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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호 Jun 03. 2019

인사라는 예술을 말하다

메시지 관리를 통해 구성원과의 강력한 신뢰를 구축한 Google

나에게 HR이란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씨앗을 폭발시켜 조직의 성과로 연결시키는 업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연결”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모여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다. 시너지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업무 배분을 하는 분업과는 다른 개념이며, 화학적 결합을 통해 복리효과를 내는 과정이다. 연결의 질에 따라 시너지는 달라질 수 있다. 


"연결”은 2가지 관점이 있다.


연결은 2가지의 방향성을 갖는다. 


첫째, 개인에서 시작해 조직으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개개인의 역량과 능력치에 대한 정보를 조직에게 전달하는 일로서 그 동안의 인사가 주로 중시해왔던 방향이다. 능력있는 누군가를 선임하거나, 그렇지 않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고민하는 일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조직에서 시작해 개인으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조직이 신뢰할 만하다고 개인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다. 주로 이 글에서 논의될 방향이자, 인재개발대회에서 언급된 Google POPs팀이 집중하고 있는 방향이다. 


POPs는 People Operations의 줄임말로, 구글의 인사팀을 지칭하는 약어다. Google의 조용민 매니저는 17년 LG 인재개발종합대회 <사람으로 해결하는 구글의 비즈니스와 성과>라는 세션에서 POPs의 원칙과 인재운영 방식을 소개했다. 연결의 또다른 동의어는 관계 맺기다. 이 글에서는 해당 세션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들을 “메시지 관리를 통한 관계 맺기”라는 맥락에서 재해석해보고 “예술로서의 인사”를 얘기해본다.

 


회사와의 “관계 맺기”


1) 임직원들에게 회사란 “누군가”이다.


우리는 흔히 회사를 인격체에 비유하곤 한다. 

“회사가 날 안 보내줘.” 

심지어는 “회사랑 결혼했어.”

라는 말까지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누군가에게 회사는 CEO일 수도, 직속 상사일 수도, 전반적인 시스템의 총합일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모든 구성원들은 회사를 일종의 “누군가”,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며 소통하고 살아간다. 회사가 인격체라는 점은 임직원과 회사의 관계 역시 관계 맺기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메시지가 “누군가”를 형성한다.


인간은 타인과 모든 행위를 하면서, 또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친구나 연인관계에서 인간은 상대와의 직접적인 소통, 표정, 말투, 제스처를 관찰하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투입하는 시간의 양과 횟수를 가늠하면서 상대방이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사랑하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파악하고자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규명하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질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관계 맺기에서 핵심이 된다.


인격체로서의 조직 역시 개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근~퇴근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 개인은 메시지화하여 해석하고, 회사를 판단한다. 공식적인 문서, 취업규칙을 비롯한 각종 규준, CEO의 인사말, 현수막/팻말, 이메일, 상사의 언행 뿐만 아니라, 복지/보상/근태/평가/조직/직급 등 각종 HR 제도, 또 사무실의 구조, 분위기, 인테리어, 식사, 복지, 아이디 카드, 출퇴근 방식, 셔틀버스 등 온갖 것을 경험하면서 조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가늠하게 된다. 회사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메시지의 집합이 회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개인에게 각인된다. 

 

메시지 관리를 통한 관계 맺기 – Google의 사례


조직과 개인의 관계 맺기는 조직의 생존과 시너지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인 간의 관계 맺기와는 그 영향력이 다르다. 제대로 된 관계 맺기를 위해선 “어떤 관계”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1) Google의 메시지 : Google은 신뢰할 만한 “인격체”다


가장 바람직한 관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성과를 내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 여기서는 Google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논의를 진행토록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일명 최고의 팀이라 불리는 조직의 No.1 특성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서로의 강력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고, 자신의 특징을 잘 알고, 공감해주고, 배려해줄 수 있는 구성원들이 있는 조직, 그래서 건강한 비판도 해줄 수 있는 그런 관계가 최고의 성과를 내는 관계 맺기임을 구글은 전제하고 실행하고 있다. POPs 팀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은 끊임없이 조직이 신뢰할 만한 “인격체”임을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키는 과정이다. 


하지만 무엇이 신뢰할만한 “인격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다. 그래서 구글은 10대 원칙[1]을 설정한다. 정의의 불명확함에서 오는 소모적인 논의와 혼란스러운 기준을 통합시키기 위해서다. 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구글은 10대 원칙으로 답하는 셈이다. 구글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모든 메시지는 10대 원칙으로 통합된다. 10대 원칙에 의하면 구글이라는 인격체는 “똑똑하고 윤리적이며, 관계는 수평적이고, 직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미있는 업무를 주는 형 같은 존재다.”  

 

2) Google의 메시지 관리


하지만 이런 원칙과 관계 구축에 대한 의지는 다른 기업들에서도 활발하다. 인재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선언은 모든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지점은 구성원들이 이 메시지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가의 여부다. 구글은 크게 2가지 큰 틀에서 메시지 관리를 하고 있다. 


