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회계 실무이야기 8편
토큰을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고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면, 전편에서 다뤘던 기본편 내용만 숙지해도 대부분의 회계처리를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토큰의 가격 상승만을 기대하며 보유하는 수준을 넘어, 보유 중인 토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BTC, ETH 같은 메이저 코인뿐 아니라, 다양한 알트코인들을 확보해 복수의 전략으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거래들은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상당히 특이한 형태의 거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판단이 필요한 회계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이번 편에서는 빈도는 높지 않지만, 기업이 보유한 토큰을 활용해 여러 형태의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 그 회계처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개발이나 운영 등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현금이 아닌 토큰으로 받은 경우, 회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편에서는 이 사례를 먼저 짚고, 이어서 스테이킹 등 다른 형태의 거래로 확장해보려 한다.
실무에서는 실제로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의 개발, 마케팅, 운영참여 등을 재단 또는 크립토 관련 기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토큰(크립토)을 수령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 경우는 고객에게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아, 매출(영업수익) 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 매출금액은 어떤 금액을 기준으로 측정해야 할까?
제공한 용역의 가치일까, 아니면 수취한 토큰의 가치일까?
감독지침에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토큰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토큰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한다.
반대로, 공정가치를 신뢰성 있게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후순위로) 용역의 개별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측정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때 실무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국내 법인 간에 토큰으로 대가를 주고받는 계약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토큰을 지급하는 주체가 해외에 소재한 재단 등 해외법인인 경우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크립토 프로젝트는 한국이 아닌 해외 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재단에 용역을 공급한다면 계약상대방이 해외법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해외법인과의 거래이므로 국외제공용역으로 영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재단들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어 하면서도 국내의 토큰 발행 제한 규제나 특금법 때문에 직접 사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국내 용역업체를 활용해 사실상 국내 마케팅이나 국내 유저 대상 서비스 개발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부가세법상 해당 용역이 ‘국외에서 사용되는 용역’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논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즉, 계약상 상대방은 해외에 있지만, 용역의 실질 사용 장소가 국내라면 영세율 적용이 부적절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 시점부터 리스크가 전이되지 않도록 용역의 내용을 명확히 판단하고, 세무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해외법인의 국내사업장 여부를 확인하거나, 용역대가 산정 시 부가가치세 처리 여부를 함께 고려하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은 스테이킹과 관련된 회계처리이다.
가상자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스테이킹(Staking)’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블록체인에서 스테이킹은 자신이 보유한 토큰을 네트워크에 예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스테이킹은 단순한 예금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운영과 보안에 직접 참여하는 일종의 검증 행위이기 때문이다.
초기의 비트코인처럼 전산력을 소모해 블록을 생성하던 방식은 ‘PoW(Proof of Work, 작업증명)’이라고 부른다.
반면 최근의 많은 네트워크는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PoS에서는 누가 더 많은 연산을 하느냐보다, 누가 더 많은 지분을 맡기고 네트워크 신뢰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 토큰을 예치한 참여자는 ‘검증자(Validator)’ 또는 ‘위임자(Delegator)’로서 블록 생성 과정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토큰 보상을 받는다.
이 모든 과정은 코드로 자동화되어 있다. 스테이킹을 하면 스마트컨트랙트가 예치, 검증, 보상 분배까지 전부 처리한다.
하지만 회계적으로는,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거래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거래의 실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보상을 지급했고, 어떤 근거로 지급되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제3자와의 계약이 없는, 즉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보상을 얻는 자가 스테이킹(Self-staking) 이다. 이 경우 보상은 프로젝트 재단이나 특정 기업이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해당 체인이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재단이 보상 로직을 설계하고 분배 규칙을 설정했다 하더라도, 그 보상은 스테이킹한 나를 특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 전체를 대상으로 자동 분배되는 구조다.
즉, 누군가 나에게 직접 “토큰을 준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정해둔 알고리즘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배분된 결과를 내가 수령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스테이킹 보상은 제3자와의 거래가 아닌 자가 행위(Self-generated activity) 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경우 회계적으로 해당 자산의 인식금액은 스테이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가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노드 운영에 소요된 서버비, 스테이킹 수수료, 전기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스테이킹임에도 불구하고 ‘용역제공 케이스’와 동일하게 처리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즉, 거래상대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Private 블록체인이나 Consortium 형태의 네트워크에서는 재단이나 운영사가 참여 기업과 노드운영 계약을 맺고, 가동률이나 검증 성능 같은 조건을 달성하면 토큰 보상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급 방식은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화되어 있을 수 있다.
코드가 일정한 주기로 보상을 분배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스테이킹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보상의 근거가 ‘프로토콜 규칙’이 아니라 ‘계약 조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경제적 실질이 ‘용역제공대가’ 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되더라도 그 코드는 단순히 계약의 집행 수단일 뿐이다.
재단이 참여자에게 노드운영이라는 용역을 위탁하고, 그 대가로 토큰을 지급하는 구조라면 이는 제3자와의 거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무적으로도 이러한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과 별도의 ‘노드운영계약서’ 등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보상은 앞서 언급한 ‘용역제공대가 취득’ 사례와 동일하게 본다.
즉, 토큰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그 가액으로 손익을 인식하고, 무형자산으로 계상한다.
정리하자면, 같은 형태의 토큰 보상이라도 그 회계처리는 보상의 지급 주체와 근거에 따라 달라진다.
제3자와의 계약에 근거해 지급되는 경우에는 ‘용역제공대가’로 보고, 계약이 없는 경우에는 ‘플랫폼 운영이나 채굴을 통한 취득’으로 본다.
