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빅피시 중에서
목동 키파리토스는 자신이 아끼던 사슴을 실수로 죽여 아폴론에게 죽음을 영원히 애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아폴론은 그를 사이프러스 나무로 변하게 해서 사슴 곁을 지키는 고통의 동반자가 되게 한다. 이후 그리스인들은 무덤가에 사이프러스나무를 심는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의 사이프러스는 그래서 그의 죽음을 애견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스위스 바젤출신 화가 아르놀트 뵈클린은 독일 최고의 명문 예술학교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그의 작품 '죽음의 섬'은 1897년 바젤, 함부르크, 베를린에 전시되며 유명해졌고 독일인들은 뵈클린을 베를린의 영혼이라 칭송했다. 권력자들도 그의 그림을 좋아해서 레닌, 프랑스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 히틀러도 그의 작품을 11점이나 소장했다. 그의 작품에 영향받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코프는 교향곡 죽음의 섬을,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연극무대로 사용했다.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 살바도르 달리, 영화 감독 한스 루돌프 기거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서 뵈클린의 작품을 오마주했다.
아이 여섯을 전염병으로 잃은 뵈클린은 1880년 죽음의 섬을 완성한다. 처음 제목은 '고요한 곳'이었고 섬 그림만 있었으나 어느날 마리베르나라는 여인이 세상을 떠난 남편을 기리는 작품을 요구하여 배, 사공, 관을 추가했다고 한다. 이후 베를린의 화상이 '죽음의 섬'이 더 어울릴 것이라 조언하고 작품의 인기는 높아져 같은 주제의 총 다섯편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뵈클린의 그림은 죽음이 멀지 않았고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며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