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시작하는 글
서른다섯이 되려니까,
잘살고 있다고 믿었던 내 삶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말을 걸었다.
지금 삶이 잘 살고 있는 거니?
언젠가부터 잘못된 것 같았다.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니 지금까지 달려온 내 삶이 의미를 잃었다. 내가 부서지는 것 같아 인생 허무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일기를 썼다. 누군가에게 터놓으면 내 고민이 흐려지고, 당장은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니 괜찮은 거 같았지만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정리안 된 상태로 말해봤자 대화 속에서 방황하고 후회할게 뻔했다. 무엇보다 내가 명확하지 않다면 듣는 상대도 불편할 것 같았다.
내 마음은 내가 쓴 글이 제일 잘 헤아려줬다. 조금씩 감정을 써봤다. 글을 쓰니 나의 부족한 점도 받아들여야 했다. 못난 나를 인정하기 싫어서 늘 다음으로 도망쳤지만, 도망쳐봐야 시간만 지체될 뿐이란 걸 안다.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질 시점이다. 힘들더라도 끝까지 써보자. 흔들리지 않으려면 끝까지 써야 한다.
글을 마무리 지을 무렵에는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어도, 엄마가 되었어도 철들지 못했던 지난 나를 반성했다. 이 글을 쓰면 철이 조금은 든 것 같다.
서른다섯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