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7] 결국은 사람, 그리고 사랑

by 은가비

나는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독하지 못하고 마음이 약하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서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만큼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나를 자기들이 편한대로 적당한 선에서 이용하는 것을 알게된 경우 몹시 상처받고 마음이 아픈 적이 많았다. 그렇게 계산적이고 건조하게 사람을 사귀는 것을 나는 하지 못하므로. 아예 친해지지 않으면 않았지 안부를 묻고 소통을 하는 사이가 되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면서는 마음을 주고 신경을 쓰게 되므로 혼자 많이 상처받게 되기도 하더라.


SNS를 부지런히 하는 편이다. 내 일상 기록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인들이나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과 일상을 공유하면서 소통해보니 인간 관계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올해는 휴직중이라 직장 사람들과의 연락은 뜸하지만 헬스장에서 친해진 몇 사람이 있다. 그들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피티샘에게 많이들 물어보았다고 한다. 뭘하는 사람인지, 직업이 있는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운동은 오래 했는지 등을 계속 물어본단다. 직업은 말하지 말아달라고 내가 부탁을 해둬서 선생님도 적당히 얼버무리시는 것 같았다.


호기심도 많고 운동 욕심이 있어서 다양한 종목을 배우러 다녔다. 사십 대의 나이에 비해 유연하고 운동 신경이 있어서 가는 곳마다 요가샘, 필테샘, 트레이너샘, 폴댄스샘들에게 운동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텐션도 높고 친화력이 좋아서 선생님들과 금방 친해지고 그러다보면 인스타 아이디를 주고 받게 된다.(내 계정은 비공개) 함께 운동한 회원들과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으며 사귄 사람들은 나이대가 무척 다양하지만 좋아하는 운동에 대한 공통점으로 인해 나이 차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헬스장에서 친해진 한 명은 센터 등록할 때 내가 도움을 준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고, 한 명은 운동하러 가면 자주 보던 아가씨인데 19살이나 어리다. 난 헬스장에 다닌지 몇 년 되었지만 평소 운동을 가면 사람들을 잘 쳐다보지 않고 혼자 조용히 운동하다가 온다. (친했던 띠동갑 운동메이트가 있었는데 이사를 가서 이후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두 사람이 다 나를 보면 먼저 인사를 건네기에 나도 인사하고 그러면서 언제부턴가는 인사 후에 스몰 토크도 하고 그 대화가 점점 길어지면서 더 친해지게 되었다.


언니랑은 따로 만나 밥을 먹기도 했고 동생이랑은 어제 술을 마셨다. 센터에서는 운동, 몸매, 다이어트, 컨디션 등에 대한 간단한 대화 정도밖에 못해서 그런지 이 동생은 나를 꼭 밖에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다. 자기는 다른 지역에서 여기로 온지 1년밖에 안된데다가 일이 늦게 끝나서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그러니 같이 놀아달라고 해서 가을밤에 약속을 잡았다. 난 허리가 아파서 운동도 가지 못하게 된 상황이고, 제주에서 기분좋게 와서 야심차게 앞으로의 스케줄을 생각해뒀는데 몸이 이렇게 된게 너무 기분이 안좋아서 마침 술 한잔 하고 싶기도 했다. 그녀가 운동끝나고 나오는 시간에 맞춰 센터앞에서 기다렸다.

동네 먹자 골목에서 안주가 맛있어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신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을 많이 들어주었다. 사람들은 나와 만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게 된다고 한다. 내가 리액션도 잘해주고 너무 들어주기 때문이라면서. 생각해보니 내 얘기는 별로 하지 않고 상대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쳐주는 걸 내가 잘 하는 것 같다. 이모뻘되는 우리 둘 사이의 나이 차이를 거의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입담이 좋았는데 들어보니 사회생활 경험, 개인적인 인생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가보다. 술도 어찌나 잘 마시는지 그 젊음과 건강함과 술이 술술 들어가는 주량도 부럽고 빡세게 운동을 하고 왔다는 얘기도 부러웠다.


또 시작되었네, 내 비교병. 최근에 나는 슬럼프로 운동도 대충, 다이어트도 대충, 그로 인해 살은 다시 찌고 자존감은 다시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던 차에 야무지고 철저하게 운동과 식단을 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얼마나 반성이 되던지. 허리 괜찮아지기만 해봐라. 유산소부터 열심히 해보리.


수다 삼매경에 빠져서 서로의 바디프로필 촬영 준비 이야기, 다이어트의 힘든 점, 운동을 하면서 겪은 일, 피티샘과의 에피소드들을 신나게 떠들었다. 그런데 우리 둘의 공통점이 정이 많아서 사람을 좋아하고, 정때문에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내게 운동도 오래했고 잘하는데 시설 좋은 센터 말고 왜 계속 여길 다니냐 물었다. 그러게.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동안 다녀온 시간과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맞춰가며 운동을 해온 시간, 미운정 고운정 든 시간때문에 쉽게 나몰라라 하고 떠날 수가 없나보다. 시설은 그냥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해야 하고 그 마음편안함 속에는 익숙하고 정든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그들과 주고받는 마음,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다. 그걸로 살아가는 것이다. 주사맞아서 허리 통증은 아주 조금 줄었고 함께 마시는 술은 달았고 선선한 가을밤은 참 좋았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게 운동하면서 살고 싶다. 높은 삶의 질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 허리 굽히고 일어서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그 평범한 일이 이렇게 중요하게 느껴질 줄이야. 앞으로는 진짜 허리 내리눌리는 중량 운동은 하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아서 몸만들기를 해야겠다. 시골 내려가기전 남은 피티 횟수들와 폴댄스 기간, 이용권 등 마음이 조급했는데 무리했을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시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배움을 주시려고 이러시는거ㆍ가 생각해본다. 뭐든 잘되는 사람, 교만한 사람들 말고 아픔 있고 잘 안되는 시련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마음과 경험

위로를 나누고 주고받으라고 주신 고통과 시련으로 생각해야겠다. 앞으로 더 행복해지자 아프지말고. 천천히라도 괜찮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6화[100-26] 존엄사를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