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립토 기업 인사이드 ② - 코인베이스 편 (3/3)
앞서 코인베이스의 다양한 사업 (거래소 서비스부터 스테이블코인(USDC) 파트너십, 커스터디, 블록체인 L2인프라 운영까지)를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사업이 아니라 코인베이스의 재무제표에 반영된 회계처리를 통해, 미국이 가상자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제도화해왔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코인베이스는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 스테이킹, 파생상품 등 여러 서비스를 아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인베이스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회계기준 변화가 실제 기업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회계와 관련해 두 가지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1. ASU 2023-08 : 보유 암호자산을 무형자산에서 공정가치 평가 대상으로 전환, 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
2. SAB 121 → SAB 122 : 고객자산을 대차대조표에 인식하지 않고, 주석 공시로만 처리.
이 두가지 변화는 미국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도 2024년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발표 했지만, 미국처럼 블록체인 산업이 다양하게 발달한 상황은 아니고, 기업 차원의 투명 공시 노력도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의 변화를 참고하면서 우리 기준이 어떻게 보완되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코인베이스의 사례를 중심으로 a. 보유자산 회계처리 (ASU 2023-08) b. 고객자산 회계처리 (SAB 121 → SAB 122) c. 서비스 수익의 총액/순액 인식 세가지 논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앞선 MicroStrategy 편에서 다루었듯, 2023년 12월 FASB가 발표한 ASU 2023-08은 미국 가상자산 회계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이 지침은 기존 무형자산 회계처리(원가-손상) 대신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변동을 당기손익에 반영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암호자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고 특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ASU 2023-08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려면 자산은 다음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의 정의에 해당할 것.
2. 보유자에게 기초 상품·서비스·기타 자산에 대한 집행 가능한 권리(claim) 를 부여하지 않을 것.
3. 블록체인 또는 유사한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할 것.
4. 암호화 기술로 보안이 유지될 것.
코인베이스는 리딩 기업답게 이 지침을 2024년 1월 1일자로 조기 도입했다(MicroStrategy는 2025년부터 적용). 즉, 적용대상 보유 암호자산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했고, 최초 적용시점에만 약 7.5억 달러의 공정가치 조정을 인식했다. 이는 곧 그 동안 장부에 잡히지 않았던 회사의 암호자산 가치가 그만큼 늘어나 한번에 드러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암호자산이 ASU 2023-08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외 사례로 USDC를 들 수 있다.
USDC 는 1:1 로 미국 달러 상환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으로 "기초자산에 대한 집행 가능한 권리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2번)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제로 코인베이스의 재무제표에서도 USDC는 별도 계정으로 분류되어 일반 금융상품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 된다.
그 밖에 지침은 NFT와 자체발행토큰 역시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한다. NFT는 고유성이 강해 공정가치 평가가 어렵고, 자체 발행 토큰은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할 경우 발행사 재무제표가 왜곡될 위험이 클테니 제외한 것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코인베이스 사업보고서에 NFT나 cbETH같은 (Wrapped token) 자체 발행토큰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보유했다면 이들 역시 ASU 2023-08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MicroStrategy가 단순히 투자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과는 달리, 코인베이스는 거래소, 커스터디, 대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이 때문에 ASU 2023-08 도입과 함께 암호자산을 목적별로 네가지 (투자, 운영, 차입, 담보)로 세분화하여 공시하기 시작했다. 각 자산군은 손익계산서에서도 서로 다른 계정과 연결된다.
즉, ASU 2023-08 도입이 MicroStrategy에게는 단순한 장부가치 현실화였다면, 코인베이스에게는 자산 분류, 손익분류, 공시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SEC는 SAB 121(Staff Accounting Bulletin; SEC가 발표하는 회계 적용 지침)을 통해, 거래소 등이 보관하는 고객 가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동시에 인식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글로벌 거래소와 커스터디 업체들이 파산할 경우, 고객 자산이 과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SEC는 이런 상황에서, 고객 자산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으면 (off-balance) 투자자가 회사가 수탁 중인 암호자산의 규모와 리스크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위험 노출을 가시화하기 위해 고객자산을 대차대조표에 반영하도록 지침을 낸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충격은 꽤 컸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기업들은 그 전까지 법적으로 고객 소유의 자산인 경우, 이를 자산이나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SAB 121로 인해 코인베이스는 2022년 말 기준 약 2,766억 달러 (약 385조원) 을 자산과 부채에 동시에 계상해야 했다. 물론 손익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지침 하나로 회사 자산이 300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사실은 "정말 이게 과연 투명한 공시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업계 반발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SEC는 2025년 초 SAB 122를 새로 발표했다. 고객 자산은 더 이상 대차대조표에 반영하지 않고(부채도 마찬가지), 주석 공시로만 처리하도록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석 역시 재무제표의 일부이고,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인데 왜 굳이 총액을 BS에 반영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먼저 선택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다. 2023년 말 발표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거래소가 보관하는 고객 위탁자산의 회계처리를 누가 해당자산을 통제(Control)하는지에 따라 달리하도록 했다. 사업자가 통제한다고 판단되면 자산, 부채로 인식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석으로 공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서의 통제는 단순한 물리적 지배가 아니라, "경제적 자원의 사용을 지시하고 그로부터 효익을 얻을 수 있는 현재 능력" 을 뜻한다. 감독지침은 또한 계약, 법률, 국제적 동향 법적 재산권 보호 수준 까지 고려해야한다고 명시했다.
