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C 발행사 써클, 무엇이 다른가

글로벌 크립토 기업 인사이드 ③

by Hye

2025년 6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써클(Circle)이라는 회사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상장했다. 돈나무 언니 캐시우드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이 상당히 많이 참여한 IPO였고,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168% 급등한 데 이어서 거래 첫 주말까지 675% 상승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써클의 상장은 큰 관심을 이끌었고, 2025년 6월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주식에 이름을 올렸다.

도대체 써클이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이기에 이토록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것일까?

joshua-tsu-uXqQGVpVtKA-unsplash.jpg Unsplash의Joshua Tsu

많이 알려져 있듯 써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C의 발행사다.

"코인 찍어 돈 버는 회사잖아? 그런 회사는 많지 않나? 왜 특히 이 회사에 열광한 거지?" 싶을 수 있다.

이번 글로벌 크립토기업 인사이드 써클 편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자산 산업 기업 중 하나인 써클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고,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며,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써클의 연혁 : 전환과 위기, 그리고 드디어 상장!

그들의 시작

써클은 생각보다 오래 전인 2013년에 설립되었다. 우리가 크립토에 대해 친숙해진 지 몇 년 안 되는 것 같은데, 써클은 무려 설립한 지 10년을 훌쩍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부터 스테이블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써클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국경 없는 P2P 결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등장했고, 비트코인을 사서 보내고 받는 현재 가상자산 지갑 같은 서비스인 'Circle Pay'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또한, 서비스 자체도 생소하고 관련 규제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그 초기 시기부터 써클은 뉴욕, 영국에서 첫 번째로 가상화폐 관련된 라이선스를 받으며 규제 친화적인 가상화폐 회사를 표방했다. 이런 규제 친화적 접근은 이후까지도 써클의 중요한 정체성이 되어 이어졌다.


전환

이런 써클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P2P 결제 플랫폼 전략은 이미 대규모로 사용자 기반을 쌓고 있던 기존 핀테크 및 은행 앱들에 밀렸고, 명확한 수익화 모델을 찾지 못하는 와중에 불확실한 규제환경 속 KYC/AML 등 과도한 부담만 늘어나 기존의 서비스를 점차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부터 써클은 방향을 바꾸어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위한 CENTRE 컨소시엄을 설립했고, 2018년 9월에는 이 컨소시엄을 통해 드디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출시하면서 "비트코인 결제 앱"에서 "디지털 달러 인프라 및 B2B 결제 플랫폼"으로 축을 옮기게 되었다. (해당 구조는 2023년 Coinbase와의 공동 구조를 해체하면서 재편되었고, 현재는 Circle이 USDC 발행과 수익을 직접 통제하는 모델로 운영된다.)


그렇다면 왜 써클이 사업의 방향을 스테이블코인쪽으로 피벗하게 된 걸까?

우선, (1) 초기 비트코인 결제 모델은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서 일상의 결제 및 정산에 활용하기 좋지 않았고,

(2) 처음부터 규제 준수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던 써클에게 달러 1:1 준비금과 안정성으로 제도권과 호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더 큰 기회로 다가왔으며,

(3)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았던 써클에게 USDC준비금 운용에서 발생하는 운용수익 등은 결제 앱보다 훨씬 크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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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찾아온 위기

성공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전환한 써클은 크립토 붐이 정점을 향하던 2021년, SPAC 인 Concord Acquisition Corp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추진했고, 불장에 힘입어 초기 45억 달러에서 90억 달러까지 밸류에이션을 올려 잡았다. 하지만, 2022년 들어 테라 붕괴(5월), FTX파산(11월) 등으로 본격적인 크립토윈터가 시작되고, 동시에 SEC 승인 지연으로 합병 기한이 다가오면서, 써클과 Concord는 2022년 12월 '기한 만료'를 이유로 상장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한순간에 침체되어 버린 시장분위기에 사실상 상장을 포기한 것이다.


2023년 3월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발생했다. SVB가 유동성 위기로 폐쇄, FDIC 관리에 들어간 직후, Circle이 USDC 준비금 약 400억 달러 중 33억 달러(약 8%)를 SVB에 예치해 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고, 주말 사이 USDC 가격은 한때 0.88달러까지 떨어지는 일시적 디페깅을 겪었다.

이후 미국 재무부, 연준, FDIC가 예금 전액 보호를 선언하자 USDC는 빠르게 1달러 페그를 회복했고, 써클도 설령 일부 자금 회수가 안되더라도 회사 자금과 외부 자본을 동원해 전액 상환하겠다고 약속하며 시장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했다. 이 일을 계기로 ‘투명성과 유동성 관리’가 스테이블코인 페그 유지의 핵심임을 다시 확인했고, 이에 따라 현금·국채 MMF 중심의 준비금 운용을 강화하고 은행 파트너를 다변화했으며, 월간 리저브 보고와 외부 어테스테이션 등 정기 공시도 한층 강화했다.


