 피드백을 뽑아내고,
그 안에 담긴 흐름과 맥락을 나름대로 해석해 덧붙였다.


기존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고,
그래서 더 눈에 띄었을 수도 있겠다.


보고서를 본 대표님이 놀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보고를 좀 세게 해 놨네.”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다시 보고서를 열어봤다.
어조가 조금 무겁게 읽힐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내 해석이 실제 분위기보다 다소 강하게 전달됐을지도 모르겠다.


입사 7개월 차.
이 조직의 언어나 분위기를 완전히 익히진 못한 상태에서,
너무 정직하게, 분석적으로만 접근했던 걸까.


AI가 정리한 데이터는 정확했지만,
그 안의 온도까지 세밀하게 감지하진 못했다.
사실, 그건 AI의 문제가 아니라 내 몫이었다.
보고서를 잘 쓰는 건 단순히 정리를 잘하는 일이 아니라,
그 데이터에 어떤 ‘톤’을 입힐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다.


그날 이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인사담당자의 목소리는 ‘기록’이자 ‘방향’이라는 것.
작은 조직일수록 한 문장, 한 단어의 무게가 꽤 멀리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


AI가 정리해 준 내용이라 해도,
그걸 어떤 방식으로 말할지, 어떤 톤으로 보여줄지는
결국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이번 시도가 실수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년도 방식을 답습했다면 조용히 지나갔겠지만,
그만큼 남는 것도 없었을 거다.


조직의 구조와 맥락,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감도를 먼저 읽을 줄 아는 인사담당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보고서 한 장에도 사람의 온도가 스며든다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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