어떻게 보면 SAB 121과 한국 지침 모두 "통제"라는 개념을 언급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SAB121은 통제를 단순하게 해석해 일률적 적용을 요구한 반면, 한국 지침은 보다 개념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원칙 중심의 IFRS를 적용하는 한국과 명확한 산업 가이드라인과 규제기관 지침에 의해 운영되는 US-GAAP 간의 성격차이 원인도 있겠지만 감독지침 제정 당시 SAB121에 대한 업계와 전문가들 의견을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기서 "통제"라는 단어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은 그 특성상 'Key'를 누가 보유하느냐가 핵심이다. 키를 가진 사람은 해당 자산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통제에서 키 관리가 그토록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SAB121의 접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즉, "통제 = 키보유" 라는 물리적인 정의를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회계상 자산의 정의와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자산은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현재 통제하는 경제적 자원이며, 경제적 자원이란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권리를 의미한다. 키는 보통 거래소가 보유하지만, 실질적으로 경제적 효익에 대한 권리는 고객에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거래소 고객자산은 회사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두나무와 빗썸 같은 국내 거래소들은 고객자산을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주석에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두나무
회원의 동의·통지 없이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으므로 통제권 없음.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준수를 위해 고객자산을 분리 보관.
빗썸
고객이 위탁한 가상자산에 대한 권리·소유권은 고객에게 있음.
고객은 언제든 인출할 권리가 있고, 회사는 단순 보관자 지위에 있음.
즉, 한국 기업들은 계약과 법적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 위탁자산의 통제는 고객에게 있다고 판단, 재무제표에 인식하지 않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수익 인식 방식을 보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마다 총액(gross) 으로 인식할지, 순액(net) 으로 인식할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드러난다.
우선 매매 중개 서비스는 순액으로 인식한다. 코인베이스가 고객과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단순히 거래를 연결해주는 대리인(agent)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재무제표에서도 순수수료만 수익으로 계상되어 있다.
반면 스테이킹 서비스는 총액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에서 “네트워크로부터 받은 전체 보상 금액을 Subscription & services revenue에 계상하고, 이후 고객에게 분배한 금액을 Transaction expense로 기록한다”는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회계적으로 회사가 주체(principal) 로 간주되어 총액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두 가지 처리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규제 논란과의 연결이다. 과거 크라켄의 스테이킹 서비스가 증권성 이슈로 제재를 받았을 때, 코인베이스는 “우리는 다르다”며 프로토콜에 의해 정해진 보상에서 공개된 정액 수수료를 제한 후 나머지를 고객에게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그 프로토콜 역시 코인베이스가 배포했을 가능성이 크고, 수정·삭제 권한 또한 회사에 있다는 점에서, “프로토콜이 정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중개자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코인베이스의 스테이킹 회계처리는 총액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회계 처리와 규제 프레임 사이에 불편한 긴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세 가지 논점(보유자산 회계처리, 고객자산 회계처리, 서비스 수익 인식)은 단순한 회계기준 해석을 넘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미국이 택한 방식을 잘 보여준다. 코인베이스 재무제표를 따라가다 보면,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공시 체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국도 가상자산 회계지침이 마련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생겼지만, 여전히 공백이 많다. 특히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는 사업모델별로 달라질 수 있는 회계처리, 법적 소유와 회계상 인식이 엇갈릴 수 있는 고객자산, 규제 프레임과 회계 프레임이 충돌하는 수익 인식 문제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의 사업 구조와 자산 특성에 맞는 판단 근거를 세우고, 이를 뒷받침할 내부통제와 공시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