①    리더를 견제하다

리더는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존재다. 즉, 통합된 메시지를 통해 일정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HR에게 있어서 가장 불확실성이 높은 존재다. 그래서 구글 POPs은 리더들에 대한 평가를 각박하게 하고 있다. 


LG와 마찬가지로 구글도 구성원들이 리더를 평가한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은 평가 설문의 구성이 Yes or No로 구성된, 중간이 없는 평가다. 더불어 No를 누르기 쉽도록 구조화되어있다. 예를 들어, “리더가 당신의 성과관리를 수행했는가?”라는 질문에 No를 누르면 다음 질문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으나, Yes를 누를 경우 추가 질문들이 이어진다. No에는 변명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각박한 구성이다. 바쁜 업무 중에 설문을 하게 되는 구성원들은 쉽게 No를 누를 유인이 존재한다. 진짜 잘해야만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에 대해서도 리더가 코멘트를 했는지 여부를 연말에 묻고(Yes or No) 단 한번이라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경우 연봉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각박하게 관리한다.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의 재량을 약화시킨다. 10대 원칙에 어긋나는 메시지의 생산을 차단시킨다. 


②    디테일을 통해 메시지를 강화하다

리더보다 조직이 어떠한 인격체인지를 구성원에게 각인시키는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디테일이다. 관계에서 진정성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장례식,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 시 큰 선물을 해주는 것도 일종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지만, 평소의 연락, 만났을 때 나를 대하는 태도가 진정성을 결정한다. 


조직에서 디테일은 다양하게 퍼져있다. 

“우린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을 하고, 리더들도 그렇게 구성원을 대하더라도, 식사가 형편없다면, 구성원들은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음식은 진정성을 의심케 만든다. 


“우린 당신을 믿는다”고 이야기하더라도 지각을 측정하고, 근태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각인되는 과정은 이러한 디테일에 무게가 있다. 


그래서 구글 POPs는 총무팀과의 협업을 중시한다. 협업을 극대화 하기 위한 사무실 공간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테이블의 배치 방식, 음식의 종류까지 인사팀에서 관여한다. 디테일에서 나오는 메시지의 강력한 효과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 POPs도 모든 디테일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POPs팀에는 People Analytics를 담당하는 Part가 있고,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행동방식, 심리를 연구한다. 냉장고 맨 밑 칸에 다소 해로운 음식(콜라, 초콜렛 등)을 배치하고, 블러 처리를 한 후 실제 사람들이 더 적게 먹는지를 추적한다. 블러 처리는 “웬만하면 건강한 음식을 먹어라”라는 디테일에서 나오는 조직의 메시지인데, 이것이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로 다가가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POPs는 리더들을 견제하고, 디테일에 대한 총괄을 하면서 조직에서의 모든 메시지를 관리하고자 하는 듯하다. 궁극적으로 모든 메시지는 10대 원칙으로 통합되어 구성원들에게 각인된다. 그것이 현재 POPs가 인사를 대하는 방식인 듯하다. 리텐션 관리에 있어서, 개인에게 왜 나가려고 하는지를 묻는 인사는 전통적인 인사, 개인을 조직에 연결하려는 방향성의 인사다. 개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나가지 않을 만한 회사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인사, 그것이 구글의 방식이고, 철학이다. 


구글의 사례 발표가 끝난 직후 LG의 HR인들은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대박이다.”, “저런 데 다니고 싶다.” 등의 말들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구글에 열광했다. HR인들 역시 회사의 구성원이다. 그들은 구글이라는 회사가 던지는 메시지, 특히 “우리는 당신을 소중히 합니다.”라는 메시지에 열광한 것이 아니었을까. 

 

인사라는 예술을 시도할 때가 왔다.

 


구글 POPs팀은 인사를 예술로 다루고 있는 듯하다. 예술은 미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추구, 곧 완벽에 다가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예술은 불가능에의 도전이라는 점에 그 아름다움의 본질이 있고,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인간미가 있다. 


조직 내에는 통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수천, 수만, 아니 무한대의 메시지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메시지들을 통합시켜 조직 전체의 이미지를 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은 불가능에의 도전에 가깝고, 그래서 예술이라 감히 칭할 수 있을 듯하다.  


LG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다소 “엄한 아버지” 같은 인상이라면, 구글을 비롯해 오늘날 많은 인재들이 가장 가고 싶어한다는 기업들의 이미지는 “친근하고 똑똑한 형”인 듯하다. 시대가 변하고, 지속적인 인재의 유입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누군가”로 각인되어있는지를 살펴볼 시기, “인사라는 예술”을 시도할 때가 온 것 같다.  


          

[1]

 10 Fundamental things for Google HR : 

1. 일에 대한 의미를 갖게 한다. 2. 팀을 신뢰한다. 3.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만 채용한다. 4. 발전적인 대화와 퍼포먼스 관리를 혼동하지 않는다. 5. 최고의 퍼포먼스와 최저의 퍼포먼스를 내는 양자에 주목한다. 6. 직원을 위해 돈을 써야만 할 때는 아끼지 않는다. 7. 보상은 “불공평하게” 한다. 8. 직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다. 9. 변화에 조금씩 익숙하도록 한다. 10. 즐기고 항상 혁신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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