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을 보유한 기업, 장부에는 어떻게 기록할까?

가상자산 회계 실무이야기 7편

by Hye

지난 6편까지는 법인이 토큰을 구매하고 보유하며, 블록체인 거래를 회계장부와 연결하는 '프로세스'를 다뤘다. 지갑 생성, 키 관리, 거래 추적 등 내부통제 이야기였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본격적인 회계처리를 살펴볼 차례다. 토큰을 매입하면 장부에 얼마로 기록해야 할까? 보유 중에 장부금액은 어떻게 관리할까? 매각 시 손익은 어디에 표시해야 할까?

이번 편부터는 보유기업 관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회계처리 흐름을 정리하고, 다음 편에서 스테이킹이나 에어드롭 같은 특수 상황을 이어서 다루겠다.



1. 코인과 토큰, 굳이 구분해야 할까?

그동안 코인과 토큰을 구분하지 않고 써왔다. 업계에서도 혼용되고, 실무자 입장에서 굳이 나눌 실익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회계, 세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용어를 한번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코인도 결국 하나의 토큰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편의상 구분해서 말할 때는

네이티브 토큰 (=코인): 독자 블록체인의 기본자산으로 BTC, ETH, SOL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스비로 쓰이거나 검증/마이닝 보상으로 지급되는 등 네트워크 운영에 직접 활용된다.

발행 토큰 (=토큰): 기존 블록체인 위에서 만들어진 자산. 이더리움 ERC-20만 해도 수십만 개의 토큰이 존재하며, 유틸리티, 거버넌스, 스테이블, 증권형 등 다양한 성격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USDC, UNI, AAVE, SAND 등이 있다.

이 글에서는 '토큰'이라는 표현을 넓은 의미로 사용해 코인과 토큰을 모두 포괄하여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2. 어떤 기업을 기준으로 볼까?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기업은 다양하다. 토큰을 직접 발행하는 회사도 있고, 고객 자산을 맡아 보관 또는 중개하는 거래소도 있다. 하지만, 회계처리 논의 목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다.

토큰을 보유하는 회사

토큰을 발행하는 회사

고객 자산을 위탁받아 보관, 중개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예: 거래소)

이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또 많은 기업이 해당되는 범주는 바로 토큰을 보유하는 회사다. 투자 목적이든, 사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든, 발행사와 거래소조차도 타사가 발행한 토큰을 들고 있는 순간에는 보유기업의 입장에 서게 된다.


따라서, 이번 글은 보유기업 회계처리를 중심으로 다루고 좀 더 특수하고 복잡한 이슈가 얽혀 있는 발행사와 가상자산사업자의 회계처리는 별도의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토큰의 종류와 취득 목적에 따른 계정 분류

토큰을 엄밀하게 나누자면 수십, 수백 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계처리 목적에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유틸리티 토큰

지불형 토큰

증권형 토큰

이 세 가지 구분은 어디까지나 이론적 기준일 뿐이고, 실제로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등 감독지침의 정의를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토큰종류별회계처리.png 출처 :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

국내 기업이 발행한 토큰의 대부분은 유틸리티 토큰이다. 반대로 지불형 토큰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불형 토큰은 발행자가 부담하는 의무가 없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처럼 특정 재단이나 발행자가 존재하지 않고 누구도 권리를 청구할 수 없는 구조이거나, 혹은 명확한 법적 기반 아래에서 조건을 충족해 발행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후자의 경우는 국내에는 아직 그런 법적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유틸리티 토큰과 지불형 토큰의 핵심 차이는 발행 주체가 의무를 지느냐 여부다. 그러나 보유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 둘을 나눠 다룰 실익은 크지 않다. 실제 회계처리에서는 동일하게 접근해도 무방하다.


취득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 만약 토큰을 자기 계산으로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본업이라면 취득한 가상자산은 재고자산으로 계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고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거래소조차도 자기 계산으로 토큰을 직접 매매하기보다는 고객 간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된 영업이고, 일반 기업이 토큰을 보유하는 경우도 대부분 본업과는 별개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로는 재고자산이 아니라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기업들의 공시를 보아도,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무형자산 항목에 표시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두나무_가상자산분류.png 두나무 사업보고서 (출처: DART)


위메이드_가상자산분류.png 위메이드 사업보고서 (출처: DART)

토큰 증권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토큰화한 것이기 때문에 유틸리티·지불형 토큰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2023년 2월 금융당국에서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으며, 대부분 금융상품의 정의를 충족한다. 따라서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금융상품으로 계정 분류하게 된다.