즉, 스테이킹이나 노드운영 보상은 형식보다는 보상의 발생 근거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는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사례, 즉 토큰에 락업(Lock-up) 이 걸려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블록체인 업계에서 대가를 주고받을 때 ‘락업’ 조건은 흔히 사용된다. 특히 신규 재단과의 거래라면 (토큰 세일 또는 용역대가 지급 등) 재단이 보유한 토큰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려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락업 조건이나 일정 기간에 걸친 베스팅(Vesting) 조건을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업계 내에서도 그 목적과 필요성이 충분히 이해되어 있으며, 거의 모든 케이스에 적용되고 있다.
신규 재단의 토큰 세일에 참여했다고 가정해보자.
대가를 지급하고 신규 토큰을 할당받았지만, 해당 토큰에는 락업(또는 베스팅) 조건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락업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토큰을 일정 기간 처분하거나 다른 주소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토큰을 구매자의 지갑주소로 이미 수취했지만, 계약상 해당 주소에서 일정 기간 동안 다른 주소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정하는 구조다.
이 경우 규정을 위반하면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된다.
충분히 가능한 방식이지만, 재단 입장에서는 발행 토큰의 Allocation(물량 배분)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상 관리가 쉽지 않다. 참여자별 조건과 물량을 일일이 추적해야 하므로 실제 선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회계적으로는 회사 명의의 지갑(계좌)에 토큰이 있지만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사용제한예금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방식은 지급 자체를 나눠서 하는 구조다. 즉, 락업·베스팅 일정에 따라 재단이 순차적으로 토큰을 지급하는 형태다.
이 경우에는 선급한 대가를 선급금으로 계상하고, 회사가 실제로 토큰을 수령할 때마다 자산으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재단이 락업 조건이 내장된 스마트컨트랙트에 토큰을 예치하고,
구매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혹은 ‘Claim’ 절차를 통해 자신의 지갑주소로 토큰을 수령하는 구조다.
크립토 업계 특유의, 오직 이 생태계에서만 볼 수 있는 거래 형태다.
이때는 락업 컨트랙트의 조건을 면밀히 살펴 그 컨트랙트가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Emergency 상황에서 컨트랙트를 해제했을 때
해당 토큰이 재단으로 귀속된다면, ②의 분할 지급형으로
반대로 구매자에게 귀속된다면, ①의 사용제한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락업 토큰은 계약 조건(서면 계약이든 스마트컨트랙트든)에 따라
① 자산으로 인식하되 사용제한 자산으로 표시하거나,
② 선급금·미수금으로 계상한 뒤 실제 수령 시점에 대체하는 방법 중
적절한 회계처리를 선택하면 된다.
위 설명은 토큰을 매입한 케이스를 중심으로 했지만, 토큰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나, 유동성 풀(Liquidity Pool)에 공급해 컨트랙트에 잠긴 경우에도 동일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외에 간단한 사례로, 에어드롭(Airdrop) 을 통해 토큰을 무상으로 수취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는 실제 현장에서 흔히 발생했던 케이스이자, 한동안 논쟁이 많았던 주제이기도 하다.
신규 재단이 새로 발행한 토큰을 특정 프로젝트에 무상으로 제공하여 동반 마케팅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때 회계적으로는, “무상으로 받은 토큰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즉,
a) 무상이니 원가를 0으로 인식해야 하는가,
b) 아니면 수취한 자산의 공정가치로 인식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 견해가 오랫동안 병존해 왔다.
실제로 과거 질의회신 사례 중,
가상자산과 동일한 계정과목으로 분류되는 ‘상표권’을 무상으로 취득한 경우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회계정책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둘 다 가능하다”고 이해했고, 대부분은 ‘인식하지 않는 방향(원가 0원)’ 을 채택해 왔다.
그런데 2023년 말 감독지침이 발표되면서 이 논점에 대해 보다 명확한 방향이 제시된 듯 보인다.
지침에 따르면,
우선 무상으로 수취한 토큰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 측정이 가능하다면 공정가치로 우선 측정하고, 불가능하다면 그 원가를 0으로 본다.
즉, 원칙적으로는 “공정가치 측정”을 우선 적용하되, 현실적으로 합리적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원가 0으로 본다는 것이다.
다만, 이 원칙을 실제 업계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대부분의 에어드롭은 신규 프로젝트의 마케팅 목적으로,
토큰 발행 초기 단계에 이루어진다. 발행 초기에는 시장 거래가 제한적이고 가격 형성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공정가치를 측정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감독지침에서도 이 점을 인지하고, “대규모 무상배포로 인해 배포 전 형성된 공정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는 해당 토큰의 공정가치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본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특정 프로젝트에 온보딩을 유도하기 위한 대규모 무상지급은 일반 유저가 수취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가치 측정 가능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종합적으로 보면,
프로젝트 초기에 이루어진 대규모 에어드롭의 경우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가를 0으로 측정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처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토큰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때 어떤 회계적 판단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았다.
토큰을 대가로 용역을 제공하거나, 스테이킹·락업·에어드롭 등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핵심은 동일하다.
“누가 그 토큰을 지급했는가, 그리고 어떤 근거로 지급되었는가.”
가상자산 거래의 겉모습은 다양하지만, 회계의 시선은 언제나 ‘거래의 실질’에 맞춰야 한다.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다는 원칙은 가상자산 회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선을 바꿔,
이번에는 토큰을 ‘보유하는 회사’가 아닌 ‘발행하는 회사’ 입장에서의 회계처리를 다뤄볼 예정이다.
보유사와는 또 다른 논점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