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 Jul 07. 2015

첫사랑

1997년 고1, 화창한 가을이었다. 나는 선배의 손에 이끌려 마산.창원 문학동아리 연합회 모임에 우리 학교 교지편집부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그저 표정변화 없이 조용했다. 그녀에게 그다지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모임이 끝나고 선배는 집으로 먼저 가 버리고 나는 6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에 다와 갈 때 쯤 나는 멍하니 버스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나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아까 모임에서 봤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나 아까부터 이 버스 안에 있었는데.. 난 문성고 대표 김ㅇㅇ! 우리 아까 봤었지? 나 이제 내려! 다음에 또 보자! 안녕~" 나는 그 몇 초동안 그녀의 너무나 밝고 씩씩한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랑에 빠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그녀가 자꾸 생각나고 다음 동아리 모임이 빨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사랑이 17살에 시작되었다. 

문학동아리 모임은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에 주로 있었다. 나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그 모임에 계속 참석했다. 출석률이 높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난 오로지 그녀를 보기 위해서 모임에 간 것이다. 바보처럼 그녀를 바라만 본 것 같다. 난 모든 것이 서툴렀다. 어쩌다 그녀와 얼굴을 마주치면 바로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러면서도 항상 그녀 주위에 있기를 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 장소 앞에서 우리 둘이 딱 마주쳤다. 그녀는 내게 '원식!(그녀는 항상 나를 부를 때 앞, 뒤 다 떼고 '원식'이라고 불렀는데 난 그녀가 날 그렇게 부르는 것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주말에 많이 바쁘니?" 난 어색하게 쭈삣거리며 "어? 그냥.. 뭐" "주말에 안 바쁘면 나한테 삐삐쳐도 된다고." 어? 난 그 대사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이건 뭐지? 무슨 뜻이지?' 혼자서 수만가지 상상을 하였다. 나는 집에와서까지도 그녀의 그 말을 수없이 되내이며 그 설렘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주말에 삐삐쳐도 된다고 과감하게 말하였지만 나는 단 한번도 그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내겐 그런 용기가 없었다. 순전히 그녀의 노력만으로 우리는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그녀와 집으로 버스 타고 가는 길에 우리 둘은 사람이 많아 같이 서서 갔다. 한 자리가 생겼는데 그녀는 내게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하였다. 자기는 내 옆에 서서 가겠다고 하였다.


난 '이건 좀 아니다' 싶으면서도 그녀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런 답답한 아이였다. 하루는 그녀가 용기있게 우리집으로 전화하여 엄마에게 "어머니, 원식이 집에 있으면 바꿔주세요!" 나는 그녀의 적극성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미친듯이 좋으면서도, 마취걸린 듯 내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땐 정말 왜 그랬을까? 이런 바보같으니..  to be continue.. 

작가의 이전글 지금, 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