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철없이 사는 이유
어릴 때 친구들과 항상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도 언젠가 운전을 할 수 있겠지?"
운전을 하는 일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상징했다.
죽마고우 중에 유독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 녀석이 있다. 자동차 피규어 부터 미니카, RC카 조종, 자동차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등 매우 자동차에 유별났다. 그러던 수능을 마친 이듬해 1월, 녀석이 엑센트를 타고 등장했다. 친구의 모습에서 오색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누구보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있던 터라 수능 마친 뒤 발 빠르게 면허를 따고 아버지가 중고차를 한대 구해준 것이다. 친구가 운전하는 엑센트에 사내 5명이 비좁게 타고 첫 드라이브를 나서는 순간, 드디어 우리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우리는 항상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도 언젠가 취업을 해서 자차를 마련하겠지?"
취업을 해서 스스로 자동차를 사는 일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상징했다.
함께 취업준비를 하던 친구들 중 두 녀석이 빠르게 취업을 했다. 이후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자면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던 녀석들이 갑자기 인사과가 어쩌고, 연봉이 어쩌고, 인센티브가 어쩌고, 부장님이 어쩌고 하며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취업 이후 따끈따끈 한 신차를 내린 모습을 보며 친구에게서 무언가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먼저 사회에 진출해 자리 잡은 친구 녀석을 보며 우리도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직장인이 되어 우리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도 언젠가 결혼을 하겠지?"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는 일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상징했다.
결혼이란 건 정말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 남일이라 생각했다. 근데 한 녀석이 6개월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나의 지인이 직접 결혼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돈을 마련하고 상견례를 하고 예식장을 잡는 등 결혼이라는 일련의 과정들을 곁에서 지켜보니 친구가 새삼 큰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도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 유부남이 된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애 아빠가 되어 있는 친구들을 어른이라 부른다. 인생은 한시 한시 쉬지 않고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일종의 퀘스트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퀘스트를 누구보다 빨리 완료하려는 친구, 반대로 퀘스트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이웨이로 사는 친구, 퀘스트를 중간중간 건너뛰어 완료하는 친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과정을 느끼며 우리는 아직도 어른이길 멀었다며 어린 시절처럼 철없이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