다만 토큰 증권은 다소 결이 다르고 복잡하므로 별도의 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번 글에서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분류하고 있는 무형자산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4. 토큰을 샀을 때, 장부에는 얼마로 기록할까?

기업이 토큰을 유상으로 매입했다면 구입가격에 더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관련 비용을 합산해 취득원가로 기록한다. 이는 가상자산의 취득가격을 측정하는 특수한 방식이 아니라 IFRS 하에서 '자산'을 취득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토큰을 유상으로 취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거래소나 OTC업체를 통해 시중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매입대상 토큰의 시가를 확인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거래대가도 그 시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된다. 관련 직접원가 역시 거래소, OTC 업체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 정도로 한정된다.

다른 방식으로는 신생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자로서 TPA(토큰판매계약)을 통해 취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취득 당시 해당 토큰의 시가를 확인하기 어렵고, 통상적으로는 재단이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투자 여부는 결국 재단의 비전, 다른 투자자의 참여 현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되겠지만, 일단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회계 담당자는 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체크포인트:

취득하는 것이 무엇인가? (순수 토큰 vs 토큰+지분 패키지)

지급 대가는? (현금 vs 기존 보유 토큰 vs 혼합)

부대비용은? (법률검토비, 실사비용, 자문수수료 등)


특히 '토큰 + 재단 지분' 구조라면, 지분이 실질적인 금융자산인지 아니면 규제 회피를 위한 형식적 장치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산업은 새로운 구조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규제 회피를 위한 창의적 설계도 많다. 계약 해석 시에는 항상 "무엇을 받고 무엇을 주는지" 실질을 따져봐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취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대비용으로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드는 법률검토비, 실사비용, 자문 수수료 등이 있을 것이고 취득원가에 포함될 수 있다. 만약 보유 토큰을 지급해 다른 토큰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전송 가스비 역시 취득원가에 가산해야 한다.


토큰 간 교환 거래

토큰을 다른 토큰과 교환하거나, 용역 제공의 대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감독지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감독지침의 원칙:

수취하는 토큰의 공정가치를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그 금액으로 토큰을 인식하고 관련 손익을 반영한다

측정이 어렵다면, 제공한 용역의 개별 판매가격이나 지급한 자산의 공정가치를 차선으로 사용한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대부분이다:

1. 양쪽 모두 시가 확인 가능한 경우
시장에서 형성된 교환비율로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어느 쪽을 기준으로 측정해도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2. 한쪽만 시가 확인 가능한 경우

신생 프로젝트의 TPA처럼, 시가가 확인되는 기존 토큰(ETH, USDT 등)을 지급하고 신생 토큰을 수취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 지급한 자산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측정하면 된다.


참고로 유형자산 기준서(IAS 16)의 교환 규정을 보면 지급 자산의 공정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측정 가능한 쪽의 공정가치를 사용하면 대부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


한편, 교환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비는 신규 취득 토큰의 취득원가에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취득이 완료된 이후에 취득한 토큰을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한 원가, 예를 들면 커스터디 관리 수수료 등은 사후 관리비용에 해당하므로 '취득원가'에 포함하지 않는다.


5. 들고만 있을 때, 장부금액은 어떻게 관리할까?

그렇다면 이렇게 취득한 토큰을 팔지 않고 그냥 들고만 있다면, 장부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보유한 토큰을 어떤 계정으로 분류했느냐에 따라 후속 측정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큰을 재고자산으로 분류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간단하다. 다른 재고와 마찬가지로 저가법을 적용한다.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평가해 손익을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토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이 경우 IFRS 상 원가모형과 재평가모형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재평가모형을 선택하면, 공정가치가 취득원가보다 오를 경우 그 차액은 기타포괄손익으로, 하락한 경우에는 당기손익으로 처리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재평가모형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나무의 공시에서는 가상자산을 재평가모형으로 평가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두나무_재평가모형.png 두나무 재평가모형 (출처: DART)


다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원가모형을 선택한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해 공정가치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회계 효과 측면에서도 차익은 자본에만 반영되고 차손만 당기손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굳이 재평가모형을 선택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적으로는 원가모형이 일반적인 선택이며, 이 경우 취득 당시 기록한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공정가치가 현저히 하락했을 때만 손상차손을 인식한다.

