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슨한 브런치씬에 긴장감을
안녕, 하세요.
이 글을 우연히라도 클릭한 이름도, 성도 모르는 당신께 안부를 여쭙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전날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었습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는 무얼 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저도 밀어둔 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조금 식은 군고구마를 먹고, 꽃향이 좋은 차를 한잔 했습니다. 그다음 KBS 환경스페셜 <쓰레기에 중독된 코끼리> 편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기 코끼리 영상도 찾아보고요. 그다음은 … 다시 고구마를 하나 더 먹고… ‘정말’ 밀어둔 일을 가져옵니다.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늘 선망의 직업이었거든요.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은 저는 회사에서도 종종 두툼한 업무용 수첩에 이것저것(상사에 대한 불만도 조그맣게…(쉿 비밀입니다)) 끄적이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염없이 늘어나고,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사실은 너저분하게… (쉿 이것도 비밀입니다2))
한 편의 글을 쓰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두근거리는 메일 제목과 "안녕하세요, 작가님!"으로 시작하는 다정한 첫 문장에 온몸과 마음이 부드럽게 녹았습니다. 마음이 울렁거리다 못해 봄바람과 함께 출렁거렸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가야겠습니다. 파인트 아니죠, 쿼터 아니고요, 하프갤런 조금 아쉽죠, 패밀리로 갑니다. 오늘은 베라 패밀리 사이즈를 먹겠습니다. 이 기쁨과 영광을 저희 패밀리에게 돌리며, 저를 믿어준 카카오 브런치 팀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꾸벅)
몇 문단을 쓴 거 같은데, 스크롤을 올려보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만 건넨 채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글쓰기 실력을 뒤늦게 눈치 채신 브런치팀에서 작가 취소를 하진 않으시겠죠…)
소개합니다.
'미'완성의, '무'해하고, 쓸모'없는' 글을 쓰는,
저는 ‘무혜한 하루’ 입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대강 이러하기를 소망합니다.
- 미완성의 하루를 생각합니다. 저의 하루들은 대체로 영글지 않은 채 지나가는데요. 완성된 하루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하루 끝에는 어딘가 어설프고 아쉬운 마음에 자주 뒤척이곤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하루들이 모여 스물네 개의 절기에 따라 서서히 익어가리라 믿습니다. 매 절기마다 글을 쓰려고 합니다. 하루의 모양새가 조금은 영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당신의 하루는, 절기는 어떤 모양인가요.
- 무해한 일상을 공유합니다. 사실은 완전히 무해하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진실한 마음으로 나의 존재가 지구에게도, 동물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건강한 생명이길 바랍니다. 끼니의 채식을 지향하고 몸과 마음을 위한 요가를 하며 소설 편식의 독서를 합니다. 대체로 물건이나 관계는 최소한으로 갖춰 지냅니다. 있어 보이는 것보다는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 쓸모없는 주변을 소개합니다. 딱 보기에 쓸모는 없지만, 훗날 나름의 쓰임새가 있을 시간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공간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시공간에서 주변인과의 쓸데없는 대화들도 틈틈이 기록하려고 합니다. 가끔 들여다보면 따뜻한 구석이 있더라고요. 그 온기가 글에서도 살포시 묻어나기를 바랍니다.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저는 이런 글들을 쓴다고 적어보았지만 사실은 제 마음입니다. 어떤 때에는 조금 유해한 글을 쓸 수도, 약간 쓸모가 있는 글을 쓸 수도, 끝내 완성된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들을 헤매더라도 하나의 둥그렇고 소박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무혜한 하루, 시작합니다. 모두 ‘무하’ !—!
[무하의 말]
살펴보니 브런치씬은 느슨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태여 제가 긴장감을 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