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당신이 됩니다

by 왕신 송화웅

6. 경쟁자가 나의 친구

경쟁자가 나타나면 싫다. 나의 몫을 경쟁자와 나눠야 하기 때문에 내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가 살기도 빠듯한데 그것마저 빼앗기기는 정말 싫다. 그러나 경쟁자가 없으면 지금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발전도 또한 여기서 멈추고 만다. 하늘은 우리를 살리기 위해 경쟁자를 출현시킨다. 그래서 옛 말에,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나 보다.

형제자매가 많으면 형제자매끼리도 경쟁을 한다. 서로 먹을 것을 많이 차지하려는 경쟁도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서로 더 많이 독차지하려고 경쟁을 한다. 어려서만 그러는 게 아니고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도 선의의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경쟁은 시골에서도 일어난다.

옛날 시골에서 보면, 서로 먼저 일어나기 경쟁이다. 새벽 깜깜할 때 일어나, 논을 한 바퀴 돈 다음 아침 식사까지의 시간을 이용해 퇴비로 쓸 풀을 벤다. 퇴비를 많이 만들어야 벼를 잘 키울 수 있었다. 한 해 농사를 누가 더 잘 짓는지 시합을 하는 것이다.

가을철 시골학교 운동회가 열리면 ‘누가 누가 더 잘하나’는 극치를 이룬다. 부모님은 더 맛있는 음식을 자식에게 먹여 힘내서 이기라고, 자기 자식 기 안 죽여 당당히 싸우라고, 있는 힘 없는 힘 총동원한다. 우리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따라먹고 더 이겨 상품을 많이 받아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경쟁은 학교에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사회에 나오니 더 심하다.


한 날 한 시에 입사한 친구들은 출근하는 그 자체가 경쟁이다. 매일매일 근무한 결과가 고과로 나타난다. 그 고과에 의해 승진이 결정되고, 승진이 되면 월급이 오르고 대우가 좋아지니 누구나 먼저 승진하려고 아우성이다.

나는 승진이 언제나 제일 꽁지였다. 꽁지를 유지하다가 친구가 실수라도 하면 대타로 들어가 자리를 메꾸는 것이 나의 직장생활였다. 그러나 대타로 들어가면 전임자에 비하여 실적을 올리니 인사권자도 안심이 되는 모양였다.


옛날, 현장 소둔 계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얘기다.

화장실용 두루마리처럼 생긴 냉간 압연된 15톤 코일을 4 단으로 쌓고, 종(鍾)처럼 생긴 커버(Inner Cover)를 코일 위에 덮어 씌우고, 또 그 위에 불을 때는 포타불-외벽로 (Outer Cover)를 씌워 30여 시간을 700도에 달하도록 불을 땐다. 가열이 끝나면, 외벽로를 기중기로 벗겨내고, 종처럼 생긴 커버 내에서 50-60시간 냉각시켜 내부의 코일 온도가 150도에 달하면 종 같은 커버마저 벗긴다. 그 이후부터는 코일을 밖으로 꺼내어 공기 중에서, 자연 냉각시킨 다음, 상온이 되면 후공정으로 보내는 작업의 연속이다.

700도에서 3-400도 까지는 급냉각이 되는데, 그 이하의 온도는 매우 서냉 되는 구간이어서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구간이다. 철판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적이어서 생산부는 언제나 납기독촉을 받는데, 네크 공정인 이 소둔 공정은 워낙 작업시간이 길어, 모든 사람의 눈이 이곳으로 쏠린다. 소둔 공정의 책임자인, 나 역시 빨리 공급하고 싶지만, 150도 이상의 코일이 상온에서는 급속히 산화되므로에 150도에 달하기 전에는 커버를 벗길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애타면서 150도가 될 때까지 로내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관리부서에서, 3-4 명이 우리 현장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왜 코일의 냉각을 150도까지 낮춰야 하는가? 이 사람은 예전에 180도에서도 꺼내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만일 150도 이상의 온도에서 코일을 빼내도, 이상이 없다면 소둔 계장은 미안하지만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당장 시험을 해 보자는 것이다.

180 도에서 150 도까지 냉각시키려면 적어도 10 여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다면, 나는 매 롯드마다 10 여 시간씩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꼴이 되고, 만일 그 말이 맞다면 나는 소둔 계장의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고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10 여 시간씩이나 허비해! 그것도 몇 년씩이나!


좋습니다. 시험을 해 봅시다.

시험을 하는 것은 좋은데, 잘 되어서 시험 후에 불량이 발생치 않으면, 내가 옷을 벗으면 끝나지만, 만약 불량이 나오면, 그 불량품은 누가 책임을 집니까? 만약 불량품이 발생하면 그 량이 수 100톤이 될 것입니다. 그 책임한계를 분명히 해주십시오.

관리실장은 자기가 책임진다는 각서를 썼고, 시험은 즉각 실시되었다.

取出(취출) 온도를 150도에서 조금씩 올려, 155도, 160도, 165도, 170도, 175도, 180도로 6 베이스를 선정하여 실시했다. 총 6 베이스 360톤, 물량이었다.

우리는 강제로 빼낸 코일을, 쿨링-야드에 늘어놓았다. 금방이라도 표면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관리부 직원들은 의기양양하게 그것 보라는 듯이, 폼을 재면서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장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면서 점차 분위기는 고약하게 흘러간다. 빼낸 코일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고, 이를 볼 때마다 엉터리 소둔 계장이라는 말이 입소문으로 온 공장에 퍼져갔다.

1주일 후 표면의 온도가 상온이 되어갈 무렵, 생산부장을 위시하여, 본사의 영업부 서원까지 10여 명이, 후공정의 조질압연기 앞에 섰다.

조질압연기에 두루마리의 코일을 걸어놓고 풀어가면서 어떻게 표면이 변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 작업을 했다. 우리들의 눈으로 직접 코일 표면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155도에서 빼낸 코일이 걸렸다.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데, 황토색 무늬가 얼룩얼룩 코일 표면에 나타난다. 마치 하얀 요에 어린아이가 오줌을 싸서 얼룩얼룩한 것처럼 무늬를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색깔이 짙어지고 얼룩무늬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누가 봐도 불량품이다. 이어서 검사원이 판정을 한다. 불 합격!

160도에서 취출 한 것은 색깔이 더욱 짙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색깔이 짙어지더니 180도에서 취출 한 것은 아예 곤색에 가깝다.

6 롯드 360톤이 전량 불합격된 것이다.

많았던 입회인은 삼베 바지 방귀 새듯이 다 사라지고 현장에는 작업자와 나만 남았다. 당당하던 관리부 직원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아니면 도망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경쟁! 경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그 자체가 경쟁이다. 그러나 경쟁은 더 좋아져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경쟁에 이겼다고 뽐낼 것도 아니지만, 경쟁에 졌다고 끝난 것도 또한 아니다. 우리는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기의 일을 착실히 하나씩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승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실수하여 패배했을 때에는, 승자에게 나의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가진다면, 이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모두가 좋아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또한 패자는, 왜 패배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분발한다면, 오늘의 패배는 오히려 값진 경험이 되어 나를 더욱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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