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서 회계장부까지, 어떻게 연결할까?

가상자산 회계 실무이야기 6편

by Hye

블록체인 게임사의 감사 난항

몇 년 전 국내 대표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의 기말 감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회사가 관리하는 지갑 잔고와 장부상 수량이 맞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였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니 은행계좌보다 명확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멀티체인 환경, 피싱 토큰, 가스비 처리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장부와 지갑이 정확히 일치할까? 이 문제는 셀프커스터디를 구축한 회사뿐만 아니라 커스터디사를 이용하는 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3단 구조로 대사하기

가상자산 거래가 한두 개 정도라면 일반 자산 매각 수준으로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매출을 크립토로 받거나, 비용을 크립토로 지불하거나, 한 달에 수십 번씩 거래가 발생한다면?

블록체인 거래는 누구나 조회할 수 있어 투명하지만, 투명성과 정확한 집계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블록체인 데이터 ↔ 거래대장 ↔ 회계장부 이 세 가지 기록이 연결되어 일치하도록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기본 프로세스

거래 발생 시 즉시 확인: Etherscan 같은 explorer에서 조회하거나 독립 노드에 쿼리를 날려 거래내역 재확인

거래대장 즉시 기재: Transaction hash, 거래 일자, 네트워크(체인), 송금/수신 주소, 토큰명, 수량, 적요, 수량기준 잔고, 가스비 소모 내역 등을 기재

주기적 대사: 지갑 잔고와 거래대장을 정기적으로 대조

회계장부 반영: 즉시 또는 일정 주기로 회계장부에 거래 내역을 반영하며, 회사 회계정책에 따라 토큰 시가를 반영하여 가치 산정

가상자산 거래대장 예시.png 가상자산 거래대장 예시


시스템화의 이상과 현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회계 ERP에 모든 내역을 자동화하여 반영하는 것이다. 회사 통제 하의 지갑주소를 등록하고, 해당 지갑 거래를 자동 집계하여 거래장부를 만들고, 코인 시가를 연동하여 회계시스템에 자동 반영하는 시스템 말이다.

완전한 ERP 연동이 아니더라도, 즉시 결산에 반영할 수 있는 형태로 엑셀 데이터가 제공되는 것만으로도 회계팀 공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Xangle이 체인별 독립 노드를 운영하여 조회된 기록내역을 바탕으로 거래장부를 작성해주는 이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삼정회계법인과 협력하여 회계법인 인증까지 받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도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소규모 기업: 거래가 적어 시스템 도입 필요성이 낮고,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짐

대규모 기업: 멀티체인 환경에서 관리 공수가 너무 많이 들어 시스템 구축 자체가 부담

결국 시스템화가 절실한 중간 규모 기업들의 수요가 제한적이라 시장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비트코인의 UTXO 방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ETH, SOL 같은 코인은 은행계좌처럼 입금-출금=잔고로 계산되지만, BTC는 독특한 UTXO(Unspent Transaction Output) 방식을 사용한다. 계좌 잔고 개념이 아니라 '사용되지 않은 거래 출력값'들의 집합으로 보유량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마치 지갑에 1만원권, 5천원권, 천원권이 섞여 있는 것처럼 각각의 UTXO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거래 시에는 이 UTXO들을 조합해서 송금하고 거스름돈을 받는 구조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은 Xangle article link 를 걸어두도록 하겠다.


20250820_160525.png 출처 : Xangle

때문에 BTC 거래가 잦은 기업이라면 이런 시스템에 UTXO 형태의 거래를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가상자산 회계 ERP를 개발하는 회사들도 BTC를 가장 후순위로 계획잡고 있다.

결국 이런 시스템의 도움을 받더라도, 블록체인 데이터를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기본 플로우는 회사 내부적으로 갖춰야 한다.


실무에서 자주 마주하는 쟁점들


실무상 판단이 필요한 번거로운 사례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같은 자산, 다른 체인

같은 토큰명이더라도 체인이 다르면 어떻게 회계상 반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거래대장에는 당연히 체인별로 구분 기재해야 하며, 회계장부 반영 시 단일 보조계정을 쓸지 구분할지 판단이 필요하다.

