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심하다.
아이를 매일 차로 등교시켜 주어야 하기에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는 날은 가끔이긴 한데
요즘에는 안개가 자주 낀다.
시야가 잘 안보여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운전이 조심스럽다.
안개등을 반드시 켜야만 하는데 오토로 설정해놓으면
밝기 조절이 내 생각과 달라서 그런지 라이트가 안 켜지는 때가 종종 있다.
나의 안전도 지키고 뒤에 오는 차들이 내 차를 볼 수 있게
안개등이 켜져있는지 출발전에 다시 확인해봤다.
정말 정말 심한 날은 서로가 비상 깜빡이를 켠 채 거북이 걸음으로 천천히 가곤 한다.
지금의 이 막막하고 잘 보이지는 않는 상황을 막연히 견디며 지내고 있는
요즘 내 마음처럼 뿌연 안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더이상 애끓이면 무엇하리.
내 마음과 태도를 선택할 수밖에.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하자.
지금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럴수록
앞으로 더 좋은 날, 맑은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낮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쨍하고 따듯한 햇살 비추는
맑은 날씨가 되었다.
소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싶어 근처 절을 찾았다.
햇살은 따사롭고 가을 바람에 눈처럼 나리는 낙엽에 넋을 놓고 바라보며 감탄하는 마음이 된다.
본격적인 추위는 아직 오지 않아서 가을을 오래 누리고 있다.
최근 지인에게
어미의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 받았다.
기독교든 천주교든 불교든간에
누군가에게 간절히 바라고 매달리는 마음은 다 같은 것일테지.
어떤 신이든간에 애끓는 어미의 소원은 좀 귀 기울여 주시지 않을까.
나만 절실한게 아니지.
간절한 바램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마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어디든 틈만 보이면
어디든 돌만 보이면
숨을 멈추고 조심히 올려놓았을 무수한 소원들.
집에 돌아오니 유독 눈에 띄는 담벼락에 핀 장미가
그래.
자기만의 꽃피는 시절이 있는 거지.
그러니 기다려주자.
아이들도 자기들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