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람들과 대화가 어려울까.

내가 대인관계를 이렇게나 어려워하는 줄 몰랐다

by 홍씨 Mr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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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인관계를 이렇게나 어려워하는 줄 몰랐다.

대인관계가 어렵다는 건, 내가 사람들과 얘기할 때 마음에 서운하거나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유독,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 입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넘길 수 있는 말도 나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별 거 아니야. 그 말이 뭐 얼마나 의미 있다고. 그냥 한 말이야.’하고 넘기려 해 봐도, 그 말은 넘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은 아주 작은 씨처럼 내 마음의 밭에 심겨 자라났다. 그렇게 내 마음에서 자라고 난 후, 점점 커지는 싹을 보면서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며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 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그럼 ’그냥 별 거 아닌 걸로 넘겨. 그냥 넘기면 돼.‘라는 별 거 아닌 말을 내게 건넸다. 그러나 내게는 그 방법이 통하지 않았고, 언제나 미결로 남아있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크게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확장해서 해석하거나 왜곡해서 알아듣는 경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것도 스스로 알았다기보단 누군가 내게 말해줬다. 내가 왜곡되게 상대방의 말을 해석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가서 상대방에게 얘기해 봐야 되지 않아?라고 누군가가 말해줬는데, 20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내게 하라니 곤욕 그 자체였다. 그것도 좋은 얘기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게 불편했던 점을 갖고 “나 이러 이런 게 불편했어 사실.”이라고 말하라는 꼴이라니…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도전했던 무엇보다 큰 용기일 수도 있다. 그 생각이 바로 들었었다.

하지만 이대로 살 순 없는 것. 나를 어렵게 했던, 그 사람을 찾아갔다. 실질적으로는 그 사람이 나를 어렵게 한 게 아니라, 그 말을 해석하는 내가 어렵게 했을 수도 있다. 찾아가는 것도 어려운데, 이제 말을 해야 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말을 해야 한다.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이었다. 제발 피하고 싶다고 스스로 몇 번이나 말했지만, 지금 아니면 할 기회는 없었다. 말하기 전까지 몇 십 번이고 말을 스스로 삼켰으며 시간이 더 지났다간 내면에서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가 좀 할 말이 있는데…”

“뭔데?”

“그…”

정적이 10초간 흘렀다.

“뭔데? 무슨 일 있어?”

“내가 사실은… 아… 말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

“아까 이런 상황에서 네가 이런 이런 말을 해서 내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말한 거야? 내가 그 말이 좀 마음에 걸려서.”

목소리가 떨렸다. 그 말을 했을 때 후련함과 동시에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다.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 예상외로 상대방은 그 말에 화내지 않고, ‘그런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말한 거다.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하다’란 식으로 반응해 주었다. 그게 내가 처음으로 오해하고 결론 내린 것이 아닌, 상대방의 말을 이해해보려고 한 행동이었다. 물론 항상 이 방식이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며 쏘아붙이는 상대도 있었고, 오히려 그게 발화점이 되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만이 내게는 유일하게 상대방을 오해하지 않고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매번 어려웠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매번 그렇게 찾아가서 말한다는 게 꽤 어려운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상대방과 시간이 안 맞아서 얘기할 수 없는 경우도 생겨났고, 어느새 조금 귀찮아지기도 했다. 서운하고 어려운 일은 자주 있는데, 그걸 매번 가서 설명하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걸 매번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일정 부분은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른즈음이었나. 그렇다고 매번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역시 어려웠다.

그러다 오늘,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와 A는 일이 바빴는데 나는 지금 있는 장소에서 점심을 급히 먹은 상태였고, A는 점심을 못 먹은 상태였다. 나와 A가 같이 있었는데 B가 왔다. B가 우리에게 점심을 먹었는지 물어봤다. 나는 먹었다고 했고, A는 머뭇거렸다. A에게 B가 음식을 싸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거기서 여기 반찬이 맛있다고 했다. B가 아, 반찬이 맛있구나. 하고 다시 A에게 배고프지 않냐고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이 포인트에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내 답에 대한, 대화는 이어가지 않고 A에게로 향했기 때문이다. 내 말을 순간 무시했나, 란 생각이 잠깐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바로 가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말할 터였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는데(물론 노트에 적으면서) 처음에 A와 나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봤다. 포인트가 지금 점심보다 더 지난 시간인데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배고픈지가 포인트였던 것 같다. 내가 거기서 여기 반찬이 맛있다고 했으니, 원래의 주제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B가 나는 점심을 먹었다고 했으니 A에게 밥을 먹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나를 무시했다기보다 대화의 시작이 그렇게 흘러갔단 거였다. ‘대화에서의 행간’을 잘 읽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항상 그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내 위주로 얘기하려고만 했다. 오늘 아주 좋은 공부가 되었다. 다음엔 조금 더 성숙하게 얘기하고 마음에 서운함이 든다면 어떤 이유인지를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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