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나를 구원하는 도구, 글쓰기

by 홍씨 Mr Hong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글은 원래 말하지 못하는 자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세상에 말하고 싶었다. 토해내고 싶었다. 내 속마음을. 누군가, 내 마음을 들어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이상한 아이가 되었다. 특이하고 예민한 아이가 되었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사람들과 부대낄 일이 많아졌고, 나는 언어를 잃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동조하면, 갈등은 일어나지 않고 싸울 일도 없으니까. 그렇게 평화롭게 학교에서의 친구관계도, 집에서의 가족관계도 그렇게 넘어가면 되니까. 겉으로의 평화는 지켜졌지만, 내 안에서는 평화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녹음기처럼 재생됐고, 몇 번씩이나 재생된 탓에 녹음기 테이프의 줄이 '틱', '틱'하고 끊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내 안에서의 평화가 이뤄지지 못하니 바깥의 평화를 깰 참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말들을 강물처럼 쏟아냈다. 당신들을 흘려보낼 심산으로. 격렬한 싸움 끝에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그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내면의 강물을 토해낼 '그릇'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 마음 안에서 아우성치던 감정들이 글로 쏟아지면 쏟아질수록 고요해지고 평안했다. 그들이 언어로서 제자리를 찾아가듯이 내 마음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소심한 성격의 나를 대신하여 글은 나에 대해 말하고, 세상을 향해 대신 외친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졌고 이런 감정을 느꼈다라고. 처음엔 일기장으로, 다음엔 메모장으로, 그리고 블로그로, 그 세계는 실현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브런치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혼자만의 대나무 숲에 소리치지 않는다는 것. 내 얼굴의 모습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서가 아니라, 내 글로서 사람들을 만난다. 아무도 내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문체가 지문이요 생각이 얼굴이 된다. 가끔은 판단받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는 글로서 독자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내가 쓰는 글은 나의 감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날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적어본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사람도 발버둥 치는데 다른 이들도 솔직함의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는 나를 살리고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브런치를 통해 내 감정과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오늘 딱 그렇게 정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이 생각보다 값지단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간, '일상은 매 순간 반복되는 것일 뿐 기록의 의미가 있겠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의 '반짝임'을 찾는 것, 그 반복되는 것들 중에서 조금 다른 것을 찾는 시선이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준다. 끝없이 내면에서 공회전하며 의미를 찾는 시선에서, 외부에서의 의미도 찾아보는 것이다. 감정의 기록도 사실은 행복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이 기록들을 통해, 이 글쓰기를 통해 내가 구원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자신만의 구원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