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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Aug 20. 2018

달라진 나

친구와 창원의 빌딩숲 한복판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었다(탄산음료의 톡쏘는 첫 한모금이 너무 좋다). 친구는 그 장소가 좋은 이유가 경제를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확실히 뒤쳐진 것 같았다. 그때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최근 너무 나태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문화센터에서 하는 강의도 망했다. 수강생이 없다. 담달에는 지금 하고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을 해야할 것 같다. 공장에 가든지 다시 발렛파킹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울감이 밀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나는 현재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나는 현재가 불행하다는 사실이 당연하다 여겼고, 그 사실에 동조했고, 더 좋은 미래를 바랐지만 이제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건 큰 변화이다. 얼마 전 데이트를 한 여성은 내가 아직 젊다고 했다(사실 이렇게 나랑 놀아주는 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부러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 많은 실패에도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래, 지금도 좋다. 일이야 뭐 아무거나 하면 되고. 무엇을 하든 좋은 경험이 될 것인데.     


내 환경이 나를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쁜 환경에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약 사무직이나 월급이 많은 곳에 취직을 하면 이 우울감은 없어질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도 행복할 수 있다. 이 사실을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되었다. 나는 주인 손에 목줄을 쥐어준 개가 아니다.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창원 어느 야경


나와 데이트를 했던 그녀는 내 책(공황과 불안의 극복)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내 책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책은 우리가 공황보다 빠른 행동으로 우리의 환경을 바꿔 나가면 부정적 감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지금 현재가 불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지금 현재가 불행하기 때문에 우리가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불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그건 잘못되었다. 그 책을 폐기해야겠다. 우리는 주인에게 끌려다니는 개가 아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할 수 있다.     


나는 나의 많은 장점들을 전투적으로 찾아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 기분이 확실히 좋아졌다. 그 다음날 아르바이트를 했다. 문득 이런 내가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지만, 기분은 좋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지독한 2018년의 여름도 끝났나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잘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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