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0] 운빨이 필요해

by 은가비

아들의 첫 실기 입시를 오늘 치르고 왔다. 어제밤까지도 운전을 해서 가느냐, 중간에 기차를 타느냐, 버스로만 갈아타고 가느냐,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느냐 등등 가는 방법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가는동안 아이를 좀 편하게 해주고자 자차로 가려니 수험생은 그 건물에 주차할 수 없다고(아마도 너무 많이 오니 수용이 안되어서 그렇겠지) 하니 굳이 내가 오래 수고해서 운전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패쓰, 수원역에 가서 서울역까지 기차를 타고 가려니 입석밖에 없고, M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그 버스를 타기 위한 버스를 타고 갈아타야해서 비효율적으로 느껴져서 다 탈락. 그래서 최종은 집 근처에서 서울가는 버스를 타고 신논현역에 내려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가는 걸로 정했다.


가는데 2시간은 소요되므로 여유 있게 도착해서 손가락이라도 좀 풀려면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자는게 자는게 아니라 오히려 잠을 설치게 된다. 아이는 평소에 워낙 새벽 늦게 자는데(물론 지 입시고 중요하니까 본인이 알람맞추고 긴장하고 자야겠지만 요즘 아이들 ...할많하않. 우리집 애들만 그런거면 억울한데 ㅠ ㅠ) 내가 먼저 일어나서 깨우지 못할까봐 걱정되서 결국 자는둥마는둥했다. 5시 40분에 기상하고 6시 반에 집을 나서면서 아이 컨디션 살피고 가방에 간식이며 긴장 풀어주는 약과 물 등을 챙겨 넣고 여러 번 확인했다. 아이는 아이대로 악기와 수험표, 신분증, 제출할 악보 등을 챙기도록 했다.


나는 대부분 운전해서 다니는데 가끔 서울에 약속이 있어 나갈때는 지하철 앱을 여러 번 확인하면서 겨우 다닌다. 그런데 디지털 원주민인 아들은 학원 다니면서 서울을 많이 오가느라 익숙한지 출발할 때부터 버스가 오는 시각, 위치 등과 갈아타는 노선 등을 계속 파악해서 나를 리드해서 데리고 다녔다. 남자답게 나를 안쪽으로 보호하기도 하고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쪼꼬미였던 아들이 이제 어른스러워졌구나, 많이 컸네." 싶었다. 평소에 집에서는 온갖 잔소리를 퍼부어야 하고 손끝이나 행동이 야무지지 못해 실수 연발이라 늘 걱정되는 어린이같이 여겨질 때가 많았는데.... 오늘의 낯선 모습은 아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너도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구나.


이러저러하여 입시 장소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안내해주는 선배들이 도움 요원으로 나와 있었다. 수험생들에게 활기찬 목소리로 크게 "파이팅!"을 외쳐주며 시험 잘 보라고 했다. 나도 덩달아 잠시 힘을 내며 아이를 시험장소까지 데려다주려고 했더니 학부모는 안된다며 건물 계단에서부터 강제 이별을 시켜서 어어어~ 하다가 헤어져버렸다. 얼결에 내려가는 아이 이름을 부르며 잘 하고 오라고, 엄마는 여기 스벅에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카페에 들어가니 수험생 부모님들로 보이는 분들이 제법 많았다. 나는 최대한 긴장된 티 안내려고 커피랑 샌드위치를 주문해놓고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다. 속으로 심장 쫄리는 기분이 되어 카페로 들어오는 사람들 실루엣이 보일때마다 아들인가하고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목 돌아갈 뻔) 이런게 엄마 마음이구나. 나에게도 나름 진한 모성이 있었다구.

시험이 끝났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걱정이 되어 마음속으로 화살기도도 보냈다가, 손모으고 주님의 기도, 성모송도 읊조렸다. 마음이 좀 진정되면 책도 좀 읽으며 나는 나대로 할 일을 하며 중심을 세우자고 마음 먹었다. 부모인 내가 너무 멘탈이 흔들리면 안될 것 같아서 단단해지되 아이 마음은 최대한 편안하게 해줄 수 있도록 그동안 제대로 살피지 못한 마음이나 감정도 잘 살펴주어야겠다.

시험을 치르고 아들이 카페로 왔다. 표정을 보니 아쉬운 게 많은 얼굴이다. 첫 시험이고 경쟁률도 너무 높고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조금 했다고 한다. 반주자 없이 쳐다도 보지 않고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 면접관 교수들 앞에서 솔로 기타를 연주하는 게 얼마나 떨렸을까. 처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오늘의 아쉬운 부분을 채우면서 남은 실기 시험은 잘 준비해 나가자고 했다. 집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오늘 오고가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아들이 엄마와 친밀해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같이 와준게 도움이 되냐고 물어봤더니 엄청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 고3 엄마인데 이런 써포트는 당연히 해줘야지.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노력으로 널 도울게, 너는 너대로 최선을 다해서 같이 잘 해보자.


집에 와서 다 늦은 시간에 오늘의 나의 운세를 봤다. 90점에 여러가지가 꽤 괜찮다고 나와서 찬찬히 읽어보니 맞는 말도 있고 아닌 것 같은 말도 있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그러나 이건 나의 운세라는 것. 입시생인 내 아들에게 운빨이 쭉쭉 있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라게 된다. 운좋은 놈은 이길 수가 없으니 말이다. 오늘의 동시필사는 이런 내 마음과 비슷한 감정이 담긴 시를 골라 적었다. 우리 너무 힘들지 말고 서로를 들어주는 힘으로 같이 힘내자. 지인이 응원해준 말 "어차피 잘 될건데 뭐!"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인지. 엄마는 믿음의 에너지를 계속 보낼게. 아들~ 운빨도 필요하지만 가족의 사랑빨도 듬뿍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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