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책은 그가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돌연 구도의 길을 떠나 적응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 다시 속세로 돌아와 일반인으로 살아가며 강연의 기회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과정, 그리고 병마와 싸우며 죽음을 대비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저자의 인생 전체를 일기 쓰듯 기록해 가고 있다
그 궤적에서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떠오르는 생각을 다 믿지마라,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다
주제가 불분명한 책도 많은데 한 가지 주제라도 선명하게 각인시킨 점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누구보다 민감한 성격이며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이다
남을 의식하여 자신을 속여야 했고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통제해야 한다는 완벽주의에도 시달린 것으로 보인 다 (사실 제목에서도 그의 완벽주의를 감지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민이지만 그것을 괴로워 하는 정도와 견뎌내는 힘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그 고통스런 마음의 소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너무도 절실했다
남 보기엔 성공가도를 달리고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으나 그 내면은 가장 비참한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17년간의 수행을 통해서
"정말 이상지 않아? 16년 동안 온갖 교육을 받았는데, 삶이 힘들 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운 건 하나도 없다니!"
이랬던 그가
"인간의 가치와 재주는 높은 지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머릿속에 한계가 없는 지성이 존재하며, 우리는 거기 더 깊이 의지할수록 더욱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 결점 너머에 존재하는 저를 바라본 순간, 저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제 타고난 성격은 일관성 없고 과민하며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불안합니다 그런데 제 행복을 빌어줄 빛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한다!
저자는 수행을 통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생각들이 허상임을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생각을 믿지 말라! 틀릴수도 있다"라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릇된 생각을 벗어나니 그 너머의 빛을 볼 수 있었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저자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믿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왜? 허상이니까!
그냥 ‘허상이다’ 라는 말보다는 ‘믿지 말라’처럼 행동 포인트를 말하는게 효과적이다
가짜니까 믿지 않으면 그리로 쏠리는 마음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게 욕망과 합체된 생각이란 놈을 떼어 내고 나면 마음은 좀 평온해진다
그러나 붙은 자석을 떼어 놓은 것처럼 우리의 남아도는 욕망은 또 다른 생각을 금새 만들어 낸다
깨달음은 순간일뿐 생각은 다시 원래의 속성대로 작동된다
깨달음을 지속하기 위해선 더 확실한 앎이 필요하다
아무리 수행해도 내면은 별 진전이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저자 역시 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속세로 돌아와서 병 진단을 받을 때도 남의 이런 저런 충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오랜 기간 수행한 자신에게 그런 같잖은 조언을 일삼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질긴 고무줄 같은 것인지 저자는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끝까지 집착했던 안락한 가정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동행에 대한 기대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어쩌면 저자는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짐,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으로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아쉬운 점은 생각에서 멀어지려고 할 뿐 그 생각을 인도하는 방법이 없음이다
생각은 우리가 활용해야 할 에너지이며 신의 선물이다
미친 말처럼 날뛰는 인간의 생각은 제대로 인도해 줄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학습이고 진정한 수행이다
생각이 달리고 싶어하는 그 길을 찾아 준다면
그 에너지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 지...정말 매순간 경이로움의 연속이 수행의 길이 아닐까
끝없는 생각의 힘을 그저 잠재우고 외면할게 아니라 그 에너지가 제대로 분출되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그 방법을 아는 게 지혜이다
즉, 욕망과 붙어 있는 생각을 떼 놨으면 다른 붙을 곳을 알려 주어야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생각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주라! 그러면 더이상 욕망을 쫓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한 말 중에서
"번뇌를 완전히 내려놓는 것은 적절한 목표가 아닙니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서서히 줄어든다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여기서 그 방법을 말하려고 했던건 아닐지..
"고통의 원인을 파악해서 그것을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연민과 이해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올바른 생각법이 떠올랐던 아닌지...
저자가 남긴 작은 파편을 뒤적여 볼 뿐이다
저자에게 세상의 변화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만이 주된 관심사이다
그가 말하는 세상을 바꾸는 일은 세상을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다
이 선한 생각은 자칫 현실에서 악용될 수 있으며 인간의 성장을 위해서도 독소가 숨어 있어 반드시 선별적으로 삶에 적용해야 한다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각법을 알아야 하고
그 생각법은 본질을 비추기도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도 잘 작동하므로
괜히 변화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기거나 주어진 환경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성이 인간의 덕목이 될 이유도 없다
인간은 생각을 내려 놓기 보다 그 생각의 방법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더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이라는 사다리를 버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올바른 생각법을 알아야 욕망에서 벗어나 제 갈 길을 갈 수 있으며
그 길에 들어서야만 인간 모두가 함께 가는 동반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원인과 방향성 그리고 해법을 생각하지 않고 당면한 고통을 받아들이고 숨쉴 공간을 만드는 걸로는 부족하다
저자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고 이왕이면 병의 원인을 생각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면 우리가 그의 해맑은 얼굴을 좀더 볼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도 꼼꼼하게 기록된 그의 수행담과 너무도 아름다운 토마스 산체스의 그림은 실제로 내가 수행을 한 것처럼 영화보다 더 리얼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인간의 생각에 대한 그의 깊은 통찰은 분명 귀하고 비범한 것이며,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 더 나은 지식의 탄생에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