위기 극복 그 후

큰 위기를 넘긴 써클은 2024년부터 크립토 시장 회복과 GENIUS Act 등 규제 호재 속에서 순항하며 2025년 6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 하에 NYSE에 IPO 상장했다. 그간의 우여곡절을 보상받듯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압도적 성공이라고 부를 만했다.

이 상장은 2021년 코인베이스 직상장 이후 첫 대형 크립토 기업의 전통 IPO 성공 사례로, 빅 4 증권사 주관 아래 NYSE 메인보드에 입성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제도권 인정'을 상징한다. 이는 다른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들의 상장 로드맵에 중요한 한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써클의 방향성 - 단순 발행사가 아닌 '인프라' 사업자


기업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써클을 단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즉 "코인 찍어 파는 회사"로 오해하기 쉽지만 써클이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써클은 자신들을 '디지털 달러 인프라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써클은 USDC를 중심으로 발행 및 상환 시스템뿐만 아니라 기업용 계정, 결제 및 정산 API, 체인 간 전송(CCTP) 등 B2B 백엔드를 개발하여 배포하는 일을 한다.


또한 다음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써클은 코인을 발행하고 대가로 돈을 받지만, 그 돈을 자기 매출로 잡지 않는다. 그 자금은 고객의 자산이며, 준비금으로 구분 관리된다. 물론 준비금 운용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회사의 수익으로 잡는다. 금융기관처럼 고객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 및 구분 관리하고 운용수익과 인프라 사용료가 중심이 되는 구조다.


써클의 주된 사업 활동은 기업들이 준비금을 납입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받아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다듬는 데 맞춰져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돈이 인터넷만큼 빠르고, 개방적이고,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


이 과정에서 써클이 꾸준히 지켜온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1. 투명성 : 준비금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외부 검증을 받는다.

2. 규제준수 : 각국 규제 프레임 내에서 운영한다 (미국 , 유럽 등)

3. 프로그래머블 금융 : API를 통해 송금, 정산을 자동화한다.



USDC의 차별점과 주목받는 이유


사실, USDC보다 더 널리 사용되고 있는 1위 스테이블코인은 USDT이다. 일반 개인 이용자들에게 친숙하고 디파이 등 투자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USDT보다 시총도 작고, 사용되는 비중도 작지만 USDC는 규제친화적이고, 보수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구조 탓에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규제에 민감한 기업들의 수요가 높은 편이고, 기업들과 넓고 탄탄한 파트너십으로 인해 향후 확장성이 더 클 수 있다. - 예를 들어 강력한 유통처로 코인베이스를 두고 있다 (코인베이스 편 참고)

사업의 불확실성도 낮고, 스테이블코인이 국가 주도산업으로 발전하려는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통적인 금융, 제도권에서 USDT와 USDC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2025년 11월 26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S&P Global Ratings 는 Tether 의 USDT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등급을 '4 (constrained)'에서 최저 '5(weak)'로 하향 조정했다. 하향 이유는 준비금 내 비트코인, 금, 담보대출, 회사채 등 고위험 자산 비중 증가와 수탁기관·은행 파트너 정보 공개 부족, 파산 시 자산 분리 미비 등이었다.

이에 Tether의 CEO는 전통 금융 프레임워크가 디지털 자산에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써클의 USDC 에 대한 S&P 의 평가를 보면 전통적인 프레임워크 내에 디지털자산을 융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확인된다.


24년도에 S&P Global Ratings 에서 나온 USDC의 안정성 등급은 2(Strong)이다. USDT와는 다르게 준비금이 주로 단기 증권 및 은행예금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안정적이고, SEC에 등록된 BlackRock 의 Circle Reserve Fund(CRF)에 보관되어 있어 수탁기관의 신용도가 확보되고 매월 Deloitte로의 검토를 거친 월별 증명준비금 보고서를 제공하여 자산관리에 명확하고 투명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평가에 기반한 등급이다.

화면 캡처 2025-11-28 135014.png 25년 11월 기준 USDT vs USDC 비교


물론 두 회사의 전략 중 어느 한쪽이 더 좋은 방향인지는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전통 금융권의 공격을 받지만,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는 Tether 의 시도가 진정한 혁신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전통 프레임워크 안에서 규제를 준수하며 최대한 조화롭게 새로운 산업을 정착시키려는 써클의 시도가 진정한 전면승부라고 볼 수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시장, 규제, 금리 사이클 속에서 어떤 모델이 더 오래 더 크게 채택되어 진정한 승자가 될지 지켜보는 것이 이 산업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마무리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규제를 충족하고 보수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번거로운 것도 많고 자본 투자도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경영자의 확실한 철학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써클은 이런 노력을 자신들의 명확한 강점으로 만들었고, 정책 드라이브가 강한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영역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사업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써클의 공시 보고서를 바탕으로 써클의 수익모델, 준비금 구성, 특징적 회계처리 등을 수치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어떠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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