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이 새를 쫓는다는 것

핸드폰과 낡은 카메라만 들고 무작정 떠나는 탐조 이야기

by 휘원

특별할 것 없는 계기였다. 타성에 젖은 채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때때로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는 친구가 있었다. 눈을 빛내며 들떠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자니 덩달아 흥미가 일었고, 나는 그렇게 어느 겨울날 무작정 탐조의 성지라고 하는 공릉천으로 향했다.


공릉천은 그다지 멀지 않았다. 마을버스를 타는 시간과 걸어서 미리 알아봐 둔 탐조 포인트에 도달하는 시간을 합쳐 총 한 시간 남짓이 걸렸다. 어쩌면 흔히들 농담조로 말하는 ‘경기도식 시간감각’에 익숙해진 탓일까, 울을 가는 것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 이런 놀 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한껏 부풀어 오른 설렘을 가슴에 품고 도착한 장소에서 날 맞이한 건 쇠기러기 무리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탐조를 가서 찍은 사진

직접 새들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달랑 들고 간 스마트폰 카메라로 내가 본 것을 담았다. 전문적인 카메라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내가 직접 새들을 마주하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어 왔다. 쇠기러기, 큰기러기, 멧새, 비오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지금껏 무심결에 지나쳐왔을지도 모르는 존재들과 그들이 사는 세계를 마주하는 것은 늘 무언가 재밌는 걸 바라던 나에겐 신선한 전율을 주었고, 나는 그렇게 탐조인이 되었다.


파주 율곡습지공원 근처 버스정류장

나는 차를 무서워한다. 탐조를 하러 갈 때 자차가 있다면 훨씬 넓은 곳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지만, 차를 무서워해 운전면허를 딸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버스가 닿는 곳만을 탐조지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은 차고 넘치게 많았다.


면허가 없는 걸 아쉬워한 적이 없냐면 그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고작 한 사람(심지어 저질체력이라 많이 못 돌아다니기까지 하는)에게 대한민국은 충분히 넓었고, 버스로 갈 수 있는 곳만 다닌다고 해도 평생 모든 곳을 갈 수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탐조를 하면서 경이로운 만남이나 경험을 가졌던 곳은 전부 버스로 갈 수 있었던 장소였던 만큼, 앞으로도 (대중교통을 더한)‘뚜벅이 탐조’라는 내 테마를 버릴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탐조일지를 쓰는 건 만년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또 다른 취미생활이다

차가 없어도 좋다. 전문적인 카메라도 필요 없다. 무료 앱 몇 가지가 깔린 스마트폰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만이 필요했다. 한동안 놀려 두던 저렴이 만년필들은 나만의 탐조일지를 쓰는 펜이 되었고, 스마트폰의 줌 기능에 한계를 느끼고 조금 욕심을 부려 산 낡은 카메라를 가지고 난 탐조를 넘어 꽃이나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나에게 탐조란 쉴 틈 없이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현대인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이자 틀에 박힌 일상의 쳇바퀴를 부수고 더 넓은 세상을 열어 준 경험이었고, 이젠 내가 느낀 이 환희를 이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