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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Feb 24. 2016

기대하지 말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배달 시켜 먹는 사람들이 주문을 할 때 콜센터에서 대기 시간을 알려준다. 보통 30분이다. 그런데 배달을 하다보면 조금 늦어질 때가 있다. 전에는 한 손님에게 40분만에 음식 갖다 줬는데 엄청 화를 냈었다. 나는 속으로 '10분 늦었는데 좀 심하게 뭐라하네' 생각했다. 그런데 대기시간을 1시간 안내받은 손님에게 40분만에 가면 왜이리 빨리 왔냐고 약간 좋아한다. 같은 시간에 배달한 건데도 그 사람들이 안내받은 대기시간에 따라 반응 차이가 너무 심하다. 


내가 배달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손님들이 햄버거 늦게 갖다준다고 뭐라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유럽에서는 햄버거 배달도 안 된다던데 늦게라도 배달원이 집까지 음식 갖다주는 것만해도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요즘은 맥도날드에서 내가 조급해할까봐 일부러 손님들에게 대기 시간을 조금씩 늦춰서 말한다. 그러면 손님들도 예상보다 햄버거가 빨리 와서 좋고 나도 손님들한테 좋은 말 들어서 좋다. 처음부터 대기 시간이 길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정적으로도 손님에게 엄청난 이득이다. 화낼 일이 없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대기시간이 긴 것 가지고는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음식 배달시킬 때 화 내는 것은 대기시간을 적게 안내 받고 배달이 늦게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것에라도 처음부터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인생을 살면서도 좋은 것 같다. 최근에 글쓰기 모음에서 문집을 냈다. 한달 반 정도 걸려서 이 문집 50권이 내게 도착했다. 그런데 솔직히 조금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다. 오자도 있었고 내부 디자인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출판해준 곳에 내색은 안 했지만 암튼 좀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 문집을 찬찬히 읽고 있으니 내용이 재미가 있었다. 컨텐츠는 원래 좋았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좋은 콘텐츠를 책으로 엮은 것 만으로 참 유익한 일이 아닌가? 이 책 만드는 돈이 70만원들었다고 하는데 내 돈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국가에서 지원받아서 한 것이다. 그리고 디자인이 완전 이상하거나 한 거도 아니다. 그러면 당연히 만족해야 하는데 나는 왜 짜증을 내고 있단 말인가? 아마 내가 그 기다리는 한달 반 동안 나도 모르게 문집이 예쁘게 나올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나보다. 애초에 그런 기대를 하지 않았따면 지금쯤 엄청 기뻤을텐데.. 


요즘 법륜스님 동영상을 보면서도 아무 것에도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법륜 스님도 사람들에게 결국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설파하신다. 불행의 시작은 '기대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충분히 기대할만한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스님은 '원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뿐' 외부 적인 것 자체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타난다고 말씀하셨다. 



다행히 요즘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소한 것들로 짜증을 많이 내었었는데, 요즘은 짜증을 내다가도 곧 내가 가진 것들을 확인하고 만족해하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이 감사일기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항상 내가 감사해야 할 것들을 하루 5개씩은 찾으니깐 감사하는 것도 훈련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행복을 더 잘 느끼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렇게 계속 감사일기를 쓸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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