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8] 살아낸 흔적, 흉터에 대하여

- 흉터를 보고 생각하다.

by 은가비

내 몸에는 흉터가 많다. 목구멍 안쪽에는 편도를 제거하고 지진 자국, 목 외관에는 갑상선 수술 자국, 배에는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길게 나 있다.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이 시작되는 뼈가 나온 부분에는 녹아버린 피부가 새로 자라서 생긴 흉터, 오른발 엄지 발가락쪽에도 상처가 깊게 패였다가 아물어서 생긴 흉터가 있다. 최근에는 자궁근종 색전술을 받으면서 오른쪽 서혜부쪽에 작게 시술 자국이 생겼다. 다행히 복강경으로 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나마 배에 구멍뚫는 흉터는 피했다. 아무튼 이렇게 큰 이벤트로 내가 기억하는 것들 말고도 자잘한 상처 흉터들이 여기저기 있다. 자동차나 물건을 사용하다보면 기스도 나고 패이기도 하는게 당연하듯 사람의 몸도 쓰다보면 상처나고 아프고 수술하고 흉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온천을 가게 되었다. 허리 통증이 심해서 기분이 몹시 우울한데 남편이 따듯한 물에서 좀 이완시키고 기분도 전환하라고 데리고 간 것 같다. 오늘은 딸도 동행하지 않았고 세신을 하겠다는 목적도 없이 편안하게 간 것이므로 혼자 느긋한 마음이 되었다. 냉온탕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다. 몸매나 외모도 보게 되고 특징적인 부분은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몸이 아픈 상태여서 그런지 특히 상처가 있는 사람, 흉터자국이 있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였다. 유방 한 쪽을 절제한 사람(울 엄마 생각이 났다 ㅠ ㅠ), 배에 수술 자국이 있는 사람 등을 보면서 '많이 아팠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잘 견뎌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도 겪어봤기 때문에 공감이 더 많이 되는 거겠지. 여자는 갑상선, 유방, 자궁 등 여성질환으로 수술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말고도 수술 자국이나 흉터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모두 살아내느라 참 애썼구나, 대단한 사람들이다. 며칠 전 글에도 썼지만 니체의 명언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라는 문장을 좋아한다. 죽지 않고 견뎌내 오늘을 살고있으니 우리는 더욱 강해진 사람들이다.


한때는 내가 하자있는 인간이 된 기분에 사로잡혀 너무 힘들었다. 불량품이 되버린 기분이랄까. 기준 미달인 모지리가 된 것 같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지금 이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그럼에도불구하고 수술과 치료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견뎌냈으니 나는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마음을 먹기로 했다.


인생에 굴곡과 시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교만하고 배려가 적으며 타인의 아픔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시련과 고통을 닥칠 수 있다는 겸손함을 아는 사람, 아프고 힘들어봤기에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상대에게 마음을 쓸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오늘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그동안 잘 버텨온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용기와 위로가 필요하고 마음이 약해진 요즘, 다시 나를 소중히 여기며 몸과 마음을 잘 살피라는 신호라고 여기자. 내 몸에 새겨진 살아낸 흔적과 앞으로 내가 써나갈 삶의 기록의 의미를 소중히 여겨야겠다. 빨리 컨디션이 좋아져서 에너지넘치게 다시 마음껏 움직이고 즐겁게 운동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 수시로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참 잘 견디고 있다고 자기위로 해두자. 나 오늘도 애썼다. 순간의 합인 내 인생, 나름 다 귀한 하루하루일 것이니 잘 모아나가자.

Bravo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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