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내 속은 내가 제일 잘 알아.
인생 초년이 끝난다는 게
그리 두려웠을까?
취업을 못 한다는 두려움, 배우자를 못 만날 것 같은 외로움, 다시 복직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서른다섯이 되니 이십 대 때처럼 두려운 것은 없다. 첫 취업은 힘들었지만 이직의 어려움은 전보다 덜하다. 첫 여행에선 심장이 뛰었지만 다음 여행에선 이전만큼 뛰지 않는다. 첫 출산이 무섭지 두 번째는 전에 느껴봤던 고통이다. 엄마가 된 나는 앞으로 할 일이란 이전에 했던 것들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내 인생 초년이 끝날까 봐 뭐든지 더 시도했었다. 뭐든 일찍 하려고 했었다. 쫓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리 조급하게 살았는가 싶었다. 서른다섯이 되었다. 나이를 적당히 먹었다. 하지 못한 것이 많아서 아쉽다고 젊음을 붙잡고 싶다고 말하기엔 내 삶을 벌려놔서 이제는 붙잡지 않을 것이다.
스물다섯에 취업해서 2년만 관두고 장기 배낭여행을 떠나야 미련 없을 것 같던 꿈은 좌절되었지만, 나는 금세 워킹맘으로 다시 나의 삶을 시작했다. 여행 에세이는 못써도 워킹맘 에세이는 쓸 수 있겠다. 지나 보면 여행보다 삶에 대한 글쓰기를 갈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나는 더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지나 보니 내가 힘들 때 정말 힘이 되는 건, 나 자신뿐이었다.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건 나뿐이니까. 그래서 가끔은 자기 인생의 독백도 필요한 것 같다고.
나의 서른다섯 살 밀린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