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6] 존엄사를 생각하다

- 하루만에 천국에서 지옥을 맛봄

by 은가비

제주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왔다. 평소 좋지 않았던 허리도 요가 수련을 하며 내가 앞으로 좀 다스려가면서 지낼 수 있겠구나 싶은 희망을 품고 왔다. 그런데 어제 오랜만에 간 헬스장에서 하체 피티를 받았는데 허리가 나갔다. 평소엔 내가 허리가 안 좋은걸 아니까 할 때 유독 힘이 들어가는 기구를 꺼리고 중량 욕심도 다 버렸다. 이 기구 참 하기 싫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핵스쿼트를 했는데 두 번째 세트에서 내려갔다 올라온 순간 이거 싸하다 하는 느낌! 그래서 피티샘한테 안되겠다고 하고 그 기구 운동을 중단했다. 레그 프레스로 옮겨서 하는데 천천히 고관절 접어서 깊이 내리라고 하길래 해봤는데 영 기분이 안 좋았다.


평소 중량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는데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티 끝나자마자 폼롤러로 맛사지 하고 스트레칭을 이리저리 한 시간 가까이 했다. 그런데 점점 더 아파오는 꼬리뼈쪽 통증에 움직임이 점점 부자연스러웠다. 밤에 온열 맛사지를 얹고 옆으로 쪼그려서 겨우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떻게 움직여도 아파서 뭔가 잡고 겨우 일어나거나 악 소리를 내며 기어다니듯 움직였다. 바지를 입고 벗는데 중학생 딸의 도움을 받으며 이건 진짜 비참하구나 싶어 엉금거리며 정형외과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이대로는 내 힘으로 걷거나 앉거나 눕지를 못할 지경이라 삶의 질도 떨어지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생활할거 같은데 그건 너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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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존엄사가 합법화되기를 바래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잘 모르겠지만 의식과 생각은 너무 멀쩡한데 자기 몸을 자기가 온전히 움직일 수 없어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원초적인 것부터 생활을 의지해야한다면 얼마나 비참함을 느끼며 꾸역꾸역 살아내야 할 것인가. 죽고싶은 기분에 계속 시달릴 것 같다. 그래서 그저 감탄사처럼 들리던 할머니들의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말이 이제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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