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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un 29. 2015

지금, 나는

저번 주에 책 한 권을 다 쓰고 퇴고도 다 했다. 지금 출판사에 투고를 12~3곳 정도 한 것 같다. 보통 출판사로부터 답장이 오는데 2주 정도 걸린다. 답이라도 주면 양반이다. 이번에는 출판 될 때까지 끝까지 투고를 하리라 다짐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벌써 두 군데에서 출판 거절 문자가 왔다. 더욱 불안해진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내 몸은 바위처럼 굳어 의자를 짓누르고 있다.

 

얼마 전 오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자기 엄마가 쓴 책 이라며 ‘머문자리’라는 제목의 예쁜 수필집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우리 지역에서 문학상도 많이 받으신 유명한 작가셨다. 첫 장을 열고 그 자리에서 반 이상을 읽었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아름다운 필체로 잘 그리셨다. 어머니의 화려한 묘사는 내가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 책이 자비출판이라고 하였다. 천부 찍는데 오백만 원 든단다. ‘그럼 이렇게 좋은 책도 출판사에서 안 받아주는 건가?’ 혼란스러웠다. 내가 쓰는 글도 따지자면 이런 수필인데. 어쩌면 현실의 벽은 내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높은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너무 요란하게 사는 것일까? 그냥 지금이라도 어디에 취직해서 월급 받으며 경력 쌓으면서 살까? 근데 그러기엔 나는 학벌도 스펙도 거의 전무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인생을 쓸데 없이 허비했고 나이도 충분히 많이 먹었다. tv오디션 프로를 봐도 내 나이는 없다. 이제 내 전공은 포기해야겠지? 이런 답답함이 올라올 때 나는 습관처럼 인터넷 검색창에 ‘창원 일자리’라고 친다. 공장, 배달, 식당, 마트, 편의점.. 수 많은 일들이 줄을 잇는다. 근데 도저히 그런 일들을 못할 것 같다. 이미 다 해본 일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뛰쳐나올 것이 뻔하다. 정체성을 그렇게 숨길 수가 없다. 또 다시 시도와 체념의 반복이다.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글 잘 쓰는 것? 요즈음엔 내가 글 잘 쓰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이미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장르를 한번 바꿔볼까? 소설이나 시나리오로? 그것도 무리인 것 같다. 그 정도의 글을 뽑아낼 인내력이나 글빨도 없다. 오프라인 사업도 지금 답이 안 보인다. 지금 내게 위안을 주는 것은 내가 치열하게 세상에 맞서 발부둥을 치고 있다는 그 사실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해볼만한 일들은 다 시도해봤다는 사실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물론 하는 일마다 실패했지만 그 시간이 가치 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늘부터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막 책 한 권을 뱉어낸 지금 외부적으로 아무 목적도 없다. 잘 쓰지도 못하고 대중적이지도 않지만 사람들에게 사소한 관심이라도 받았던 나만의 글을 또 이어 갈란다. 숨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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