다만 가상자산이 핵심 사업자산인 기업의 경우, 재무상태표에 보유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투자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재평가모형을 채택할 실익이 있다.

실무에서는 원가모형을 선택하는 기업이 다수지만, 사업 특성과 재무보고 목적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IFRS가 아닌 K-GAAP을 적용하는 기업이라면 조금 다르다. 별도의 "가상자산"계정을 만들어 기타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해당 토큰이 다수의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 시가 확인이 가능하다면 공정가치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으로 반영할 수 있다.

실제 빗썸의 경우 K-GAAP을 적용하는 법인인데, 가상자산을 기타자산으로 분류하고 이를 당기손익에 반영한 것을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빗썸_기타자산.png 빗썸 가상자산 분류 (출처: DART)
빗썸기타자산.png 빗썸 가상자산 평가 (출처: DART)


한편, 미국은 원래 우리 IFRS 무형자산-원가모형과 같은 방식을 쓰다가, 2023년 ASU 2023-08을 도입하면서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우리나라로 치면 K-GAAP의 기타자산 분류와 유사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유만 하고 있는 토큰이라고 해서 장부에 신경 쓸 게 없는 것은 아니다. 분류와 후속측정방법에 따라 장부금액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특히 공정가치 평가 여부와 기업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6. 팔았을 때, 손익은 어떻게 인식할까?

기업이 토큰을 매각했다면, 처분가액과 장부금액의 차이가 손익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재무제표 상 이를 영업손익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해야 할지다. 같은 손익이라도 어디에 표시되느냐에 따라 회사 실적에 주는 의미가 달라진다.

토큰 처분이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Main business activity)"에서 나온 것이라면 영업손익으로, 그렇지 않다면 영업외손익으로 본다. 결국 회사의 본업이 무엇인가를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재고자산으로 분류한 회사라면 이야기는 명확하다. 재고자산은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하기 위해 보유하는 자산이므로, 처분으로 인한 손익은 영업손익에 반영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판매 목적 외의 사유로 취득해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경우라면 원칙적으로 아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검토해야 하고, 해당된다면 처분손익을 영업손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식별된 영업활동을 사업목적으로 정관에서 규정하는지

실질적으로 정관상의 사업목적에 부합되게 영업활동을 영위하는지

식별된 영업활동으로부터의 수익이 회사 전체 수익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한지


또한 감독지침에서는, 어떤 거래가 1회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된 영업활동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명확히 말하고 있다. 거래 빈도보다는 거래 금액의 중요성, 그리고 사업목적과의 부합 여부를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는, 무형자산으로 계상하는 경우 위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재고자산 → 영업손익, 무형자산 → 영업외손익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토큰 처분손익을 어떻게 분류했는지는 재무제표 공시에서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업손익으로 인식했다면, 정관상 사업 목적이나 실제 영업활동과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는 감독지침상 요구되는 사항으로, 이해관계자가 판단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구조는 다른 자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보유하던 주식을 매각하면 보통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지만, 금융투자회사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에는 영업손익으로 분류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토큰 역시 마찬가지다.


세무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회계적 분류와는 별도로, 토큰 처분 시 세무상 과세소득이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보유 중 장부에만 반영되던 미실현이익이 매도 시점에 한꺼번에 과세소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기업은 매도 전 예상 세액을 검토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상자산 관련 세무 이슈는 별도의 편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여기까지가 토큰 보유 기업의 기본 회계처리 흐름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단순 매입-보유-매각을 넘어서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스테이킹 보상처럼 "받긴 받았는데 이게 수익인가?" 하는 애매한 경우, 에어드롭처럼 예상치 못한 자산이 생기는 경우, DeFi 예치처럼 자산의 통제권 판단이 필요한 경우 등이 그렇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특수 상황의 회계처리를 실무 관점에서 정리해 보겠다.


※ 본 글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나, 개별 상황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적용 시에는 회계감사인 및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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