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온 Apr 29. 2024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 에고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읽고


오늘은 세계적 영적 교사로 칭송받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을 뛰어넘는다 


이 책은 고통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방법을 말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통은 에고가 만드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에서 온다

-에고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

-현재에 집중하고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을 제거하면 에고와 생각은 제거된다

-현재를 통해 에고에서 깨어나면 현존의 의식이 나의 형상을 통해 들어오고, 난 영감과 열정(enthusiasm)의 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지성은 존재하나 의식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무의식이 된다. 단순히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창조적 힘이 주어진다 


정리하자면, 현재에 집중하면 에고가 사라지고 '순수한 있음' 본래의 의식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나는 영감과 열정으로 충만한 무의식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그런 의식 상태에서 노숙자처럼 지내며 마음 밑바닥의 강한 평화를 느꼈던 시절을 얘기한다 


그런데.. 에고가 사라진 내 안으로 현존의 의식이 들어오고 나는 무의식? 이거 어째 뭔가에 빙의된 사람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ㅎ

저자의 말대로 무의식 상태에서 영감과 열정으로 충만된 사람이라면 예술 계통 말고 과연 현실의 일상을 살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튼 생각이 만든 고통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에고를 제거하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이다  


사실 요즘 마음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들은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혹시나 하고 읽으면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에서 고통이 나오고 그것은 무의미한 허상이니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여기서 실존철학이냐 종교철학이냐에 따라 최종 목적지가 개성이냐 본질이냐로 나뉠 뿐, 

고통과 생각을 무 쓸모로 바라보는 관점은 다 비슷하다 그리고 방법론은 늘 ’현재에 집중‘인 것도 같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고통은 허상이고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생각은 매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그런 생각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얼핏 보면 깨달음의 경지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저자처럼 

현재에만 집중하면 되는 걸까?

그렇게 생각과 고통을 제거하면 되는 걸까?

답은 ’아니오‘이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영적 체험을 바탕으로 궁극적 행복이라고 느껴진 결과의 상태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 상태에 이르게 된 여정은 그만의 것이며 남다른 내적 탐구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결과와 과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내 인생의 문제와 고통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며 난 나의 길을 통해 산 정상으로 가야 한다

나의 길에서 만나는 고통과 현실을 나에게 주어진 에고와 인간 고유의 생각 회로로 풀어내며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겨야 한다 

뿅하고 갑자기 산 정상으로 이동할 다른 지름길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느낌도 잠시 책을 덮고나면 다시 전쟁같은 일상이 펼쳐진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다 

고통과 생각은 우리의 적 혹은 제거 대상이 아니다 신이 준 선물이며 사랑이다 

즉, 고통과 생각을 통해서 우리는 정신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인생에서 충분한 성장을 할 수 있다면 그 생각을 만들어내던 에고와 작별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는 에고를 가지고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타고난 고유 역량이다 


신이 주신 고유 역량을 버리고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새가 날지 않고 뭘 할 수 있는가? 


인간 고유의 생각법, 인간만이 타고난 생각 회로 

그것을 찾아 나에게 주어진 문제와 고통을 하나씩 풀어갈 때 우리는 사물의 이치를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현실의 문제 해결과 깨달음의 방법은 둘이 아니다 

즉, 일상과 수행은 한 가지 방법에서 나와야 정상이다

인간은 현실의 문제를 인간 고유의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현실도 개선하고 그 결과 궁극적 경지에도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듯 갑자기 깨어나 현존의 의식과 합체되어 무 에고의 상태로 현재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글쎄...

과연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일까

그런 상태에 빠진다면 자신은 더 높은 차원과 하나가 되었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실제로 등산도 하지 않고 산 정상에 올랐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깨어난 상태란 자신은 평화로울지 모르겠으나 남이 볼 때에는 그저 생각 없이 뭔가에 홀린 듯 멍한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기득권의 지배자는 겉으론 칭찬하면서 뒤로는 악용할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기득권자들에 의해 지옥으로 변해갈 것이다  




자, 이제 책 뛰어넘기를 마무리하자


고통이 싫다고 아예 에고를 없애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가 고통이므로 

고통은 우리와 한 편임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고통을 보는 관점을 바꿀 때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고통스러우니 에고와 생각의 전원을 끄자고 한다 

이는 잘못 돌아가는 기계를 바로 잡지 않고 경보음이 시끄러우니 그냥 꺼버리는 것과 같다 

그것이 과연 진정한 평화일까  진정한 깨어남일까


이유를 묻는 인간의 고유 역량으로 문제 원인을 밝히고 방향성을 수정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에고가 필요하다

제대로 생각하라고 인간에게 에고가 주어진 것이다 

인간에겐 높은 경지로 가기 위한 사다리가 바로 이 에고란 놈인데 좀 다루기 힘들어도 우리가 걸어갈 유일한 길은 에고에 있다 


저자처럼 이미 에고를 벗어나 깨달은 자의 이야기는 그저 산 정상이 존재한다는 희망 내지는 이정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미숙한 우리는 에고를 버릴 때가 아니다 

모든 것이 그런 것처럼 필요하니까 주어진 것이다

쓸데없는 환상에 빠져 타도난 고유 역량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거나 어리석게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진: Unsplash의 Benjamin Child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을 참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