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집안을 뒤집었다. 나는 ‘청소’라는 개념을 단순히 바닥에 쌓인 먼지를 쓸고 닦는 정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게 청소란 공간을 새롭게 재배치하고, 가구를 옮기고, 전체적인 구조를 바꾸는 일까지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집 안에 변화를 주고 싶어질 때면, 결국 대청소가 되어버린다.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개운해지지만, 그 과정이 간단할 리 없다.
청소를 시작하면 우리 여덟 마리 아이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어, 엄마 뭐해? 또 뭐 바꿔?" 하는 듯한 눈빛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방해 아닌 방해를 한다. 바닥에 깔아둔 물건 위로 올라오고, 정리해 둔 곳에 다시 파고들고, 가구를 옮기면 그 빈자리부터 차지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 녀석들을 보면 기진맥진해질 수밖에 없다. 청소를 할수록 힘듦이 배가 되는 이유다.
올해는 마당을 톰, 브라운, 구름이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놈의 눈은 잊을 만하면 오고, 또 잊을 만하면 온다. 눈이 쌓이면 마당을 치우기도 쉽지 않고, 그동안 아이들의 응가도 수북이 쌓인다. 치우고 싶어도 날이 따뜻해져야 마당에 물이 나오니 그것도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게 내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자연의 흐름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법.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미뤄둔다.
나는 신랑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걸 바라지 않는다. 신랑도 나름대로 돕겠다고 나서지만, 그 결과물을 보면 오히려 일이 늘어나곤 한다. 설거지를 해놓고는 흡족한 얼굴로 나를 찾았던 어느 날, 다음날 아침 싱크대를 확인해 보고선 웃음이 났다. 분명히 열심히 했을 텐데, 대체 어디를 얼마나 헹궈낸 건지 알 수 없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빨래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주는 거라 쉬운 일인데, 이상하게 신랑이 빨래를 돌리면 세상에서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독특한(?) 향이 난다. 수건을 개도 나와 똑같이 갠 건데, 이상하게 신랑이 갠 수건만 모양이 삐뚤삐뚤하다. 순간 ‘혹시 이게 큰 그림인가...?’ 싶다가도, 아뇨. 그냥 살림에 소질이 없는 거다.
신랑에게는 또 하나의 이상한(?) 버릇이 있다. 바로 신었던 양말을 집 여기저기에 숨겨놓는 것이다. 내가 작업하려고 의자를 빼면 거기서 양말 한 켤레, 가방을 들추면 또 양말! 그런데 신기한 건 대충 던져놓는 것도 아니고, 꼭 가지런히 포개어 놓는다는 점이다.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어 신랑에게 보내면, 그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 숨겨놓는 거야."
아니, 치매랑 이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신랑이 너무 귀엽고 웃기다. 오늘도 그의 양말을 찾아 떠난다. 이쯤 되면 청소도, 마당 정리도, 모든 일이 끝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게 행복 아닐까 싶다.
청소는 끝이 없고, 양말 찾기도 끝이 없고… 하지만 오늘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