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글래서

by 참새

나는 16살 때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난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나약할까?'하면서 생각과 걱정이 많은 어른으로 성장했다. 20대까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철학자들의 '행복론'도 많이 읽었다. 도서관에서 알랭과 러셀의'행복론'을 읽었고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과 같은 책도 읽었다. 그런데 지금 그 책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에 남아있질 않다. 분명한 것은 그런 책을 읽어도 별로 안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한 때 나는 소크라테스나 에픽테토스의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생각'의 힘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뭔가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면 '지금 내 기분이 왜 이렇지? 내가 오늘 일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그런 거라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 사람은 내 일부만을 보고 판단 내린 것일 뿐이다.' 이렇게 내 자체에서 그 잘못된 생각에 대한 비판적 사고로 응수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방식에도 한계가 느껴졌다. 사람이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듣듯이, 생각이란 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안 좋을 땐 안 좋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이런 모든 생각을 다 잡아내서일일이 비판하는 것도 힘들고, 지칠 때는 그냥 지친 상태로 있고 싶기도 하였다. 게다가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를 접하면서 '사람이 생각한 대로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것이 진짜 맞는 말처럼 느껴졌다. 생각이란 그저 상황의 산물인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윌리엄 글래서’를 알고 나서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이 사람은‘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클라이언트를 상담하였는데, 나에게도 ‘생각을 그만하고 이제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충고했다. 이 사람은 우울증으로 찾아온 내담자에게 마라톤이나 등산을 권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계속 뭔가를 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가만히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것보다 정신 건강에 훨씬 낫다고 하면서 말이다.


예전 내 미니홈피 프로필엔 아직까지도 '생각하지 말자'고 적혀 있다. 생각은 아무 힘이 없으니 일단 내 몸을 움직이고 보자는 의지였다. 나는 지금도 내 삶에어 떤 위기가 생기면 ‘나는 지금 생각하고 있는가? 행동하고 있는가?’ 이렇게 되묻는다. ‘윌리엄 글래서’는 나를 공황장애에서 완치시켜주었고 어두운 방에서 밝은 세상으로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해 준 내 ‘생명의 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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