Wrapped 되어 unwrap 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한 자산인지, 아니면 단순히 네트워크만 여러 개 지원하는 형태로 CEX에서 유동화할 때 별 차이가 없는 것인지 케이스가 매우 다양하므로 성질 파악이 중요하다.


가스비 처리

가스비는 거래를 위한 지급수수료 성격이므로 회계상 지급수수료로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데이터에서 가스비만을 위한 별도 라인이 나오지 않아 집계에 어려움이 있다.

거래하는 토큰과 소모되는 가스비 코인 종류가 다를 때도 고민이다. 한 거래당 가스비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 중요성 있는 거래로 보기 애매한 부분도 있다.


처리 방법 예시:

거래 건마다 라인을 달리하여 매건 지급수수료로 반영

월말 잔고 맞추는 과정에서 차액을 일괄 지급수수료로 반영


회계 반영 범위

회사 지갑에는 다양한 자산이 들어올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코인일 수도, 갓 발행되어 어느 거래소에도 상장하지 않은 코인일 수도, DEX에서만 거래 가능한 코인일 수도, 단순 피싱 목적으로 입금된 토큰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 회사 자산으로 보고 수량 관리할 것이며, 어디까지 가치 있는 자산으로 보아 공정가치로 장부에 반영할지 그 기준이 필요하다.


감사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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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은 단순히 결산시점 잔고 확인에 그치지 않고, 지갑 생성 환경을 포함한 일련의 내부통제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실제 지갑 소유권을 회사가 갖고 있는지, 발생한 거래가 적절한 승인 하에 이루어진 실제 존재하는 거래인지, 블록체인 데이터상 모든 거래가 완전하게 회계장부에 반영되었는지 검증한다.


1. 거버넌스 점검

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사업과 자산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정책과 관리체계를 갖고 있는지 점검한다.

정책에는 회사가 정의하는 가상자산 범위, 사업목표, 위험관리방안,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시장 변화가 잦고 규제가 빈번하게 업데이트되는 특성을 고려해, 이러한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도 체크한다.

왜 감사인이 이걸 중요하게 볼까? 이 부분이 모든 하위 프로세스의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회사와 경영진이 가상자산을 사업에 활용함에 있어 적법하고 적절한 관리체계 하에서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는 회사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된다.


2. 내부통제 점검

커스터디사 이용 시: 수탁기관의 SOC 리포트를 요구하고, 수탁사의 키 관리·거래 승인 프로세스 등을 감사인이 IT 전문가와 함께 독립적으로 검토

셀프커스터디 구축 시: 적절한 물리적 환경 구비 여부, 업무분장의 적절성, 접근권한 및 승인프로세스의 적절성을 IT 전문가와 함께 점검


3. 자산의 실재성/소유권 검증

감사인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실재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해당 지갑의 Private key로 특정 메시지를 서명하도록 요청하거나, 감사 목적으로 소액 테스트를 시행하여 실제 지갑의 서명권한이 회사에 있는지 검증할 수 있다.


4. 거래의 발생사실

회사가 기록한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거래 해시와 대조한다. 장부에 적힌 거래를 실제 네트워크에서 확인함으로써 거래 발생 여부와 금액(수량)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앞편에서 언급했던 독립적 노드 검증 이슈가 여기서 나온다. 감사인이 직접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해 거래를 조회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여러 블록체인 explorer를 교차 검증하는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감사인이 수행하는 모든 절차는 결국 회사가 거래를 실제로 발생시켰고, 해당 지갑을 통제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회사는 이 포인트에 맞춰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체계를 한 번 갖춰놓으면 매월 반복되는 루틴으로 자리잡는다. 더 중요한 건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유형의 거래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분류할지에 대한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방향성과 범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블록체인 거래 유형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있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가상자산 손익 인식, 언제 어떻게 기록할까?"를 다룰 예정이다. 매매손익, 스테이킹 보상, 에어드랍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손익 인식 시점과 처리 방법을 실무 사례 중심으로 정리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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