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살고 있다는 행운

탐조지 이야기 첫 번째, 공릉천

by 휘원

탐조인들에게 공릉천은 유명한 장소이다. 아무런 정보가 없던 시절에도 수많은 공릉천 탐조 후기를 보고 대뜸 여기로 가자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니. 사실 공릉천에서 탐조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포인트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썩 좋지는 않은 곳이고, 이런 점에서 집에서 부담없이 마을버스를 타고 환승 없이 근처 정류장에 내려 30분을 걸을 수 있는 조건은 나에게 상당히 큰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무작정 탐조를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갈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공릉천 인근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보니까.

공릉천에 처음 간 날 만난 멧새

사실 도시 내 공원이 아니고서야 탐조 포인트를 공개하는 것은 탐조인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금기사항이라고 알고 있다. 공릉천이야 뭐 조금만 찾아봐도 구체적인 포인트가 나오는 곳이긴 하지만, 무분별하게 찾아와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여성 탐조인(엄밀히 말해서 나는 논바이너리이지만, 여성으로 지정되고 패싱되는 삶을 살고 있으니)에게는 안전의 문제가 달린 일이기도 하니, 앞으로도 딱히 구체적인 위치를 공개하고 다닐 생각은 없다.

잘 구워낸 빵 같은 색의 황오리

공릉천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있는 하천이다. 내가 탐조를 하러 방문하는 포인트는 두 군데가 있고, 하천변 갈대숲 / 시골 마을 / 도시 지역의 아파트 단지 / 공원 / 논밭… 물가 하면 떠올릴 만한 대부분의 풍경을 그 포인트들에서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만날 수 있는 새도 다양하다. 초보 탐조인이라도 찾을 수 있는 커다란 새들도 꽤 많고,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도 제법 자주 보인다(주변 사람들은 내가 맹금 사진을 찍어 왔다고 하면 유난히 더 좋아한다).

중백로와 황로가 보인다. 쇠백로도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탄현면 쪽 포인트(구체적 위치 비공개)는 혼자 혹은 탐조를 좋아하는 일행과 같이, 금릉역 인근 포인트(금이동네공원)는 친구나 연인, 가족과 산책하듯이 둘러볼 만한 장소라고 느꼈다. 탄현면 포인트는 한강 하구에 머무는 새들이 잔뜩 모이는 만큼 작정하고 딥하게 새 찾아다니기에 좋고, 금릉역 포인트는 공원으로 잘 꾸며놓은 만큼 가볍게 산책하면서 도시에 늘 머무는 작은 새들이나 동절기에 날아드는 오리를 구경하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행운이 따른다면 저어새를 엄청나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운정신도시나 금촌 같은 파주시 내 도시 지역에서 그다지 멀지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으면서도 경험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단, 탄현면 포인트 기준으로 도시 지역과 가깝다뿐 탐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꽤 넓으니 오래 걸을 수 있는 차림과 신발을 하고 탐조 동선을 계획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자.

중부리도요 특유의 길게 뻗어 휘어진 부리가 인상적이다

탄현면 포인트

도보 접근성 낮은 편(★2/5)

- 전체적으로 인근 버스 정류장과의 거리가 애매함(도보 30분 정도)
- 배차간격이 비교적 좁은 버스는 조금 먼 정류장에만 정차하고, 가까운 정류장에 서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매우 넓어 시간표를 확실히 알아보고 가야 함

탐조 난이도 보통

-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구간이 많으며, 천변 구간은 제대로 길을 만들어 뒀다기보단 최소한의 흙길만 다져 둔 것에 가까움
- 걷기 썩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왜가리, 백로, 오리류, 갈매기 등의 크고 비교적 덜 민감한 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
- 볼 수 있는 종이 매우 다양함. 도요새 및 물떼새, 기러기, 저어새 등 다양한 새가 도래

금릉역 포인트

도보 접근성 높은 편(★4/5)

- 지하철역 및 버스 정류장과 비교적 가까움
- 도심지와 가까워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음. 단, 접근 루트에 따라 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곳이 있음

탐조 난이도 낮음

- 공원으로 조성된 만큼 가볍게 걷기 좋음
- 오리류, 왜가리, 백로 등 육안으로도 보기 쉬운 새들이 많이 있음. 특히 동절기에 황오리나 알락오리 등이 많이 도래하는 편
- 작은 새들의 경우 아파트 단지 옆 산책로에서 찾아보는 것이 보다 수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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