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딩 Apr 04. 2024

계속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들 미쳤어요?

월요일: 회사에 직원이 없는데 어물쩡 대답하며 있는 척 하지마세요


지난 주에 외주를 수주했다. 금액은 무난해서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덜 해도 되겠다 싶어 안심했으나, 작업을 하던 도중에 정말 기본적인게 되지 않아서(아마 다른 개발 파일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건들면 안되는 파일이라..) 외주처에 회사 개발자와 잠깐 얘기할 수 있냐고 물어보려고 연락을 했다. 내부 직원이랑 확인해보겠으니 작업 파일을 전달해달라길래 내부에 개발자가 있는 줄 알았다. 문제는.. 자세히는 말 못하지만 이 사람들은 헛다리를 짚고있었다.

정말 간단한 건데 어디가 꼬인건지 모르겠고 개발자와 5분만 얘기하고 싶어서 연결 요청해도 '다들 바쁘다'고 어물쩡 넘어가는 상황이다. 결국 해결 못하고 절반만 작업해버렸는데 외주처 직원과 임원들은 개발 관련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여기는 소규모 사무실에 입주하고 외주로만 개발인력을 쓰는, 영업사원 그리고 기획, 디자인 직군만 고용하는 회사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통화해보니 내 추측이 맞았다.

그리고 회사 임원과 통화했을 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면서 당황스럽다고, 나같은 케이스는 처음이라며 니가 문제라고 탓하는게 정말...많이 불쾌했다. 그 사람이 하는 말들은 정말 익숙한 말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여태까지 이런 적 없었거든요. (= 멍청한 년아)"


너무 불쾌했던 건 개발자가 없는데 저렇게 있는 척 했다는 게 굉장히 불쾌했고,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미묘한 부분도 있었는데 역시 촉은 정확했다. 회사 임원은 속았다는 뉘앙스로 나를 무능한 사람이는듯이 말하던데 채용사이트를 포함한 다양한 곳에서 이 회사의 과거 채용이력을 확인해보니 ..더 말하기 싫어졌다.


결국 처음에 합의한 페이의 60%정도를 깎고 나머지 금액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집 근처 사무 알바 면접을 수요일에 보기로 했는데, 담당자가 문자로 내 이름, 면접희망날짜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하길래 보내고 기다렸다. 답은 없었다.





화요일: 내 독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회사 인사팀이 멍청한건지


'안녕하세요.

~~ 경영지원팀입니다.

서류심사를 합격하셔서 아래와 같이 면접 일정을 안내드리오니 참고하셔서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소:

날짜: 2024년 4월 2일 13시


자세한 주소는 약도를 참고해주시기 바라며, 상기 면접일정에 참석이 어려울 경우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주에 받은 면접 안내 문자이다. 나는 이걸 '면접에 참석이 어려울 경우에 연락 주세요. 참석한다면 회신하지 않아도 됩니다.' 라고 이해하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장에 갔는데 면접장에 아무도 없다. 면접 시간은 가까워졌고 급하게 전화를 걸었는데 당황한 담당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담당자를 만났고 채용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무슨 소리냐고 하니 그 안내 문자에 참석한다고 내가 대답을 안 해서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고 하길래 내가 그 문자에는 그런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더니, 담당자는 여태까지 모든 참석자가 참석을 하든 안 하든 문자 회신을 보냈다고 하더라. 순간 내 독해력이 쓰레기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결국 면접보러 오자마자 바로 집에 돌아갔는데 화도 나지 않았고 그저 허망함을 느끼며, 오랜만에 낀 일회용 렌즈가, 차비가 아깝다는 생각만 하며 집에 돌아갔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꽤 큰 회사였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리고 어제 월요일에 집 근처 사무알바 회사에서는 아직도 답이 없었고 다시한번 확인 문자를 보냈다.

여전히 답이 없다.

 



수요일: 이러실거면 연락을 하지 말아주세요


오전에 집 근처 사무알바 회사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1초 왔다가 끊겼다. 나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는 받지않았다. 알바의 기회는 재수없게 끝나버렸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한담.


그리고 오후에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업종의 면접을 보러 갔다.

신입도 된다길래 지원했는데 면접 보러 오라길래 신기했다.

오랜만에 한강을 건너본다. 날도 따뜻하고 봄이구나.

여기 회사의 규모도 상당히 큰 곳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 구조도 처음 보는 조작법이어서 신기했다.

그런데 사전에 안내 받은 적 없었는데 다대다 면접이었다. 그리고 면접은 대략 10분만에 끝났다. 면접관들은 내 이력서를 확인하지 않았던걸 알 수 있어서 불쾌했다. 이럴거면 왜 불렀어요 짜증나게.. 차비나 주지.

아무튼 별로 기대 안 했었지만 떨어졌구나. 다른 데 알아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 근처에서 옛날에 오랫동안 일했었는데 회사 건물을 나와서 길거리 돌아다니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옛날에 다녔던 회사는 너무 힘들었고 별로였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있으니.


낮에는 흐렸었는데 해가 지니까 석양이 보인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있는 벚나무가 만개해서 사진을 찍으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구두를 신고 쉬지않고 만보를 넘게 걸어서 그런지 발이 퉁퉁 부어서 길 가다가 잠깐 벽에 걸터앉아 살짝 구두에서 발을 빼고 잠깐 숨쉬게 해줬다.


내가 부품으로 들어갈 갈 곳이 있긴 할까?

20대 때부터 광화문, 종로, 부암동을 좋아했다. 마음이 너무너무 힘들면 조계사에 가서 가만히 말없이 앉아서 멍하니 있기도 했다. 아직도 휴식과 위안을 주는 곳이구나 여긴.





목요일: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 부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습니다.


 



어제 면접 본 곳에서 예상한 결과와 함께 안내 연락이 왔다. 차비라도 주세요. 지하철 추가요금이 편도 300원이라구요.


연락을 확인하고 혀를 찬 후에 개발공부를 하는데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어 경력기술서는 없는데 저번에 일본어 경력기술서를 한국어로 옮기면 되겠다. 일본기업 준비하면서 경력 정리, 자기 분석이 잘 되어서 다행이야. 도움이 되네.

이 회사에서는 날 어떻게 볼까?


난 어떻게 살아야할까? 또 '3년만 온 힘을 다해서 바둥대다가 사라져야지' 하며 스스로 시한부를 선고하는 상상을 또 하는거 보니 또 지쳐버렸나. 조금 쓸쓸한걸. 그렇지만 과거에 더 기가막힌 사건들을 많이 겪어봐서 이번 주에 일어난.. 이 정도는 이제 그냥 한번 비웃어주고 깔끔하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되어서 많이 성장했구나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